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벨 이 기사는 03월30일(14:33)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자산운용사 업계의 최대 화두는 단연 '국민연금'과 '우정사업본부'다. 7조원에 달하는 자금 집행을 앞두고 위탁 운용사로 선정되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 국민연금의 경우 3년만에 이뤄지는 신규 위탁 운용사 선정인데다 운용사 한 곳에 3000억원에서 4000억원 가량의 자금이 집행된다.국민연금과 우정사업본부의 위탁운용사 선정 평가 기준은 크게 경영지표 우수성, 운용조직 및 인력, 운용성과, 투자 프로세스 및 리서치 과정, 리스크관리 체계 등이다. 상당히 합리적인 것 같지만 따지고 보면 중소 운용사들에게는 절대 불리하다는 게 중론이다. 비슷한 평가를 받는다면 대형 운용사가 선정될 수 것이라고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그런데 설정액만 빼면 대형사나 중소사나 별반 차이가 없는 게 국내 자산운용업계의 현실이다. 채권형펀드는 벤치마크(BM)를 따라가는 사실상 패시브(Passive) 펀드로 대형사나 중소형사의 운용수익률에서 큰 차이가 없다. 운용조직의 구성이나 인력 등도 마찬가지다. 수탁액이 커 이를 운용하는 펀드매니저가 많고 적음의 차이만 있을 뿐 조직 구성과 환경은 비슷하다. 국내 펀드매니저들의 잦은 이동과 순조로운 적응은 운용조직의 구성이나 행태가 비슷함을 방증한다.
A자산운용사 채권운용본부장은 "외국·외국계 운용사나 국내 운용사간의 투자 시스템을 비교하면 오히려 국내 운용사의 의사결정이나 투자 프로세스가 더 정교하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운용사 가운데서도 중소형사와 대형사를 비교해보면 별다른 차이가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국내 대형 운용사를 비롯해 외국계 운용사 등에서 잔뼈가 굵은 '채권 매니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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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운용사가 된 배경은 알고 보면 간단하다. 그들의 노력도 있었지만 모기업이나 관련 기업의 자금 위탁의 힘이 절대적이었다. 삼성자산운용의 경우 삼성생명과 삼성그룹 관련 자금을 운용하고 있고, 은행계열 자산운용사는 은행 돈을 굴리고 있다. 보험사 계열 역시 보험사 돈을 위탁받아 운용하고 있다. 채권형펀드 설정원본(공·사모 포함) 기준 상위 10개사를 보면 이 같은 현실이 고스란히 반영돼 있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설정액 규모를 보면 자산운용업계의 부익부빈익빈 현상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민연금과 우정사업본부가 대형 운용사들의 민낯을 볼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지금의 몸집이 스스로의 힘으로 키운 것인지 아니면 계열 또는 관계기업들의 몰아주기로 큰 것인지 냉정하게 평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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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이나 우정사업본부 말고는 이 같은 편중 현상을 해소할 곳이 없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목소리다. 운용사와 증권사에 크레딧애널리스트의 자리가 속속 생기게 한 1등 공신이 우정사업본부였다. 그들이 나서면 시장이 변했다.
채권시장 관계자는 "대형운용사들은 계열 대기업과 은행·보험사의 위탁운용으로 성장했는데 국민연금과 우정사업본부의 자금이 대형사로 위탁된다면 자산운용업계의 성장 불균형이 심화될 수밖에 없다"며 "중소 운용사들을 키워 대형사와 경쟁할 수 있는 수준으로 유도하려는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중소 운용사에게 우선 위탁하는 선례가 없는 것도 아니다. 국민연금의 경우 주식형 자금 위탁 부문에서는 투자자문사에 돈을 맡기고 있다. 시장의 균형 발전은 결과적으로 국민연금이나 우정사업본부에도 향후 수익률 상승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경쟁은 시장을 발전시키는 바탕이다.
국민연금은 지난 26일에 제안서 접수를 마감했고 서류심사, 현장심사, 구술심사를 거쳐 다음달 9일에 최종 선정 결과를 발표한다. 우정사업본부는 24일에 제안서 접수를 끝냈고 다음달 4일에 최종 발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