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가계부채 증가속도 면밀히 점검하라"

채원배 김창익 기자 2010.03.25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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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비상경제대책회의서… "가계부채 734조, 지속적인 관리 필요"

청와대가 가계부채 문제 점검에 나섰다.

이명박 대통령은 25일 "현재 가계부채 수준이 금융 불안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적지만 가계 부채가 늘어나는 속도에 대해서는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가계와 금융권에 미치는 영향을 점검해 나가도록 하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제 52차 비상경제대책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이같이 말했다고 김은혜 대변인이 전했다.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가계부채를 다룬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근 경제연구소 등에서 부동산 버블붕괴 가능성에 대한 경고가 나오고 있고, 신용평가기관 무디스가 한국의 가계부채 문제의 심각성을 언급하면서 정부가 직접 점검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날 가계부채 실태를 보고한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가 그동안 지속적으로 가계부채의 부실과 가능성을 경고하면서 조기 금리인상을 주장해왔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경제성장을 우선하며 금리인상에 대해 이 대통령이 이 총재와 사실상 대립각을 세워왔기 때문이다.

이 총재는 일단 "현재 우리나라 가계부채가 2009년 말 734조원으로 금융안정을 위협할 만한 수준이 아니다"라고 전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총재는 이어 "가계 부채의 절반이 주택담보대출로 구성돼 있으나 부동산 시장이 안정을 보이고 있고, LTV, DTI 규제로 담보인정 비율이 40% 중반에 그치고 있다"며 "가계부채 문제가 금융기관의 부실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다만 가계부채는 소비위축으로 이어져 중장기적으로 성장잠재력을 위축시킬 우려가 있으므로 가계부채 문제를 적절히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상당히 완곡한 표현을 썼지만 방점은 제일 끝말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 조사국이 이날 보고를 위해 만든 참고 자료상엔 국제제적인 비교를 쉽게 하기 위해 국제기준인 개인금융부채 규모(2009년 말 기준 855조 원)가 기재돼 있다.

이는 상당히 위험한 수준이란 평가다. 지난해 우리나라 개인금융부채가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08년 말 83.9%에서 2009년 3분기 현재 86.5%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남유럽의 그리스(61.4%)나 이탈리아(49.1%)보다 월등히 높고, 스페인(89%)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개인 금융자산을 부채로 나눈 재무건전성 비율(2.33)도 미국(3.22), 일본(4.40), 영국(2.73) 등 선진국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특히 주택담보대출이 부실화의 뇌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 2009년 말 기준 국내 가계대출 규모는 총 692조 원으로, 이 중 38% 가량인 264조 원이 주택담보대출(예금은행)이다. 2003년부터만 100조 원 이상이 증가했다. 신규 주택담보대출 중 변동금리 비중이 최근 다시 늘고 있어 금리가 오를 경우 부실화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대통령은 가계부채 문제 점검을 지시하면서 특히 "가계 부채에 부동산 관련 비중이 큰 만큼 주택가격동향과 건설 경기 등 관련부문의 동향을 유의해서 보고 가계부채문제로 인한 불안심리가 나타나지 않도록 정부가 국민들에게 자세히 설명하며 관리노력을 기울여 달라"고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퇴임을 앞둔 이 총재에 대해서는 "지난 4년간 임기를 성공적으로 마쳤다"며 "무엇보다 전례 없는 경제위기에 한국은행이 큰 역할을 했다. 수고했다"고 치하했다.
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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