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은 무조건 시장에서 결정되나요?"

머니투데이 도병욱 기자 2010.03.27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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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과 놀자!]은행아! 놀자③ '환율의 모든 것'

2008년 10월 8일 원/달러 환율은 하루 만에 59원 올랐다. 며칠 뒤인 14일에는 71원 떨어졌다. 달러 당 1500원선을 넘을 것 같았지만 사흘 만에 1200원대로 떨어졌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경제 상황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자 발생한 상황인데, 환율이 출렁이자 시장은 물론 정부까지 비상사태 상황에 빠졌다. 환율이 지나치게 큰 폭으로 움직이면 국가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다면 환율의 하루 변동폭을 제한하면 안 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가능하다. 그런데 지금 우리나라는 그렇게 할 수 없다. 1997년부터 변동환율제를 채택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전에는 어떤 환율제도를 썼을까. 돌이켜보면 우리나라는 해방 이후부터 다양한 환율 제도를 써왔다.

해방 이후 환율 제도는 고정환율제와 단일변동환율제 등을 도입하는 등 부분적으로 계속 변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정부가 환율을 결정하는 큰 틀은 계속됐다.



환율을 부분적으로라도 시장 수급에 맡기기 시작한 것은 1980년이다. 이때 복수통화바스켓제도를 도입했는데, 이 제도는 미국 달러화를 포함한 주요 통화 움직임을 종합해 환율을 결정하는 방식이다. 당시 한은 총재는 환율 바스켓에 외환수급 전망 등을 고려해 매일 그날의 환율을 발표했다.

1990년부터는 시장에서 거래되는 환율을 평균 내 이를 다음날의 기준환율로 정했다. 단 하루 변동제한폭을 설정해 환율의 급등락을 막았다. 정부는 변동폭을 조금씩 늘렸다.

지금의 환율 제도가 도입된 것은 외환위기 직후인 1997년 12월부터다. 환율을 시장에서 결정되게 하되 환율 움직임이 지나치다고 판단되면 외환당국이 부분적으로 개입하는 방식이다.


결과적으로 우리나라의 환율제도는 점차 시장에 개방하는 쪽으로 변해왔다. 하지만 현재 모든 나라들이 우리나라처럼 변동환율제를 채택하고 있지는 않다. 환율을 특정 수준에 고정하는 것과 시장에 맡기는 것 모두 나름의 장단점이 있기 때문.

고정환율제는 일반적으로 특정한 나라에 대한 수출비중이나 의존도가 높은 나라에 적절하다. 이런 나라일 경우 환율변동에 따른 충격이 커, 이를 완화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변동환율제는 해외 자본이 자유롭게 이동할 기반을 마련해 준다는 장점이 있다. 이 때문에 경제규모가 크고 금융산업이 발달돼있는 나라들이 주로 채택하고 있다.

하지만 외환시장 규모가 작고 외부충격을 흡수할 능력이 미약한 나라일 경우 환율변동 때문에 경제가 교란되는 단점도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금융산업 규모나 경제 규모 등을 감안할 때 변동환율제가 적합하다는 분석이 많다. 다만 지난 금융위기 때 환율이 큰 폭으로 움직여 시장에 충격을 줬다는 점을 들어 환율제도를 조정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금융권 관계자는 "환율을 시장에 맡길 경우 변동성이 크다는 단점이 있지만, 외환당국의 개입으로 이에 대한 조정이 가능하다"며 "한국 상황에서는 변동환율제의 장점이 더 돋보이며, 오히려 당국의 개입을 줄여나갈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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