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환율이 나흘 만에 반등했다. 공교롭게 고환율 정책 실패로 물러났던 최중경 전 기획재정부 차관이 경제수석에 내정된 바로 다음 날이다.
최중경 전 차관의 컴백은 MB(이명박) 정권 초기 강만수-최중경-김중수로 이어지는 이른바 7-4-7(7% 성장, 소득 4만 달러, 7대 경제대국) 라인의 부활로 읽히고 있다.
광우병 소고기 파동으로 물러났던 김중수 당시 경제수석은 이날 청와대에서 한은 총재 임명장을 받았다.
김 신임 총재의 임명이 출구전략 시기를 놓고 정부와 대립각을 세웠던 이성태 총재에 대한 반작용의 결과란 점을 감안하면 김 총재도 당분간 고성장에 방점을 찍고 통화정책을 이끌어나갈 가능성이 크다.
김 신임 총재가 29일 귀국 일성으로 "시장이 생각하는 것과 실제의 나는 다르다"고 했지만, 임명권자(MB)의 의중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는 없을 것이다.
이 시각 인기 뉴스
이에 따라 정부와 통화당국이 고성장 정책기조를 당분간 유지하면서 저금리-고환율 정책 믹스를 구사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 과정에서 정부와 한은의 외환시장 개입 공조도 활발히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공교롭게 최중경 경제수석 내정자가 중요시했던 경상수지가 지난 1월 6억3000만 달러 적자, 2월 1억6000만 달러 소폭 흑자를 기록하는 등 뚜렷한 반등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어 새 경제정책 라인이 환율 하락을 간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외환시장 참가자들도 최중경-김중수의 정책라인 컴백이 원/달러 환율을 상당히 지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딜러는 "증시에서 외국인의 순매수세가 이어지면서 원/달러 환율이 하락 압력을 받고 있고, 원화 강세 추세가 아니냐는 분석이 대세였다"며 "색깔이 뚜렷한 최중경 전 차관의 경제수석 내정설이 원/달러 환율의 하락폭을 제한하는 지지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딜러도 "(최중경 전 차관의 복귀는) 외환시장의 주요 참가자인 정부가 환율 정책에 어떤 스탠스를 취할 지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펀더멘털 자체가 움직이지는 않겠지만 하락 속도가 늦어지거나 심리적으로 영향을 줄 수는 있다"고 전망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9원 오른 1132.0원에 출발한 뒤 한 때 1135.0원까지 상승폭을 키웠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호주달러 강세로 원화가 동방강세를 띨 가능성이 높고 외국인 순매수 기조가 유지되면서 환율이 하락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고환율 지지자인 최중경 전 차관이 경제수석에 내정되고 당국 개입에 대한 경계감이 1130원대를 지지할 지 관심"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