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금융지주 지배구조 개편 '일단락'

머니투데이 김익태 기자, 김지민 기자, 도병욱 기자 2010.03.26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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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KB·신한·하나 회장·이사회의장 분리..우리는 이팔성 회장 겸임

KB·우리·신한·하나 금융지주 등 국내 4대 금융지주사의 지배구조 개편 작업이 마무리됐다. 신한금융은 지난 24일, KB·우리·하나 금융지주는 26일 일제히 주주총회를 열고 최고경영자(CEO)와 이사회 의장 분리, 사외이사 재임 기간 등 사외이사 모범규준을 반영해 정관 내용을 변경했다.

◇KB금융, 이사회 의장 선출= KB금융은 이날 정관에 '매년 사외이사 중에서 이사회 의장을 선임한다'는 내용을 넣었다. 경영진이 이사회 의장을 겸임할 수 없게 한 것이다.



아울러 이경재 전 기업은행장과 고승의 숙명여대 교수, 이영남 이지디지털 대표 등 3명을 신임사외 이사로 선임했다. 이 대표는 여성으로 KB금융 사외이사가 된 첫 사례다.

이경재씨는 주총 직후 열린 이사회에서 단독후보로 추천돼 만장일치로 이사회 의장에 선출됐다. 은행감독원 부원장보와 한국은행 감사, 금융결제원 원장, 기업은행장 등을 역임한 '금융통'으로 KB금융 발전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이사회에서는 예상과 달리 회장후보추천위원회(이하 회추위) 구성에 관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이 의장은 "시간이 걸리는 문제라 향후 자연스럽게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회추위 구성이 예상보다 지연되면서 회장 선임 작업이 6월 지방선거 이후로 늦춰질 가능성도 제기한다. 그 이전 회장이 선출되면 선임 과정에 당국이 관치논란에 휩싸일 수 있고, 선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선거 이후 회추위가 구성되면 일정상 7~8월쯤 회장이 결정된다. 금감원 검사 결과 별 문제가 없으면 강정원 행장이 10월까지 임기를 채우게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하나·신한, 회장·의장 분리= 신한과 하나금융도 회장과 이사회 의장을 분리했다. 라응찬 회장은 4연임에 성공하며 금융권 최장수 CEO가 됐고, 전성빈 서강대 교수를 신임 이사회 의장으로 뽑았다. 은행권 첫 여성 이사회 의장으로 한국회계학회 부회장, 서강대 경영학부 학장 등을 역임했으며 금융감독원 국제회계기준자문단 위원을 맡고 있다. 2007년 신한금융 사외이사로 선임된 이후 4년째 연임했다.


김승유 회장이 이사회 의장을 겸임했던 하나지주는 이사회 의장으로 김각영 변호사를 선임했다. 고려대 법학과 출신으로 32대 검찰총장을 지낸 인물이다. 하나대투증권 사외이사를 지낸 바 있고, 지난해 하나금융 사외이사가 됐다.

신한과 하나의 경우 회장과 이사회 의장 분리 없이 선임사외이사를 두는 방안도 가능했다. 하지만 굳이 당국의 뜻을 거스르며 무리수를 둘 필요가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해석된다.

반면 우리금융은 이 회장을 이사회 의장에 재선임했다. 단 모범규준에 따라 강희복 시장경제연구원 상임이사를 선임 사외이사로 뒀다. 대주주가 예금보험공사, 즉 정부인 만큼 경영진 견제가 충분히 가능하다는 점이 감안된 것으로 풀이된다.

모범규준에 따라 지배구조에 미세한 변화는 있었지만, 그 취지가 제대로 발휘될지는 미지수다. 라 회장의 경우만 봐도 연임이 결정됐고, 우리와 하나금융 역시 회장 임기가 남아 있어 당장 교체될 가능성은 없다.

금융권 관계자는 "결과적으로 사외이사 모범규준이 금융사 지배구조 개편에 별 영향을 못 끼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이사회 의장이 바뀌었다 해서 사외이사들이 감시와 견제라는 제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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