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업계, '차' 보다 '환율'에 희비 엇갈려

머니투데이 김보형 기자 2010.04.08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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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대우·르노삼성 환율에 발목 잡혀…원가 절감이 궁극적 해결책

자동차업계가 지난해 환율 때문에 울고 웃었다. 환율 덕분에 수천억 원대의 영업외수익을 올린 회사가 있는 반면 영업을 잘 했지만 환율 때문에 이익이 줄어든 경우도 있다.

◇사상 최대실적 현대·기아차, 환율 효과 ‘숨은 공신’
8일 완성차 업체들이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현대차는 지난 해 환율변동에 대비한 파생상품손익과 환차손익 등을 합쳐 973억원의 손실을 입었다.



하지만 이는 전년도 3800억원의 손실을 입었던 것과 비교하면 2800억원 이상 줄어든 금액이다. 환율 하락이 가장 직접적인 원인이겠지만 환율 변동에 따른 리스크 관리를 강화한 것도 한 원인으로 풀이된다.

현대차는 이를 위해 파생상품 거래기간을 6개월 이내로 단축시켰다. 환율 예측이 어렵기 때문에 환율 변동에 따른 대응 능력을 높이기 위한 조치였다. 동시에 유로 등 현지 통화 거래도 늘렸다.



현대차 관계자는 "변동폭이 큰 달러 비중을 줄이고 유로화 등 현지 화폐 결제를 늘려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아차 역시 같은 기간 환율 관련 손실을 3082억원에서 721억원으로 2361억원 줄이는데 성공했다.

기아차 관계자는 "환율변동폭이 클수록 외환관련 손실과 이익이 같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면서 "환율에 영향을 받지 않는 수준의 원가구조를 갖춘 차를 생산해내는 것이 궁극적인 환율 대응책"이라고 강조했다.


◇희비 엇갈린 GM대우·르노삼성
GM대우와 르노삼성은 극명하게 희비가 엇갈렸다. GM대우는 영업이익을 내고도 환손실 때문에 적자를 기록했다. 반면 르노삼성은 환이익을 거뒀지만 엔고 현상에 따른 부품가격 인상으로 영업이익을 내지 못했다.

GM대우는 지난해 1551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지만 3420억원에 이르는 환손실로 3437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는 전년도 1조5000억원대의 환손실을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상당폭 개선된 것으로 평가된다. 당기순손실 규모 역시 전년도 8756억원과 비교하면 5000억원 이상 줄어든 것이다.

수출 비중이 90%(작년85%)를 넘는 GM대우는 환율 변동에 따른 위험을 줄이기 위해 선물환을 이용했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원달러 환율이 연초 900원대에서 연말 1500원대로 급등하자 대규모 환손실을 입었다. 선물환 계약 환율(950원 안팎)보다 60% 가까이 오른 것. 작년에도 평균 환율이 1276원이어서 손실 규모는 줄었지만 손해가 불가피했다는 설명이다.

GM대우 관계자는 "환율이 안정적이고 가입된 파생상품 계약도 2011년 중반에 모두 종료되는 만큼 올해는 흑자전환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르노삼성은 지난해 외환 관련해 108억원의 이익을 기록했다. 다만 엔고 여파로 ‘뉴 SM3'와 ‘뉴 SM5'에 들어가는 파워트레인(엔진 및 변속기)의 가격이 크게 올라 어려움을 겪었다. 2008년 2조3634억원이었던 르노삼성의 제조원가는 2009년에는 2조6996억원으로 3000억원 이상 상승했다.

르노삼성은 지난해 내수시장에서 전년보다 31% 늘어난 13만3630대를 팔아 출범이래 연간 최대 내수실적을 달성했다. 다만 환율이 도와주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비용 절감 등을 통해 800억원의 당기순익을 기록, 8년째 흑자행진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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