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실종자 가족들, 기다림에 쇠약해져…

평택(경기)=김훈남 기자 2010.04.01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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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 2함대 소속 초계함 '천안함'이 백령도 인근 바다에서 침몰한 지 일주일, 실종자들의 기적같은 생환을 기다리는 가족들은 급속도로 쇠약해져 가고 있다. 차가운 바다 밑에 갇혀있을 남편, 형제, 아들의 무소식에 밥 한끼 제대로 먹지 못하고 잠 한숨 편히 못 잔 탓이다.

실종자 최정환 중사의 매형이자 실종자 가족 협의회 대표 이정국씨는 1일 오후 3시경 평택 해군2함대 사령부 해군2회관에서 "현재까지 23명의 가족들이 두통과 소화불량, 속쓰림 등 증세를 호소해 약을 처방받았다"고 밝혔다. 이 씨는 이어 "이상 증세를 호소하는 가족들 대부분 이유는 비슷하다. (실종자의 생사를 모르기 때문에 생긴) 우울증과 스트레스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심한 경우 병원에 이송되는 가족들도 있다. 실종된 서승원 하사의 어머니는 오전 1시경 탈수 증세를 보여 인근에 위치한 안중백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고 정오쯤 해군 2함대 사령부로 돌아왔다. 정범구 상병의 가족 역시 지난달 31일 오후 통증을 호소해 같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뒤 실종자 가족이 생활하고 있는 숙소로 돌아왔다.

이정국 씨는 "어제 실종자 시신을 찾았다는 오보로 1명이 실신해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실종 장병의 어머니들은 오열하다 격통으로 약을 먹었다"고 상황을 전했다. 이어 현재심정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손끝으로 심장을 도려내는 느낌"이라고 가족들의 심정을 대변하며 눈물을 글썽였다.



답답하기는 사건을 지켜보는 주민들도 마찬가지. 이날 기자와 군 관계자가 모여있는 해군2회관 임시 보도본부를 찾은 박차영(63)씨는 직접 모형 함정과 줄, 연결고리를 들고 와 어부들이 사용하는 인양방식을 제안했다.

20여년간 바다에서 생활했다는 그는 배 두 척을 로프로 연결하고 바다에 가라앉혀 침몰한 선체 아래로 밀어넣은 뒤 선체 윗부분에서 묶는 방법을 설명하며 "예전에 침몰한 소형선을 이 방식으로 인양했다. 침몰한 함정이 크더라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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