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채권단 '치킨 게임'

더벨 이재영 기자 2010.03.26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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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O 파행 시 양쪽 모두 부담, 합의 이를 가능성 높아

더벨|이 기사는 03월26일(11:16)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삼성생명보험과 삼성차 채권단이 기업공개(IPO) 과정에서 서로 유리한 조건을 차지하기 위해 치킨 게임을 벌이는 양상이다. 다만 IPO 파행 시 양쪽이 져야 하는 부담이 상당하기 때문에 조만간 합의에 이를 가능성이 높다.



삼성생명은 당초 증권신고서 제출일로 내정된 26일까지 삼성차 채권단의 위임장을 받아내지 못했다. 삼성생명은 상장 시 채권단 지분 3500만주를 전량 구주 매출 대상에 포함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채권단이 위임장에 대한 비밀유지 조항과 공모가 협의권·공모가에 따른 구주 매출 철회권 등을 요구하며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특히 구주 매출을 위한 주식 위임을 놓고 양측의 입장이 확연히 갈리고 있다.



증권신고서 제출이 지연되면 그동안 준비해온 해외 IR, 수요 예측, 공모청약, 상장(5월12일) 등의 일정이 모두 헝클어지게 된다.

전문가들은 삼성생명 상장 이후로 미뤄진 소송에의 영향을 우려해 두 당사자가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는 '치킨 게임'을 벌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정말 IPO가 파행된다면 양 쪽 모두 손실을 감수해야 하는 만큼 합의에 이르는 건 시간문제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채권단은 구주 매출에 참여하지 않으면 11년째 껴안고 있는 삼성생명 주식을 처분할 길이 막막해진다. 상장 후 블록딜 등을 통해 매각해야 하는데 전체 물량이 2조~3조원에 달해 소화가 쉽지 않다. 채권단 지분이라는 오버행 이슈(물량부담)가 있는 삼성생명 주가가 원하는 수준만큼 올라 줄지도 의문이다.


삼성생명이 지분 분산 요건 충족을 위해 신주를 발행한다면 채권단이 가지고 있는 주식의 가치가 희석된다는 문제도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삼성생명의 내재가치는 16조5000억원. 주당 내재가치는 8만2500원 수준이다. 만약 삼성생명이 1000만주의 신주를 발행한다면 주당 내재가치는 7만8570원으로 뚝 떨어진다. 채권단이 원하는 수준의 자금을 회수하기 더욱 어려워지는 셈이다.

채권단이 IPO에서 빠지게 되면 삼성생명도 공모 과정에서 큰 부담을 안게 된다. 오버행 이슈 때문에 공모가가 원하는 수준보다 낮아질 수 있는 것. '향후 주가 상승을 기대하기 힘들다'며 기관이 공모가를 끌어 내릴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상장에 성공하더라도 삼성차 채권단 소송이 해결되지 않는다는 부분 역시 문제다. 오히려 신주 발행에 따른 지분 가치 희석에 대한 책임 공방이 추가돼 더 복잡하게 꼬일 소지가 있다. 현재 2심 소송은 지난해 말 조정이 무산되고 삼성생명 상장 후로 판결이 미뤄진 상태다.

삼성생명관계자는 "모든 서류는 완벽히 준비돼 있어 위임장만 받으면 언제든지 증권신고서를 제출할 수 있다"며 "다음주까지는 원만히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본다"고 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3월을 넘기면 두 달 이상 상장이 지연된다는 사실 때문에 채권단이 지연 전술을 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삼성생명 IPO에 대한 양측의 이해관계는 대부분 일치하기 때문에 일단 예정된 수순대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편 CJ제일제당이 삼성생명 주식 500만주를 매각키로 계획을 밝히면서 구주매출 규모는 4500만주(채권단 지분 3500만주, 신세계 지분 500만주 포함)로 늘어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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