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25시]사법개혁 '전면전' 치닫나?

머니투데이 류철호 기자, 김성현 기자 2010.03.30 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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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자체개선안 발표..국회 처리 '진통' 불보듯

사법개혁을 놓고 대법원과 한나라당의 공방이 격화되고 있다.

대법원은 한나라당의 사법개혁안에 이례적으로 성명을 발표하면서까지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 데 이어 지난 26일 자체 개선안을 발표해 전운이 고조되고 있는 것.

대법원이 발표한 제도개선안의 골자는 △전국 5개 고등법원에 상고심사부 설치 △ 2023년부터 법조 경력 10년차 이상만 법관에 임용(법조 일원화) △고등법원과 지방법원의 법관 인사 이원화 △모든 판결문 공개 △법관 연임심사 강화 및 법관 윤리장전 마련 등이다.



△대법원의 '반격'=이중 핵심은 상고심사부 설치와 인사 이원화인데 모두 한나라당 안과 전면 배치된다. 이는 대법관 증원과 외부인사 참여를 확대하는 법관인사위원회 설치, 양형기준법 제정 등 한나라당이 지난 17일 발표한 사법개혁안을 받아들일 수 없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상고심사부는 대법원의 상고심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마련된 방안으로 불필요한 상고를 고등법원에서 미리 걸러내는 역할을 하게 되며 서울, 부산, 대구, 광주, 대전 등 전국 5개 법원에 총 8개 재판부(법관 25명)가 설치된다.



이 또한 사실상 한나라당의 대법관 증원 요구를 사실상 거부한 것이다. 한나라당 안대로 대법관을 14명에서 24명으로 증원하고 대법관 3분의 1을 비(非)법관 출신으로 임명할 경우 대법관의 위상이 추락될 수 있고, 이는 다시 대법원의 권한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대법원의 판단인 셈이다.

대법원은 또 외부인사 참여를 확대하는 한나라당의 법관 인사위원회 설치안에 대해서도 '법관 인사 이원화'로 맞섰다. 고등법원과 지방법원의 법관을 별도로 선발, 전관예우 등 인사 관련 잡음의 소지를 미리 차단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한나라당 안은 법무부 장관과 대한변호사협회장 등이 추천하는 외부인이 포함되는 법관인사위원회를 대법원에 설치, 판사의 보직과 전보를 결정할 수 있도록 했다.


대법원은 한나라당의 양형 기준 마련안에 대해서는 사법부의 독립성을 침해할 수 있다고 판단, 아예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법관에게 요구되는 직무수행 능력과 자질, 품성을 평가하는 기준을 강화하겠다는 내용의 법관 윤리장전 신설 방안도 법관 인사위원회 설치를 주장하는 한나라당 안을 반박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법관 인사에 외부 입김이 들어올 소지를 사전에 원천 차단, 사법부 공격의 빌미를 주지 않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하지만 대법원의 사법제도 개선안이 기존의 사법 기득권을 지키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는 게 사실이다. 사법개혁의 근본 취지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채 한나라당 안을 차단하는데만 급급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법조계의 한 인사는 "사법개혁을 둘러싼 양측의 공방이 자칫 기득권 다툼으로 비칠 수 있다"며 "무조건적인 대립보다는 내실있고 생산적인 논의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미흡하다" 지적=자체 제도개선안을 발표한 대법원은 조만간 국회에서의 입법 논의 과정에 적극 참여할 계획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번 개선안은 정치권의 사법제도 개선안에 대법원의 의견을 제시한 것"이라며 "사법제도 개선을 위한 국회 논의 과정에서 논의 주체로서 참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대법원의 사법제도 개선안에 대해 미흡하다는 평가를 내리며 수정을 요구하고 나섰다.

상고심사제는 소송 당사자가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할 요소가 있기 때문에 3심제 원칙에 위배된다는 게 한나라당의 기본 입장이다. 대법관 증원을 통해 증가하는 상고심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나라당 사법제도개선특위 법안소위 위원장인 여상규 의원은 "상고심사부를 설치한다는 것은 "대법원의 재판을 받을 수 있는 국민 권한을 침해할 가능성이 있다"며 "대법관 증원 외에는 대법원의 업무를 경감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같은 당 정미경 대변인도 "상고심사제는 즉시항고 제도가 있다고 해도 대법원에서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할 가능성이 높다"며 "대법관을 증원하는 것 말고는 대법원 업무를 감경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은 대법원의 인사 이원화 방안에 대해서도 불만족스러운 모습이다. 한나라당의 기존 안대로 법관 인사위원회를 도입, 외부 인사를 참여시키는 것이 사법 개혁을 위해 더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대법원이 자체 개선안을 발표하면서 이제 공은 국회로 넘어간 상황이지만 대법원과 한나라당의 입장차가 워낙 커 합의는 물론 논의 과정에 진통이 예상된다.

대법원은 대법관 증원이나 인사권, 양형 등은 사법부의 독립성과 직결되는 문제인 만큼 양보하기 어렵다는 입장인 반면 한나라당은 근본적인 개혁을 위해서는 이 같은 방안이 필수적이라며 대립각을 세우고 있어 마찰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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