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단속? 北감청 우려? 천안함 인근장병 '휴대폰 수거'

백령도(인천)=류철호 기자 2010.04.06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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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동참모본부 "합동조사에서 밝혀질 것"

'천안함' 침몰사건 당시 군이 인근 해상에서 작전을 수행 중이던 함정 근무자들의 휴대전화를 모두 수거했던 것으로 6일 전해졌다.

본보 취재 결과 사고 당일인 지난달 26일 밤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 해상에 투입돼 작전을 수행 중이던 '성남함' 등 초계함에서 부사관 등의 휴대전화를 수거했다.



당시 평택 2함대사령부 소속인 성남함은 천안함이 침몰된 백령도 서남방 해상으로 출동해 북한 잠수함 기지를 감시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으며 사고가 나자 곧바로 장병들의 휴대전화를 모두 수거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백령도 주민 A씨는 사고 당일 오후 9시30분쯤 뉴스속보를 통해 천안함 침몰 소식을 접한 직후 해군 함정에서 부사관으로 근무하는 아들의 안부가 걱정돼 휴대전화를 수차례 걸었으나 통화가 되지 않았다. A씨 아들은 이후 몇 시간이 지난 뒤 전화를 걸어왔고 "부대에서 사건 직후 휴대전화를 모두 수거해 전화를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성남함 관계자는 "윗선에서 밝힐 부분이지 우리가 직접 말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다"라면서도 "북한에서 휴대전화 통화내용을 감청할 우려가 있어 그렇게 하는 것(휴대전화를 수거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아마도 상황은 우리(해상근무 함정)나 육지부대나 마찬가지일 것"이라며 "비상시 휴대전화를 수거하라는 작전 규정이 있는지는 확인해봐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는 "윗선의 지시가 있었느냐"는 질문에 "확인해 줄 수 없고 합동참모본부로 문의하라"고 말했다.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는 "관련 내용이 사실이라면 민관군 합동조사에서 밝혀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평택함에 근무했던 김모(38)씨는 "웬만해서는 휴대전화를 수거하는 일은 없다"며 "아마도 긴박한 상황이 아니었을까라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이처럼 사건 당시의 긴박했던 상황이 속속 드러나면서 천안함 침몰이 북한과 관련됐을지 모른다는 추측이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그 가능성에 무게가 더 실리고 있다. 특히 그동안 북한과의 관련성을 전면 부인해온 군도 최근 북한과의 연계 가능성을 조금씩 내비치고 있어 사고 원인이 북한의 도발이었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군은 5일 국방부 공식브리핑을 통해 사고 당일을 전후해 북한 반잠수정이 출몰했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국방부 측은 "북한 서해 모 기지에서 운용 중인 반잠수정은 지난해 12월 말 동계 결빙에 대비해 시설 내부로 이동한 뒤 최근 실외에서 최초로 식별됐다"며 "현재까지도 동일 장소에서 계속 식별되고 있다"고 밝혔다.

합동참모본부 이기식 정보작전처장은 반잠수정이 식별된 시점에 대해 "(사고 당일인)지난달 26일 전후"라며 "그 전후로 일부 식별되지 않은 것이 있었다"고 말해 북한 함정이 사고 당일 인근 해역에 출몰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김학송 국회 국방위원장도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지난달 23일과 27일 사이에 출항한 북한 '상어급' 잠수함 2대 중 1대의 항로가 포착되지 않았다"고 밝혀 북한 함정이 천안함 침몰과 관련됐을 가능성을 언급했다.

앞서 김태영 국방장관도 지난 2일 국회 긴급현안질의에서 "지난달 24일부터 27일 사이에 북한의 군항 3곳 중 1곳에서 잠수정 2척이 확실히 보이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으며 북한 어뢰 공격 가능성을 시사했다.

한편 이처럼 군이 사고 당시 장병들의 휴대전화를 수거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그동안 군이 사건 내용이 외부로 흘러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입단속'을 했다는 의혹이 사실로 확인돼 파장이 예상된다.

군은 사고 이후 천안함 생존자들을 모두 국군수도병원 등으로 옮겨 언론 접촉을 막고 있으며 실종자 가족들의 면담 요구도 받아들이지 않는 등 외부와의 접촉을 일절 통제하고 있다.

브리핑 과정에서도 백령도 기지에서 '열상감시장비(TOD)'로 촬영한 사고 당시 상황을 뒤늦게 언론에 공개하고 실종자 가족들의 군 교신내용 공개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는 등 사고와 관련된 내용을 숨기기에 급급한 상태다.

이는 과거 서해 연평해전 당시 언론에 부상자들에 대한 인터뷰까지 허용했던 모습과 비교할 때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 대목으로 각종 루머를 양산해내는 요인이 되고 있다.

군 관계자는 "속 시원히 모든 것을 밝히고 싶지만 군 기밀사항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부분이 많다"며 "민관군에서 사고 조사를 실시하고 있는 만큼 조사가 마무리되면 모든 의혹이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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