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외화차입에 '은행세' 부과 검토

머니투데이 김경환 기자, 최환웅 기자 2010.03.29 10:28
글자크기

도입 시기 6월 G20 정상회의 직후 예상…윤증현 장관 강력 의지 밝혀

세계 각국이 은행세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 정부도 주요 20개국(G20)과 공조 차원에서 은행의 해외차입에 세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금융권 해외차입에 대한 세금 부과는 금융시장 혼란을 부추기는 급속한 외화유출입을 막기 위한 조치다. 단기 외화 차입의 대부분을 공급하는 외국 은행의 국내 지점이 가장 큰 영향을 받게 될 전망이다.



29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G20 공조의 일환으로 은행세 도입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다만 우리 금융시장의 특수성을 고려해 선진국 방식의 직접적인 은행세 대신 금융권 해외차입에 세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재정부 관계자는 "G20과 공조를 위해 은행세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금융권 외화차입에 세금을 매기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금융권 외화 차입에 세금을 매기게 될 경우 과다한 외화 차입이 이전보다 어려워질 것이고 금융시장 혼란 주범인 단기자금 유출입도 감소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도 이날 열린 표준협회 강연회에서 금융기관 외화차입 및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입 규제 도입 필요성을 밝혔다. 윤 장관은 "G20 의장국으로 구체적 내용을 말하기는 이르지만 외화 유출입 규제를 위해서는 국제 공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경제위기 진앙지인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은행세를 부과하자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제안은 유럽 등에서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다. 은행세는 다음달 23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G20 재무장관 회담에서 논의된 후 6월 캐나다 G20 정상회담에서 공식 채택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우리 정부의 금융권 해외 차입에 대한 세금 부과 시기는 은행세에 대한 G20 합의가 이뤄지는 6월 이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은행의 단기 차입은 금융시장 안정을 저해하는 가장 큰 요인으로 꼽혀왔다. 특히 국내 은행 총외채(1808억9800만 달러)의 40%를 차지하는 외은 국내 지점의 단기 외채(2009년 4분기 719억1600만 달러)는 금융시장 불안 요인으로 지목돼왔다.

이들 자금은 단기 차익거래로 수익을 내고 빠져나가 금융시장과 외환시장을 교란시켜왔다. 2008년 3분기 사상최대(939억 달러)를 기록했던 외은 지점 단기 외채는 금융위기로 지난해 1분기 654억 달러까지 줄었지만 지난해 2분기 이후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정부도 이러한 부작용을 인식하고 외은지점에 편중된 달러공급을 줄일 필요성을 절감해왔다. 하지만 금융권 해외 차입을 직접 규제할 경우 쏟아질 국제사회의 비난을 우려해 쉽사리 나서지 못했다.

그러나 금융위기를 계기로 각국의 규제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면서 우리 정부 역시 명분을 얻게 돼 금융권 해외 차입 규제 논의가 급물살을 타게 됐다.

금융권 외화차입에 대한 세금 부과를 찬성해 온 신현송 청와대 국제경제보좌관은 최근 "이번 기회에 금융규제 뿐만 아니라 환율변동문제, 자본유출입 문제 등을 다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