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엔 돈 넘치는데…중기·서민 '돈가뭄'

김익태 오상헌 정진우 도병욱 김지민 기자 2010.03.23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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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자금 '양극화' 심화…은행연체율 이상급등

올 들어 은행권 대출 연체가 늘고 있는 이유는 경기회복이 지연되는 가운데 시중자금의 '양극화' 현상이 갈수록 또렷해지고 있는 탓이다. 대기업에는 돈이 넘치는 반면, 중소기업과 서민가계는 자금난이 심해지고 있다.

여기에 부동산시장에 몰아친 한파가 중소형 건설사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연체율을 끌어올려 리스크 관리에 큰 부담을 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대형 시중은행을 중심으로 은행권이 연체율 관리 비상 체제를 가동하는 등 대책 마련에 돌입했다.



◇中企·PF 연체율 증가= 지난해 말 0.76%였던 연체율이 1월 말 1.01%까지 치솟은 것은 계절적 요인이 강했다. 연말 결산 직후 신규 연체가 증가한 데다 금호그룹 등 구조조정 추진에 따른 대기업 및 중소기업 연체 증가로 연체율이 상승한 탓이다. 연말 순익을 만들기 위해 눌러뒀던 연체율이 반등한 영향이 컸다는 의미다. 당국 역시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이슈'를 제외하면 연체 증가가 크게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부 은행의 경우 연체율 상승 곡선이 가파라지고 있다. 수치 증가 부문도 전방위이다. 상대적으로 자금 사정이 나은 대기업 여신은 그나마 낫다. 일부 가계대출은 물론 중소기업 대출과 PF 대출의 연체 증가율이 두드러지고 있다. 금호그룹의 구조조정이 지연되고 있는 것도 연체율 상승에 일조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 시중은행 부행장은 "정책자금 지원이 종료되면서 중소기업 연체율이 특히 높아졌다"며 "금호그룹의 워크아웃 지연과 성원건설 법정관리 등도 연체율 상승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은행 부행장 역시 "부동산시장이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에 놓이면서 규모가 큰 PF 사업의 대출 이자연체가 눈에 띄게 늘었다"며 "연체율이 이상 급등해 일부 서민가계 대출도 관심을 갖고 들여다보고 있다"고 했다.

◇은행, 연체 관리 대책 돌입= 문제는 은행 여신이 부실화될 위험이 더욱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당장 다음 달 건설사 등을 중심으로 기업 구조조정 작업이 본격화될 예정이다. 지난해 정부의 긴급 처방으로 잠자고 있던 중소기업 부실 역시 올해 현실화될 높다는 데 이견이 없다.


지난해 12월 말 현재 18개 국내은행의 요주의 여신규모는 25조원 수준. 전년에 비해 35.9% 급증한 상태다. 요주의 여신은 1~3개월가량 연체된 채권으로 경기가 악화되면 부실화될 가능성이 높다.

각 은행들은 여신 관리 체계를 강화하는 등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조만간 연체 감축을 위한 특별 대책위원회를 열 계획"이라며 "내부적으로 본점 차원의 여신 관리를 더욱 엄격하게 하고 연체 징후가 있는 대출에 대한 해결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은행 여신 담당 관계자도 "여신 심사의 기준을 기존의 담보 위주에서 현금흐름 쪽으로 바꿨다"며 "여신관리 시스템 자체를 조정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연체율은 연말 관리를 통해 줄었다 1~2월 반등하는 경향이 있다"며 "3월 분기 결산 시 다시 하락하는 만큼 향후 추세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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