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누구에게? 국회 후원금 편법 '여전'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2010.04.08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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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끗한 정치 후원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고액후원자 명단을 공개하기로 한 취지와 달리 익명성을 앞세운 기부 관행이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8일 머니투데이의 정보공개청구에 따라 공개한 2009년 300만원 초과 고액 기부자 명단에 따르면 직업을 아예 밝히지 않거나 애매모호하게 기재한 경우가 많았다. 연락처와 생년월일 등을 밝히지 않은 경우도 적지 않았다.



◇익명 기부 관행 여전 = 현행 정치자금법에 따르면 연간 300만원 초과 기부자는 이름과 생년월일, 주소, 직업, 전화번호 등을 기재토록 돼 있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고액기부를 한 2034건 가운데 직업란을 비워둔 경우가 65건으로 전체의 3.19%였다. 2008년 0.9%에 비해 2%이상 늘었다. 직업을 밝히더라도 회사원이라고만 표현한 경우가 297건으로 14.6%, 자영업이라고만 밝힌 경우가 375건으로 18.4%를 차지하는 등 구체적인 회사명이나 직위를 밝히지 않고 익명의 그늘에 숨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지난해말 상임고문으로 물러난 성하현 한화 (26,150원 ▼250 -0.95%)그룹 전 부회장이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의원에게 450만원을 후원하면서 직업을 '자영업'으로 신고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생년월일을 기재하지 않은 사례는 3건, 주소를 기재하지 않은 사례는 3건, 전화번호를 입력하지 않은 사례는 13건이었다. 이름만 공개하고 생년월일·주소·전화번호·직업을 아예 기재하지 않아 기부자의 신원을 확인할 방법이 사실상 없는 경우도 1건이었다.

이런 관행이 여전한 것은 기부 당사자가 신원공개를 꺼리는 경향이 있는데다 직업유형에 관한 통일된 기준이 없어 임의적 판단으로 직업을 기재하고 있는 제도상 허점이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개인의 신원에 관한 사항을 기재하지 않더라도 처벌할 조항이 없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구청장·지방의원 '보험성(?)' 후원 = 지방선거를 앞두고 구청장이나 지방의회 의원들이 기부금을 낸 경우도 적지 않았다. 기초의원과 광역의원이 현역 국회의원에게 기부금을 낸 경우는 각각 12건, 18건이었다.

이위준 부산 연제구청장은 이 지역이 지역구인 한나라당 박대해 의원에게 40만원씩 11차례에 걸쳐 440만원의 후원금을 냈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조용수 울산 중구청장 역시 이 곳이 지역구인 한나라당 정갑윤 의원에게 매달 30만원씩 12차례에 걸쳐 360만원을 후원했다.

정치권 한 인사는 "지방의회 의원들이 국회의원에게 후원금을 내는 것은 지방선거 공천과정에서 막강한 영향을 가진 현역 의원들에 대한 '보험용' 아니겠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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