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조선강국의 초계함 침몰

머니투데이 정희경 통합뉴스룸부장(부국장대우) 2010.03.31 0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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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 초계암 '천안함'이 침몰한 지 30일로 닷새가 흘렀다. 군 당국이 실종자를 찾기 위해 악전고투하는 데도 주변의 시선에는 안타까움을 넘어 의문이 담겨 있다. 침몰 원인은 차치하고라도 초기 대응이나 이후 수색 과정에서 '전문가답지 않은' 미숙함이 속속 드러나는 탓이다.

실종자들이 몰려 있는 곳으로 알려진 함미를 군이나 해경이 아니라 민간 어선이, 그것도 기초적인 어군탐지기로 찾았다는 게 단적인 예다. 생존자가 침몰된 선체에 남아 있을 가능성이 높은 급박한 상황에서 고성능 음파탐지기를 갖춘 군함을 신속히 투입하지 않은 군 당국의 조치는 좀처럼 이해하기 어렵다.



여기에 침몰 당시 병사들을 구조한 것은 가장 먼저 온 해군 고속정이 아니라 뒤에 도착한 해경 경비정이었고, 잠수병을 치료하는 감압챔버가 부족해 해저 수색 작업이 지연되고 있다는 주장 등은 군의 평소 위기관리 능력까지 의심케 한다.

군 당국의 해명도 미덥지 못하다. '천안함'이 가라앉기 전에 부표를 설치했으나 거센 조류에 휩쓸려 갔다거나 애초 함미의 위치는 파악하고 있었다는 설명은 궁색하다. 이는 실종자 가족들에게서 구조작업이 지연된 데 대한 공감을 얻기보다 불만을 사고 있다. 나아가 침몰 원인을 둘러싼 각종 의혹을 증폭시킬 수 있다.



이미 군의 '불친절한' 설명으로 '천안함'이 연안인 사고 해역에서 임무를 수행한 이유와 함체가 두동강난 요인 등을 놓고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루머 양산은 생존자 수색이나 함체 인양, 침몰 원인 분석 등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군의 미덥지 못한 대응체계는 우리나라가 '조선강국'으로 커나가는 데도 달갑지 않은 소식이다. 우리나라 조선업은 지난해 선박 건조에서 세계 1위를 유지했다. 해운업 침체와 국내 중소형 조선사의 구조조정 등이 진행되면서 신규 수주나 수주잔량에선 각각 일본과 중국에 선두를 내준 것으로 집계됐지만 '조선강국'의 입지가 크게 흔들린 것은 아니라고 본다.

민간뿐 아니라 군함에서도 진전이 이뤄지고 있다. 스톡홀름 국제평화문제연구소(SIPRI)에 따르면 2000년 이후 지난해까지 군함 수출실적은 5억8300만달러로 같은 기간 무기류 전체 수출액 9억1800만달러의 절반을 웃돌았다.


또한 이달 방위사업청 주최로 열린 토론회에선 국내 조선업이 항공모함과 잠수함을 자체 건조하는 능력을 확보했고, 구축함 등 함정에 탑재되는 전투·무장체계의 국산화 수준이 95~98%에 달한 것으로 평가됐다.

물론 넘어야 할 산이 적잖다. 무엇보다 뛰어난 건조능력에도 불구하고 함정의 설계나 탑재 무기체계 능력이 아직 미흡하다고 한다. 이에 대해 업계는 만성적인 건조물량 부족과 무한 가격경쟁으로 장기 연구·개발 동기를 상실한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이른바 '하드웨어'만큼 '소프트웨어'가 따라가지 못하는 셈이다.



사실 '소프트웨어'의 발달 지체는 한국의 압축성장을 이끌어낸 제조업부문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고, 선진국 도약의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좀처럼 납득하기 힘든 '천안함' 침몰 이후 모습 역시 '소프트웨어'의 뒤처짐을 방증한다면 무리일까. 해군은 그간 이지스구축함인 '세종대왕함'과 1만4500t급 대형수송함인 '독도함' 등 최첨단 함정을 자체 기술로 건조했다는 점을 강조해왔는데 운영체계가 그에 걸맞은 수준에 이르렀는지 점검해봐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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