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항공사들 "국제선도 접수한다" 공세

머니투데이 기성훈 기자 2010.03.23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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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증한 국내선 점유율 바탕 잇따라 국제선 취항… 일본·동남아 등 대형항공사와 경쟁

#회사원 A씨는 벌써부터 올 여름 휴가지를 고르는 데 여념이 없다. 일본, 태국, 괌 등 A씨의 머릿속에는 여러 여행지가 가득하다. 특히 A씨는 저렴한 가격대의 저가항공을 이용할 생각이다. 저가 항공을 이용해보니 대형항공사 대비 20~40% 정도 싼데다 기내 서비스도 만족스러웠다.

출범 5년째를 맞이한 국내 저가항공사들이 대형 항공사들의 점유물로 여겨졌던 해외 노선에 도전장을 내놨다. 신규 노선은 물론 대형 항공사가 독점해온 기존 노선에도 뛰어들어 '불꽃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특히 일본, 동남아 등 근거리 국제노선에 적극 취항해, 소비자들의 선택의 폭을 넓힐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저가항공, 제주 하늘 길 '50%' 눈앞



지난 2005년 8월 한성항공(2008년 10월 운항 중단)이 부정기로 취항한 이래 저가항공사들이 국내선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항공사들의 적극적인 마케팅과 기존 이용객들의 입소문이 퍼지면서 이용객이 급증한 것이다.

한국공항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선 승객 1805만8903명 가운데 500만3775명이 제주항공 등 4개 저가항공사를 이용했다. 이는 2008년 164만명보다 3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작년 수송점유율도 27.7%로, 2008년(9.7%)과 비교하면 3배 이상으로 커졌다.

저가항공사들이 가장 강세를 보이는 노선은 가장 수요가 많은 김포-제주 노선이다. 2006년 5월 제주항공이 본격 취항하면서 2006년 3.1%로 출발했으나 2007년에는 9.9%로 높아졌다.


이어 진에어(대한항공 (22,650원 ▼100 -0.44%) 계열)와 에어부산(아시아나 (10,410원 ▲10 +0.10%)항공 계열)이 잇따라 취항한 데 힘입어 2008년 저가항공사의 수송점유율은 16.8%로 증가했다. 지난해에는 이스타항공도 뛰어들어 수송점율이 34%로 전년대비 2배 이상 늘었다.

항공사별로는 94만7000명을 수송한 제주항공(12.0%)이 가장 높았고 94만3000명을 수송한 진에어가 11.9%, 82만6000명을 수송한 이스타항공이 10.4%로 뒤를 이었다. 2008년 평균 70%에 머물던 탑승률도 지난해에는 75.3%로 높아졌다.

특히 올 1~2월 저가항공사의 '김포-제주' 수송 점유율은 50%에 육박하고 있다. 공격적인 경영에 힘입어 지난해 29.9%에서 46.9%로 급증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저가항공사의 점유율이 조만간 50%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저가 항공사의 한 관계자는 "저가 항공사의 취항 초기 제기됐던 안전에 대한 우려 등이 사라지면서 탑승률이 높아졌다"면서 "합리적인 요금을 찾는 소비자들이 점점 더 늘고 있어 저가항공사들의 점유율은 더 높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근거리 국제선도 '공격적으로'

저가항공사들은 이제 국제선에서 본격적인 경쟁을 펼치게 됐다. 지금까지 저가항공사가 취항한 정기 국제선은 제주항공의 인천-오사카ㆍ키타큐슈ㆍ방콕 노선과 김포-오사카 노선 및 진에어의 인천-방콕 노선 등 5개 노선에 불과했다.

하지만 대형 항공사 대비 30% 가량 저렴한 가격과 파격적인 마케팅 전략으로 공세를 퍼붓고 있다. 기존 일본 노선은 물론 올 여름 괌, 푸켓 등 인기 여행지로 가는 비행기는 저가항공사들이 장악할 것이라는 이른 전망도 나오고 있다.

제주항공은 오는 29일부터 김포-나고야 노선을 단독으로 주 7회 비행기를 띄운다. 이는 제주항공의 5번째 정기 국제선이다. 또 이달 말부터 주 4회 운항 중인 인천-방콕 노선을 주 7회로 증편할 예정이다. 지난해 4월 운항을 시작한 지 1년여 만이다.

제주항공은 이어 다음달 1일부터 청주에서 태국 푸켓으로 향하는 전세기를 총 21회(목·일요일 출발) 왕복 운항할 예정이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동남아 노선을 강화하기 위해 시장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면서 "특히 부산과 청주에서 출발하는 부정기편 운항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진에어는 다음 달 20일부터 인천-괌 노선을 주7회 운항한다. 인천-방콕 노선에 이은 두 번째 국제선으로, 아시아 저가항공사 중 괌 노선 운항 허가를 취득한 것은 처음이다.

부산에 기반을 둔 에어부산은 오는 29일 부산-후쿠오카 국제선 첫 취항을 앞두고 있다. 다음달 26일에는 부산-오사카에도 비행기를 띄운다. 이스타항공도 부정기편으로 국제선을 운항하고 있다.

특히 기존 대형 항공사들이 취항하지 않는 공항을 선택해 저가항공사들이 새로운 여행상품을 개발하면서 여행업계도 환영하는 분위기다.

항공업계의 한 관계자는 "항공수요가 점차 회복되는 가운데 국내선에서 자신감을 얻은 저가항공사들이 본격적인 국제선 취항에 나서고 있다"면서 "차별화된 마케팅으로 단거리 국제선에서도 저가항공사들을 찾는 소비자가 늘어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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