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맨, 맥주집 주인장이 되다

이정흔 기자 2010.04.04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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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르텐비어 분당 미금점 김상현 사장

경기도 성남시에서 프랜차이즈 생맥주 전문점 가르텐비어 분당 미금점을 운영하고 있는 김상현 사장 부부는 은퇴 전 패션업계에서 오랫동안 일해 왔다. 이들이 은퇴를 선택한 이유도 비슷했다. 오랜 세월 패션 분야에서 전문성을 키워왔지만 워낙 창의적이고 트렌드에 민감한 분야다 보니 아랫사람들이 치고 올라오는데 스트레스가 상당히 컸다.
패션맨, 맥주집 주인장이 되다


“우리 나이면 자녀들이 아직 대학생이잖아요. 생계를 위해서도 직업이 필요한 데 패션 업종에서는 더 이상 승부가 나지 않는다고 판단했죠. 자연스럽게 창업을 생각하게 됐고 은퇴하기 전부터 막연하게나마 2~3년 정도 뭘 해야 하나 아이템을 찾으러 다닌 것 같아요. 은퇴 창업을 결심하고 필요한 자금을 준비하는 데 1~2년 정도 걸렸어요. 그러느라 작년 8월에 은퇴하고 9월에 가르텐비어를 시작했죠.”

사실 가르텐비어는 김 사장의 지인이 운영을 하고 있던 터라 은퇴 전부터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그러나 그가 은퇴 창업을 위한 업종으로 맥주전문점을 선택한 데는 다른 이유가 결정적이었다.



“막연하게 모니터링을 하다가 적극적으로 창업 준비를 한 건 6개월 정도 돼요. 그런데 1층은 권리금도 그렇고 투자비용이 너무 비싸잖아요. 너무 무리하지 않고 2층이나 3~4층에서도 장사가 될 수 있는 업종을 찾다 보니 맥주전문점으로 괜찮겠다 싶더라고요.”

김 사장은 층수를 올려 투자비용을 줄이는 대신 입지 선택에 더욱 신중을 기울였다.



“어쨌든 장사는 목이 중요하다는 생각에 대학로며 신촌이며 괜찮은 입지는 다 둘러봤어요. 우리 가게가 잘 되더라도 다른 경쟁 업체가 쉽게 들어오지 못하는 입지 조건을 고르느라 시간이 많이 걸렸죠. 돈을 조금 더 들이더라도, 앞으로의 인생을 책임져야 하는 곳인데 쉽게 들어갔다가 안 좋은 결과를 내는 곳을 많이 봐왔거든요.”

김 사장은 특히 창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아내의 도움이 컸다고 말한다. 은퇴를 결심하는 순간부터 아내와 계속 의견을 나누며 함께 준비를 해 온 덕에 의지도 많이 되고, 준비 역시 순조롭게 진행할 수 있었다.

“아내도 직장 생활을 했던 사람이라 창업 전에는 각자의 생활이 바쁘잖아요. 그런데 같이 일을 하면서부터는 부부이면서 동시에 사업 파트너니까, 중요한 일을 결정할 때면 자잘한 의견 충돌이 생기기 시작하는 거에요. 은퇴하고는 대부분 부부 창업을 많이 하니까 아마 우리 같은 문제를 겪는 분들이 많을 거에요. 주변에서 그런 얘기를 많이 듣기도 하고요.”


김 사장은 “그래도 우리 부부는 원래부터 금실이 좋은 편이어서 큰 문제는 없는 편이었다”며 “남자가 되도록 양보하는 게 비결”이라고 말한다.

“창업을 하게 되면 확실히 직장 생활 할 때랑 다르잖아요. 더욱이 부부가 함께 일하면 남자 입장에서는 절제해야 할 것들이 많아져요. 원래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는다고, 지금까지 누리던 자유를 적당히 절제하면 얻는 기쁨이 더 커요. 부부가 같이 하니까 서로 기댈 수도 있고, 체력 관리하며 쉴 때도 좋고. 그러니 부부가 서로 양보하며 이해해주는 것도 성공 창업을 위해 정말 중요한 지혜인 것 같아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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