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 5년째를 맞이한 국내 저가항공사들이 대형 항공사들의 점유물로 여겨졌던 해외 노선에 도전장을 내놨다. 신규 노선은 물론 대형 항공사가 독점해온 기존 노선에도 뛰어들어 '불꽃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저가항공, 제주 하늘 길 '50%' 눈앞
한국공항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선 승객 1805만8903명 가운데 500만3775명이 제주항공 등 4개 저가항공사를 이용했다. 이는 2008년 164만명보다 3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작년 수송점유율도 27.7%로, 2008년(9.7%)과 비교하면 3배 이상으로 커졌다.
저가항공사들이 가장 강세를 보이는 노선은 가장 수요가 많은 김포-제주 노선이다. 2006년 5월 제주항공이 본격 취항하면서 2006년 3.1%로 출발했으나 2007년에는 9.9%로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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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진에어(대한항공 (22,650원 ▼100 -0.44%) 계열)와 에어부산(아시아나 (10,410원 ▲10 +0.10%)항공 계열)이 잇따라 취항한 데 힘입어 2008년 저가항공사의 수송점유율은 16.8%로 증가했다. 지난해에는 이스타항공도 뛰어들어 수송점율이 34%로 전년대비 2배 이상 늘었다.
항공사별로는 94만7000명을 수송한 제주항공(12.0%)이 가장 높았고 94만3000명을 수송한 진에어가 11.9%, 82만6000명을 수송한 이스타항공이 10.4%로 뒤를 이었다. 2008년 평균 70%에 머물던 탑승률도 지난해에는 75.3%로 높아졌다.
특히 올 1~2월 저가항공사의 '김포-제주' 수송 점유율은 50%에 육박하고 있다. 공격적인 경영에 힘입어 지난해 29.9%에서 46.9%로 급증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저가항공사의 점유율이 조만간 50%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저가 항공사의 한 관계자는 "저가 항공사의 취항 초기 제기됐던 안전에 대한 우려 등이 사라지면서 탑승률이 높아졌다"면서 "합리적인 요금을 찾는 소비자들이 점점 더 늘고 있어 저가항공사들의 점유율은 더 높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근거리 국제선도 '공격적으로'
저가항공사들은 이제 국제선에서 본격적인 경쟁을 펼치게 됐다. 지금까지 저가항공사가 취항한 정기 국제선은 제주항공의 인천-오사카ㆍ키타큐슈ㆍ방콕 노선과 김포-오사카 노선 및 진에어의 인천-방콕 노선 등 5개 노선에 불과했다.
하지만 대형 항공사 대비 30% 가량 저렴한 가격과 파격적인 마케팅 전략으로 공세를 퍼붓고 있다. 기존 일본 노선은 물론 올 여름 괌, 푸켓 등 인기 여행지로 가는 비행기는 저가항공사들이 장악할 것이라는 이른 전망도 나오고 있다.
제주항공은 오는 29일부터 김포-나고야 노선을 단독으로 주 7회 비행기를 띄운다. 이는 제주항공의 5번째 정기 국제선이다. 또 이달 말부터 주 4회 운항 중인 인천-방콕 노선을 주 7회로 증편할 예정이다. 지난해 4월 운항을 시작한 지 1년여 만이다.
제주항공은 이어 다음달 1일부터 청주에서 태국 푸켓으로 향하는 전세기를 총 21회(목·일요일 출발) 왕복 운항할 예정이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동남아 노선을 강화하기 위해 시장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면서 "특히 부산과 청주에서 출발하는 부정기편 운항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진에어는 다음 달 20일부터 인천-괌 노선을 주7회 운항한다. 인천-방콕 노선에 이은 두 번째 국제선으로, 아시아 저가항공사 중 괌 노선 운항 허가를 취득한 것은 처음이다.
부산에 기반을 둔 에어부산은 오는 29일 부산-후쿠오카 국제선 첫 취항을 앞두고 있다. 다음달 26일에는 부산-오사카에도 비행기를 띄운다. 이스타항공도 부정기편으로 국제선을 운항하고 있다.
특히 기존 대형 항공사들이 취항하지 않는 공항을 선택해 저가항공사들이 새로운 여행상품을 개발하면서 여행업계도 환영하는 분위기다.
항공업계의 한 관계자는 "항공수요가 점차 회복되는 가운데 국내선에서 자신감을 얻은 저가항공사들이 본격적인 국제선 취항에 나서고 있다"면서 "차별화된 마케팅으로 단거리 국제선에서도 저가항공사들을 찾는 소비자가 늘어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