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진에 새지점, 1년만에 1등..가능하다고?

머니투데이 도병욱 기자 2010.03.23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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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은행 잘 나가는 이유]<5>경남은행 명지지점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 전 세계로 퍼져나가던 2008년 12월30일. 경남은행 명지지점이 영업을 시작했다. 은행지점 오픈이니만큼 팡파레도 울리고 축하 세레모니도 있었을테지만 분위기는 그다지 뜨지 못했다.

"잘 될까?…"



당시 명지지점 직원들은 물론 경남은행 내부와 주민들의 머리 속에는 이런 의문이 그치지 않았다. 대대로 부산은행의 텃밭인 부산에, 그것도 있던 지점을 줄이는 금융위기 속에서, 무엇보다 신임 지점장이 부임했으니 그런 의심은 당연했을지 몰랐다.
적진에 새지점, 1년만에 1등..가능하다고?


그러나 의심과 불가능은 꿈과 의지가 없는 사람의 사전에나 있는 말이다. 이창우 지점장과 7명의 직원들은 개점 초기의 황당함을 극복하고 불가능을 현실로 만들었다. 1년4개월 만에 금융위기(天時)와 부산(地利)이라는 절대적 약점을 뚫고 업무평가에서 1등에 올라섰다. 이 지점장을 중심으로 전 직원이 한마음 한뜻으로 똘똘 뭉쳐 열심히 뛴 인화(人和) 덕분이었다.

◇주민과 무조건 사귀어라="난감했죠. 아무 것도 없는 상태에서 시작을 해야 하니… 발령을 받은 게 아니라, 은행 하나 새로 만들어야 하는 기분이었습니다." 심유경 계장의 당시 회고다.



지점 인근에 제대로 된 상가 하나 없고, 주변 아파트는 입주가 제대로 시작되지도 않았는데 적진 한복판에서, 그야말로 사면초가에서 영업해야 했으니 그 막막함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을 뿐이다.

당황스럽기는 이 지점장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이 지점장은 승진하고 첫 발령지가 명지지점이었으니 부담감은 더 클 수밖에 없었을 터. "처음에 오니 아파트 각 동마다 불이 하나씩만 켜져 있을 정도로 황량했습니다. 가슴이 답답했죠."

그렇다고 손발 놓고 하소연만하고 있을 수는 없었다. 궁즉통(窮卽通), 궁하면 통하는 수가 있고 하늘은 스스로 돕는 사람을 돕는다고 했다. 먼저 인근 주민에게 경남은행을 소개하고 호감을 사는 것이 시급했다. 연고가 없는 곳에서 얼굴 알리기 가장 쉬운 방법은 많이 찾아다니는 것. 직원들은 인근 상가를 다니면서 저녁을 먹었다. 저녁을 먹고 나서, 상가 주인들에게 경남은행을 소개했다. 또 아파트 주민 대표들을 꾸준히 만나 필요한 점을 묻고, 이에 대한 해결책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했다.


◇남이 안 하는 방법으로 고객의 마음을 잡아라=하지만 이런 정도는 다른 은행지점도 기본적으로 하는 것이다. 절대적 열세인 경남은행 명지지점은 색다른 전략이 필요했다. 남들이 생각하지 못한 곳을 파고드는 것. 바로 인터넷 카페에 홍보 동영상을 올리는 것도 그중의 하나였다. 인근 아파트에 입주가 시작된다는 점을 이용해 입주민이 많이 가입한 인터넷 카페를 하나하나 찾아다녔다.

물론 쉽지는 않았다. 처음엔 단순 광고로 생각하는 이들이 많아 동영상에 달린 댓글도 싸늘했다. 하지만 직원들이 꾸준히 카페를 방문하면서 아파트 입주민과 호흡하자 냉랭했던 분위기는 조금씩 풀리기 시작했다.



봄철에는 꽃씨와 지점장이 직접 쓴 편지를 포장해 주민들에게 선물했다. 꽃씨는 관심으로 돌아왔고, 일부 고객은 "이만큼 키웠다"며 지점에 화분을 들고 와 보여주기도 했다. 꽃씨 나눠주기는 지난해 경남은행 전체로 퍼져, 전사적인 이벤트로 시행될 정도로 파급효과가 컸다.

지난해 6월부터는 지점 앞에서 음악회를 열기도 했다. '아빠 힘내세요'를 작곡한 한수성씨를 초청해 5일장이 열릴 때마다 지점 앞에서 음악 공연의 장을 만들었다. 지점 직원들은 직접 관객에게 선물과 차를 대접하며, 주민들과 인사를 나눴다.

◇주민 40%가 고객..예금만 200억=분위기는 조금씩 달라졌고, 실적도 부쩍 늘어났다. 현재 인근 아파트 지역 주민 가운데 약 40%가 경남은행 명지지점 고객이다. '경남은행이 여기 왜 들어왔지?'라며 의아해하던 주민들이 이제 경남은행의 팬이 된 것이다.



지난 2월말 현재 예금은 200억, 대출은 750억원. 작년 영업이익은 3억6000만원이었다. 절대액으로 보면 많지 않지만 8명이 금융위기 속에서 1년여만에 거둔 실적으로는 엄청나다. 이 덕분으로 영업평가에서 2등을 차지했다. 1등은 본점 영업부였으니 사실상 1등인 셈이었다.

적진에 새지점, 1년만에 1등..가능하다고?
하지만 지금까지가 오픈경기였다면 이제부터가 본경기다. 인근 아파트에 입주한 가구는 3000세대에 지나지 않아, 약 5000세대가 추가로 입주할 계획이기 때문.

이 지점장은 "이 곳은 지리적으로 경남과 부산을 잇는 관문이라는 점에서 앞으로 발전 가능성이 더 크다"며 "인근 거가대교가 개통되면 아파트 입주가 본격화될 것이기에 다시 한 번 온 힘을 다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직원들의 사기도 뜨겁다. 심 계장은 "매일 같이 야근을 하지만, 무언가를 새로 시작한다는 생각에 즐겁기만 하다"며 "출퇴근이 1시간 이상 걸리지만, 아직 명지지점으로 출근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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