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업= 대박" 옛말, 은행대출도 못갚는 의사

머니투데이 도병욱 기자 2010.03.30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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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부진 장기화... 고소득 전문직 연체율 상승 '뚜렷'

"개업= 대박" 옛말, 은행대출도 못갚는 의사


의사 변호사 등 고소득 전문직의 은행 연체율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최근 은행 연체율 상승의 위험성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라는 고소득 전문직 사이에서도 대출 연체가 확산되고 있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의사 혹은 의사를 포함한 전문직을 대상으로 하는 은행 신용대출 연체율이 상승하고 있다. A은행의 경우 2007년 0.02%, 2008년 0.05%, 지난해 0.15%(이상 연말 기준)로 매년 상승하고 있다.



B은행의 의사 대상 대출 연체율은 2007년 0.7%, 2008년 0.53%, 지난해 0.44%(이상 연말 기준)로 조금씩 호전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지난달 말 0.73%까지 급등했다. B은행 관계자는 "지난 2~3년 의사 대상 신용대출에 대한 관리를 강화해 하락세가 계속됐는데 올 들어 연체율이 급격하게 상승했다"며 "연말과 연중을 단순 비교할 수는 없지만 최근 연체율이 비정상적인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다른 은행 역시 전문직 대상 대출 연체율 추이를 주목하고 있다. C은행 관계자는 "최근 의사나 변호사 등 전문직에 대한 연체율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며 "아직 상승세가 뚜렷하게 나타나는 것은 아니지만 위험 가능성이 있어 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은행의 연체율은 2008년 0.3%대로 올랐고, 이후 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의사 대상 대출의 연체율이 상승하는 이유는 개원한 의사들이 대출을 제때 못 갚는 일이 잦아졌기 때문. 금융위기 이후 경기불황이 장기화되면서 과거와 달리 개인병원을 내더라도 성공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계속된 결과다. 한의사나 변호사 등 다른 전문직들도 개업 이후를 보장받지 못한다는 측면에서 마찬가지다.

금융권 관계자는 "큰 은행에서 월급을 받는 의사들의 경우 연체가 거의 없지만, 개원의들은 연체가 많다"며 "특히 개원에 장비가 많이 필요한 치과의사나 최근 수익성이 예전같이 않은 한의사의 연체가 심하다"고 밝혔다.

개인병원을 차린 의사들의 연체율 상승은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 A은행의 연체율이 보여주듯 2~3년 전부터 계속되는 현상이다. 이 때문에 지난해 초 일부 은행들은 전문직 신용상품 대출한도를 조정하고, 전문직 대출에 대한 심사를 강화하는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지난해 말부터 연체율이 다시 반등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은행 관계자는 "전문직 연체율 상승은 고질적인 문제가 최근 경기불황 속에서 더욱 확대되고 있는 현상"이라며 "이들에 대한 대출 심사를 더 정교하고 까다롭게 하는 방안을 검토 중에 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더 큰 문제는 대출 실적 확대가 절실한 은행 입장에서 전문직 대출을 포기할 수 없다는 것"이라며 "현재 상황이 계속되면 연체율 상승은 물론 개인 대출 부실의 한 원인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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