이주형 수협은행장의 '관료스럽지 않은 1년'

머니투데이 도병욱 기자 2010.04.09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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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행장 취임 1년의 성과와 과제

"정말 정신없이 달려온 한해였던 것 같습니다. 금융권에 경쟁의 바람이 날로 거세지고 있어서, 올해에는 더 열심히 달려야겠죠."

이주형 수협은행장의 '관료스럽지 않은 1년'


오는 14일 이주형 수협은행장(사진)이 취임 1주년을 맞는다. 이 행장의 임기 첫 해를 두고 수협은행 내부에서는 "예상 밖"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정통 관료출신 최고경영자(CEO)이라는 선입견이 무색하게 이곳저곳 몸으로 부딪히는 나날을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새벽에 동대문 시장을 찾아 상인들에게 명함을 돌리고, 우수고객 5000명에게 편지를 보냈다. 8일에도 우수거래처를 방문해 현장의 목소리를 들었다. 수협은행이라는 이름을 고객에게 인식시켜주기 위함이다.



자본 유치전에 직접 뛰어들기도 했다. 지난해 7월 영국 런던으로 가 5년 만기 3억 달러 유로본드를 발행하는 데 성공했다. 이후에는 바로 본사로 돌아와 조직 개편을 추진하기도 했다.

수협은행의 직원들이 "은행 업무의 모든 현장에 뛰어다니는 행보를 보여 정신이 없을 정도"라고 토로할 정도. 이 행장의 임기 첫해, 수협은행의 연말 세후 당기순이익은 76억원에서 330억원으로 뛰어올랐다. 여기에 예금보험공사와의 MOU 재무약정도 달성했다.



↑8일 창성공업을 방문한 이주형 행장(가운데)↑8일 창성공업을 방문한 이주형 행장(가운데)
이 정도면 만족할 성과지만, 이 행장은 여전히 더 달려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는 '비전 2013'이라는 이름으로 2013년까지 자산 30조, 연간 순익 3000억원의 은행을 만들겠다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이 행장은 "선제적 리스크 관리 속에 영업력 강화에 주력해 경쟁력을 확보할 것"이라며 "해양수산 분야의 전문역량을 강화해 특화된 은행, 규모는 작지만 강한 은행으로 도약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목표를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부분은 공적자금 조기상환과 은행의 상장. 이 행장이 올해 해결해야 할 '숙제'다. 국제회계기준(IFRS)이 도입되면 예보의 공적자금이 부채로 분류돼 재무건전성 수치가 나빠지게 되기 때문에 공적자금 상환은 필수불가결한 상황.


이 행장은 수협은행을 자회사로 분리하고 상장해, 그 자금으로 공적자금을 상환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그는 "수협법 개정으로 공적자금 조기상환을 위한 전환점을 마련했다"며 "임직원 임금 동결과 급여 반납 등 자구노력이 이어지고 있지만 아직 난관이 많은 상태"라고 토로했다.

이어 "정부부처 등 관련 기관과의 긴밀한 협조가 절실한 상황이고, 수협은행의 CEO로 해결해야 할 문제도 많다"며 "더 적극적인 노력을 통해 지속가능한 성장기반을 마련해 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 행장의 임기는 4년. 이제 1/4가 지났다. 그가 임기 중 비전 2013을 달성할 수 있을지는 올해 4분기부터 본격화될 공적자금 상환과 은행 상장이 좌우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주형 행장 약력

-52년 경북 안동
-서울대 정치학과, 오리건대학원 경제학 석사
-재정경제부 참여정부 국정세미나 준비기획단장, 국장
-예금보험공사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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