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 이사회 의장 선출= KB금융은 이날 정관에 '매년 사외이사 중에서 이사회 의장을 선임한다'는 내용을 넣었다. 경영진이 이사회 의장을 겸임할 수 없게 한 것이다.
이경재씨는 주총 직후 열린 이사회에서 단독후보로 추천돼 만장일치로 이사회 의장에 선출됐다. 은행감독원 부원장보와 한국은행 감사, 금융결제원 원장, 기업은행장 등을 역임한 '금융통'으로 KB금융 발전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회추위 구성이 예상보다 지연되면서 회장 선임 작업이 6월 지방선거 이후로 늦춰질 가능성도 제기한다. 그 이전 회장이 선출되면 선임 과정에 당국이 관치논란에 휩싸일 수 있고, 선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선거 이후 회추위가 구성되면 일정상 7~8월쯤 회장이 결정된다. 금감원 검사 결과 별 문제가 없으면 강정원 행장이 10월까지 임기를 채우게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하나·신한, 회장·의장 분리= 신한과 하나금융도 회장과 이사회 의장을 분리했다. 라응찬 회장은 4연임에 성공하며 금융권 최장수 CEO가 됐고, 전성빈 서강대 교수를 신임 이사회 의장으로 뽑았다. 은행권 첫 여성 이사회 의장으로 한국회계학회 부회장, 서강대 경영학부 학장 등을 역임했으며 금융감독원 국제회계기준자문단 위원을 맡고 있다. 2007년 신한금융 사외이사로 선임된 이후 4년째 연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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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유 회장이 이사회 의장을 겸임했던 하나지주는 이사회 의장으로 김각영 변호사를 선임했다. 고려대 법학과 출신으로 32대 검찰총장을 지낸 인물이다. 하나대투증권 사외이사를 지낸 바 있고, 지난해 하나금융 사외이사가 됐다.
신한과 하나의 경우 회장과 이사회 의장 분리 없이 선임사외이사를 두는 방안도 가능했다. 하지만 굳이 당국의 뜻을 거스르며 무리수를 둘 필요가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해석된다.
반면 우리금융은 이 회장을 이사회 의장에 재선임했다. 단 모범규준에 따라 강희복 시장경제연구원 상임이사를 선임 사외이사로 뒀다. 대주주가 예금보험공사, 즉 정부인 만큼 경영진 견제가 충분히 가능하다는 점이 감안된 것으로 풀이된다.
모범규준에 따라 지배구조에 미세한 변화는 있었지만, 그 취지가 제대로 발휘될지는 미지수다. 라 회장의 경우만 봐도 연임이 결정됐고, 우리와 하나금융 역시 회장 임기가 남아 있어 당장 교체될 가능성은 없다.
금융권 관계자는 "결과적으로 사외이사 모범규준이 금융사 지배구조 개편에 별 영향을 못 끼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이사회 의장이 바뀌었다 해서 사외이사들이 감시와 견제라는 제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