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지주 '매트릭스' 도입 2년, 잘 됩니까?

머니투데이 도병욱 기자 2010.03.25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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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너지 커지고 있다" vs "안 하느니만 못 하다"

하나금융지주 (60,700원 ▲300 +0.50%)가 매트릭스 조직 체계를 도입한 지 2년이 지났다. 국내 금융권 최초로 도입한 이 제도에 대해 "시너지가 커지고 있다"는 호평과 "안 하느니만 못했다"는 부정적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매트릭스 체제란 지주 내 계열사를 4개의 사업부문(BU·Business Unit)으로 나눈 것인데, 코퍼레이트센터BU와 개인금융BU, 기업금융BU, 자산관리BU 등으로 나눠 운영된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지주는 매트릭스 체계 도입 2년을 맞아 제도 정착에 대한 평가와 개선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 올 상반기 중에 이와 관련 구체적인 방안이 공개될 예정이다.

일단 지주 내부의 평가는 긍정적이다. 고객을 중심으로 계열사를 재편함으로써 새로운 시너지를 창출할 기반을 마련했다는 이유에서다. 하나지주 관계자는 "당장의 성과도 있지만 더 중요한 점은 앞으로 금융산업 재편 등 변수에 대해 유연하게 대처할 기반이 마련됐다는 것"이라며 "금융시장에 큰 변화가 오면 매트릭스 체제의 장점이 돋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기업금융BU에서 본격적인 시너지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 자체 분석이다. 다른 하나지주 관계자는 "기업 입장에서 IB와 상업은행이 제공하는 서비스를 한꺼번에 받을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며 "최근 IB쪽 실적이 눈에 띄게 성장하고 있는 것이 그 방증"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의 IB 실적 증가는 결국 하나지주의 기업금융 전체의 성장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자산관리BU나 개인금융BU에서도 긍정적인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 하나지주의 예상이다. 기관 고객이나 개인 고객의 자금을 관리할 때 예금과 카드, 보험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서 고객 유인 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와 관련 현행 제도상 부스통합이나 정보 공유 등이 쉽지 않은 점이 시너지 창출의 걸림돌이 되고 있어, 시간이 지나면 효과가 더욱 긍정적으로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매트릭스 체제가 아직 자리를 잡지 못한 것은 물론, 시너지 보다는 부정적인 영향이 더 크다는 지적도 있다. 개인금융점포와 기업금융점포로 나눠지는 바람에 고객 이탈이 발생하고, 의사소통 체계가 더 복잡해져서 업무 효율이 나빠졌다는 설명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개인금융점포에서 한 기업을 고객으로 유치하려면 이를 기업금융점포와 상의해야 하는데 이 과정이 예상보다 복잡하다"며 "상의하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다 잡은 고객을 타 은행에 뺏긴 적도 있다"고 아쉬워했다.

다른 관계자도 "하나은행이라는 틀 안에 '하나개인은행'과 '하나기업은행'이 존재하는 것처럼 두 집단의 소통이 쉽지 않다"며 "은행원이 이렇게 혼란스러운데 고객들의 불편은 더 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매트릭스 조직 체계가 하나금융지주 인사의 특징이라 할 수 있는 직렬별 모집 제도와 연계되면서 조직 내 의사소통이 더 어려워졌다는 비판도 있다. 하나은행은 전통적으로 가계금융직렬과 종합직렬(기업금융 담당)을 구분해서 모집하는데, 여기에 매트릭스로 조직을 구분하니 직렬 간 간극이 더 벌어졌다는 것이다.

한편 하나지주의 매트릭스 조직 체계 도입 이후 다른 금융지주사들도 이에 대한 관심을 표했지만, 현재 매트릭스 형태로 조직을 개편하려는 곳은 없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물론 장점이 있다는 점을 알지만, 문제가 될 만한 부분도 있어 당장 도입을 검토하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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