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원내대표가 진퇴양난에 빠진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첫 번째는 '릴레이 실언'이란 점이다. 김길태 사건으로 전국이 몸서리친 지난 16일 "좌파교육 때문에 성폭력범죄가 발생했다"고 발언한 것으로 보도된 지 불과 5일 만에 봉은사 파문에 휘말렸다.
두 번째는 원하든 원치 않든 종교계와의 대치 국면이란 점이다. 대중 정치인 입장에서 거대 종파인 불교계의 불심(佛心)과 척을 지는 것은 정치인생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
조계종 총무원은 외압 의혹을 부인했지만 당시 현장에 있던 총무원장 자승스님이 가타부타 말이 없는 점도 불리한 대목이다. 또 다른 배석자 김영국씨는 지난 23일 봉은사 주지 명진 스님의 주장을 뒷받침한 상태다.
세 번째는 6·2지방선거를 불과 3개월도 안 남긴 민감한 시점이란 점이다. 정권 재심판 성격이 짙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총력전을 펴도 시원찮을 판에 원내사령탑이 찬물을 끼얹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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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은 한 차례 안 원내대표를 엄호하는 논평을 냈을 뿐 내내 잠잠하다. 야당은 기다렸다는 듯이 안 원내대표의 정계 퇴진을 촉구했다.
김우룡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의 사퇴로 이어진 언론 탄압 의혹과 엮어 '언론·종교탄압 파문'으로, 김태영 국방장관의 흑인 비하 발언,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의 여성 비하 발언과 함께 '여권 실세의 막말 파문'으로 분류해 십자포화를 가했다.
영이 안 서게 된 안 원내대표는 지난 23일 공정공천바른경선실천대회에 이어 24일 오전 최고중진연석회의에도 불참했다. 안 원내대표가 앉던 정몽준 대표의 옆자리는 박희태 전 대표가 차지했다. 강성 발언으로 이슈를 선점하던 안 원내대표의 부재로 이날 회의는 다소 맥이 빠졌다.
뇌경색으로 입원한 누님 병문안 차 부산으로 내려가면서 공식 일정을 잡지 않았다는 게 안 원내대표 측 설명이다. 안 원내대표 측 관계자는 머니투데이와의 통화에서 "부산에 내려가 있는데 내일 오전 회의부터 정상적으로 업무를 볼 것"이라며 "어제 보도자료를 통해 밝혔듯이 대응하면 사태만 악화될 수 있어서 더 이상 입장을 밝히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