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독도와 한·일 해저터널

류병운 홍익대 법대 교수 2010.04.01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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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시평]독도와 한·일 해저터널


하토야마 일본 총리님, 서해에서 '천안함' 폭발 참사로 어수선한 이때 일본 정부가 독도를 일본의 영토로 묘사한 초등학교 교과서를 검정해줬다는 씁쓸한 소식이 들려옵니다.

그러나 한국 국민의 우려와 달리 독도가 일본 땅이 될 가능성은 제로라는 것을 귀하도 잘 알고 있지 않습니까.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 간의 풀라우(Pulau)섬 분쟁, 니카라과와 온두라스 간의 4개 섬 분쟁 등 사례에서 최근 국제사법재판소(ICJ)는 한결같이 '그 섬에 대한 국가 주권의 효과적 행사의 표시', 즉 이펙티비테(effectivite)에서 상대적 우위를 보인 당사국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한국은 경북 울릉군 독도에 대한 주권적 지배를 토대로 맥아더라인을 대체한 평화선 선포부터 항구적 경비막사와 선박접안시설 설치, 등대보수, 독도관광사업 시행 등 확실한 이펙티비테를 구축해왔습니다. 다시 말해 독도문제를 ICJ에 가져간다 해도 일본이 이길 가능성은 전혀 없습니다. 이를 알면서도 양국 관계 발전을 저해하고 한국민의 감정만 악화시키는 부질없는 주장을 계속하실 겁니까.

야스쿠니 참배를 반대하며 미래 지향적인 한·일 관계를 추구하겠다던 귀하는 좀 달라야지요. 독도문제를 포기하면 일본의 다른 영토분쟁에서 불리할 수 있다는 우려와 독도문제를 지렛대로 앞으로 한·일 간의 협상테이블에서 다소라도 일본에 유리하게 끌어가겠다는 얄팍한 생각도 있을 수 있겠지요. 1997년 '신 한돚일어업협정' 협상 때 일본이 '재미 좀 본 것'을 기억하실 겁니다. 한국민의 정서가 독도에 매우 민감하게 집중되다보니 당시 한국 정부는 제주도 남부 중간수역을 대폭 일본에 양보하는 대가로 독도를 포함한 중간수역의 동쪽 한계선을 일본 쪽으로 아주 조금 끌어가지요. 그러나 귀하마저 그런 근시안적 계산에서 계속 양국간 갈등을 야기한다면 일본의 미래는 밝지 않습니다.



바람직한 한·일 관계는 어떤 것입니까. 요즘 대마도를 보십시오. 많은 한국 관광객이 보입니다. 비자도 필요 없고 부산에서 거리도 가까우며 배삯도 제주도와 비교해 비싸지 않다보니 한국 관광객들이 '작은 일본'이라 할 수 있는 대마도를 쉽고 편하게 관광하는 것입니다. 양국 국민의 원활한 교류야말로 양국 정부가 추구해야 할 한돚일 관계 아니겠습니까.

2차대전 후 유럽연합(EU)의 모태인 '유럽석탄철강공동체'(ECSC)를 창설한 프랑스와 독일 지도자들을 상기해 보십시오. 서로 밟고 짓밟힌 역사의 반복으로 말미암은 양국 국민의 상대에 대한 적대감과 몇 번씩 주인이 바뀐 알자스-로렌 등의 영토논쟁은 멀리한 채 앞으로 두 나라가 '어떻게 전쟁을 방지하여 평화를 확보할 것인가'라는 장래 문제만을 놓고 머리를 맞대었고 여기서 결국 'ECSC' 구성에 합의했습니다. 철강과 석탄산업을 국가가 아닌 초국가적 독립기구(Authority)가 관리한다면 전쟁을 막을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한 것이죠. 이러한 생각은 '공동시장 구성'으로 확대돼 '평화체제 구축'은 물론 유럽 전체의 역내상품, 서비스, 자본, 사람의 이동 자유와 자원배분의 효율성까지 달성하게 되지 않았습니까.

한·일 관계도 진정한 우호적 관계로 한번 획기적으로 바꿔보지 않겠습니까. 일본이 독도가 한국 영토임을 인정하는 것을 전제로, 배타적경제수역(EEZ)을 포함한 한·일 간 마주보는 수역의 관리와 나아가 양국이 앞으로 체결할 지역 무역협정, 나아가 경제공동체를 관리할 독립기구를 설치하면 어떨까요. 이 독립기구는 한·일 양국이 동수의 각료를 추천해 구성하고 울릉도, 독도, 오키제도, 대마도를 그 직할로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 그 독립기구 산하에 무역과 해상 및 어업문제에 관한 분쟁해결기구도 설치할 수 있겠죠.


미래 지향적인 총리님, 김정일의 북한은 얼마 못갈 것 같은데 일본과 대륙을 연결할 한·일 해저터널, 즉 천널(chunnel)도 하루빨리 착공해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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