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금리 1.2%p↓-대출금리 0.03%p↓, 서민은 봉?

오상헌 정진우 도병욱 김지민 기자 2010.03.23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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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금금리 '확', 대출금리 '찔끔'… 은행수익 늘지만, 고객은 '한숨만'

올 들어 대출금리 하락폭이 예금금리 내림 폭의 1/10 수준에도 못 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경제를 살리기 위해 기준금리를 낮게 유지하면서 시장금리가 하락하고 있으나, 은행들이 고객이 맡긴 돈에 대한 이자는 대폭 깎고 돈을 빌려주는 대가로 받는 대출이자는 거의 내리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금리 하락이 대출금리 하락으로 이어져 서민들의 부담이 줄어들면 소비가 늘어나 경제가 회복되는 데 도움이 된다. 하지만 수혜가 은행에 집중되면서 저금리정책의 실효성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예금금리 1.2%p↓-대출금리 0.03%p↓, 서민은 봉?


은행권에 따르면, 올 들어 국민 우리 신한 하나은행 등 국내 4대 시중은행의 1년제 정기예금 대표상품의 최고금리는 작년 말에 비해 평균 1%포인트 이상 급락했다.

KB국민은행 예금고객이 작년 말 1년제 국민수퍼정기예금에 가입하면 최고 4.55%의 이자를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날 기준 이 상품의 최고금리는 3.40%로 떨어졌다. 넉 달도 안돼 1.15%포인트 하락했다.



우리은행의 키위정기예금도 지난 해 말 최고 4.80%의 금리가 적용됐다. 그러나 이날 현재 금리가 3.60%로 1.20%포인트 하락했다. 신한은행의 민트정기예금과 하나은행의 하나369정기예금도 마찬가지다. 최고금리가 작년 말 각각 4.60%와 4.41%에서 3.45%와 3.65% 수준으로 내렸다. 올 들어 하락폭은 각각 1.15%, 0.96%포인트다.

예금금리가 내린 건 시장금리가 줄곧 하락세이기 때문이다. 대표적 시장지표금리인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작년 말 4.41%에서 이날 3.76%까지 0.65%포인트 하락했다. 이로 인해 회사채 등 다른 채권금리 하락에도 영향을 줘 예금금리가 내려갔다는 게 은행권의 설명이다.

하지만 은행들은 시장금리 하락에 더해 영업점장 전결금리를 조정하는 방식으로 예금금리를 더 깎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대출금리는 거의 내리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시장금리가 하락하면 예금뿐 아니라 대출금리도 떨어져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국민은행의 양도성예금증서(CD) 연동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작년 말 4.81~6.11%에서 이날 현재 4.58~5.88%로 0.23%포인트 떨어지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의 변동금리형 주택담보대출 금리 인하폭은 고작 0.03%포인트에 불과했다. 하나은행도 0.05%포인트 내리는 데 머물렀다. 은행 고객 입장에선 예금금리로 이자 수입이 크게 줄어들었지만 대출 이자부담은 거의 그대로인 셈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CD 등 변동금리 대출의 경우 시장금리를 적기에 반영하지 못해 예금금리에 비해 인하폭이 적다"며 "저금리 기조와 예대율 규제 등으로 은행 수익성에 빨간불이 켜진 상태여서 은행들 입장에선 금리 조정으로 이자수익을 만회해야 하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한편, 은행권에선 최근 출시된 코픽스(자본조달비용지수) 대출금리 하락폭이 CD 연동대출 금리에 비해 큰 만큼 기존 대출자들이 코픽스로 갈아타는 대출전환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도 나온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코픽스가 CD 연동 대출이 시장금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 해 나온 새 기준금리인 만큼 시장금리가 하락하고 금리인상이 늦춰질 것으로 보이는 지금 상황에선 코픽스가 더 유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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