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는 짝짓기 중…"정책대결은 어디로"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2010.03.25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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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찟기' 계절이다. 지방선거를 70여일 앞둔 여의도엔 정당간 합종연횡이 한창이다. 지분 늘리기와 줄서기, 승리지상주의가 빚어낸 다각구도 속에 당초 목소리를 높인 정책대결은 온데간데 없다.

범여권에선 한나라당과 미래희망연대(옛 친박연대) 또는 미래희망연대와 '심대평 신당'인 국민중심연합의 합당 논의가 물살을 타고 있다. 분위기는 한나라당과 미래희망연대 합당 쪽이 강하다. 미래희망연대는 25일 최고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서 다음달 2일 전당대회를 열고 한나라당과의 합당을 추인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논의가 진전된 것은 전날 서청원 전 미래희망연대 대표가 한나라당과의 조건 없는 합당을 제안하면서다. 노철래 원내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구속수감 중인 서 전 대표의 뜻을 전했고 당내 의원 8명 전원이 뜻을 함께 했다.

범여권 지지층 분열사태를 우려했던 한나라당은 반색하는 분위기다. 당 밖 '혹'을 떼 내게 됐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병국 한나라당 사무총장은 "서 전 대표 사면이란 전제조건이 사라졌기 때문에 합당엔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미래연대 내 한나라당 합당 반대파는 국민중심연합과의 합당 카드로 맞설 태세다. 이규택 대표와 이번 지방선거에서 미래희망연대 공천을 기다리던 후보군이 이쪽에 서 있다.

이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과 라디오방송 인터뷰에서 "한나라당과의 합당 논의는 이번 선거에 미래희망연대가 참여하는 것을 막기 위한 계산된 연출"이라며 "국민중심연합과의 합당을 4월 중 마무리 하겠다"고 밝혔다. 한나라당-미래희망연대-국민중심연합의 관계가 어느 방향으로 흐르든 범여권 정치지형도는 다시 그려지게 됐다.

야권 짝짓기는 일찌감치 '상견례'를 마친 상태다.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창조한국당, 국민참여당 등 야5당과 시민단체 4곳이 '5+4 연합공천' 테이블에 앉았다. 서로 '될 만한' 지역을 나눠 힘을 모아주자는 판단이다.


협상은 아직 뚜렷한 결론을 내진 못했다. 수도권 광역단체장 3곳 중 1곳을 요구하던 진보신당은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지난 16일 협상 테이블을 빠져나왔다. 나머지 야4당과 시민단체가 마련한 잠정합의문도 경기지사 선거에 출사표를 낸 국민참여당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 변수로 자칫 휴지조각이 될 상황에 놓였다.

물론 '파경'을 언급하긴 이르다. 뭉쳐야 산다는 걸 누구보다 야권 스스로 절감하고 있다. 유 전 장관도 25일 출마회견에서 "선거연합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며 "때가 되면 어떤 식으로든 연합할 명분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이런 북새통에 정책경쟁이 사라졌다는 데 있다. 짝짓기가 정책과 가치보다는 선거공학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사실상 '충청당'인 국민중심연합이 선거 직전 창당 깃발을 올린 것이나 미래희망연대를 두고 합당 줄다리기가 벌어지는 것도 표심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일찌감치 시작된 야권 연합 논의가 1달여 만에 좌초 위기에 몰린 데도 각자 '차기'를 향한 신경전 탓이 적잖을 터다.

그나마 나오는 정책도 포퓰리즘 의혹을 벗어나지 못한다. 재건축·재개발, 무상급식, 보육료 전액 지원 등 재원을 등한시한 공약이 여야를 가리지 않고 쏟아진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재정 부담을 고려하지 않은 선거용 공약을 자제해 달라며 우려할 정도다.

김호기 연세대 교수는 "이런 식의 합종연횡이나 선심성 공약은 정당정치와 선거정치의 본질을 훼손하는 것"이라며 "그 부담은 결국 국민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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