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톱 채권펀드, 국내채권 이례적 투자

머니투데이 전병윤 기자 2010.03.22 09:39
글자크기

원화강세 베팅…신용위험 대비 투자 매력↑

세계 톱 규모인 글로벌 채권펀드들이 국내 채권 보유액을 늘리고 있다. 원화강세(환율하락)를 전망해 환차익을 노리고 있어 이런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신동준 동부증권 애널리스트는 "세계국채지수(WGBI)를 벤치마크로 삼는 세계 최대 글로벌채권펀드인 템픝턴 펀드 3개의 운용규모는 32조4000억원이며 아직 WGBI에 편입되지 않은 원화 채권을 2월말 현재 15.8%나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세계최대 글로벌채권펀드, 원화채권 이례적 투자…원화강세 '베팅'
펀드의 벤치마크 대상이 아닌 자산을 이 정도 수준을 투자한 것은 이례적이다.

그는 세계 국채시장 규모를 고려해 WGBI에 편입됐을 경우 예상 편입비중은 약 1.44%. 그러나 원화채권을 WGBI 편입 전에 달러(43.4%) 다음으로 높은 비중으로 투자한 셈이다.
글로벌 톱 채권펀드, 국내채권 이례적 투자


그는 1년 전인 2009년 2월과 8월에도 원화채권 편입비중은 이미 10.8%, 14.2%였으며 유로와 달러표시 한국물까지 포함하면 각각 13.2%, 16.2%까지 늘어난다고 말했다.



템플턴 펀드처럼 적극적인 매매를 지향하는 액티브형 펀드들은 적극적인 통화(currency) '베팅'을 통해 이익을 극대화하는 운용방식을 추구한다고 설명했다.

지난 2004년 2월~2007년 4월까지 39개월 동안 연속으로 국내 채권 투자 비중은 톱5를 지위를 유지한 바 있다. 편입비중의 변화는 환율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그는 "실질실효환율과 원화채권 편입비중의 흐름을 비교해 보면, 예상대로 주요통화 대비 추세적 원화강세 시기에 편입비중이 증가했다"며 " 원화강세가 추세로 자리잡는 2004년초 1150~1200원에서 편입비중 확대를 시작했고 1000원선을 빠르게 하향 돌파한 2005년 12월말 15.7%를 고점으로 비중 축소에 나섰다"고 분석했다.


신 애널리스트는 "중장기적으로 해당 국가의 통화가 강세로 전환할 시점에서 채권비중을 높이는 것이 특징"이라며 "이를 감안하면 원/달러 환율이 1000원선을 밑돌기 전까지 외국인은 원화 채권의 비중을 확대하거나 최소한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보수적 日펀드, 韓 채권 보유…WGBI 편입후 추가매수 기대
벤치마크를 엄격하게 추종하는 패시브형 펀드도 원화 채권의 투자를 확대했다.



그는 "지난 1월 도쿄에서 일본인 투자자들을 만났는데 대형은행과 정부기금들은 원화채권 투자를 거의 하지 않았지만 일본에서 한국물(사무라이채, 유로, 달러표시)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다는 대형 자산운용사에선 내부 가이드라인 상 WGBI 미편입 국가의 채권 보유 한도인 펀드 자산의 3%까지 한국 채권을 꽉 채웠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관계자가 '앞으로 국내 채권시장이 WGBI에 편입된다면 3% 비중과 별개로
원화채권을 추가로 매수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또 이 회사는 4월경 한국채권펀드 출시를 계획 중에 있다고 그는 밝혔다.

신 애널리스트는 "일본계 글로벌채권펀드는 WGBI 등 벤치마크를 엄격하게 추종하는 패시브형이 주종을 이루고 있기 때문에 올해 2월까지 일본계 자금이 국내 채권시장에 유입되고 있다는 신호는 없다"며 "향후 WGBI 편입시 일본계 자금의 기계적인 유입이 주목된다"고 관측했다.



韓채권 신용위험 대비 투자매력 높다

WGBI에 신규 편입되면 해당국 통화가 중장기 약세흐름을 보이더라도 이르면 1~3개월 후부터 글로벌 채권펀드들이 자산의 2~3% 수준에서 편입을 시작한다.

WGBI에 편입된다면, 대한민국 국채시장은 12번째로 큰 규모다. S&P 기준 A-등급 이상 27개국 중 국채10년 금리 수준은 뉴질랜드, 호주, 폴란드 다음 4번째로 높다. 우리나라 국채시장 규모는 호주의 2.0배, 폴란드의 2.4배, 뉴질랜드의 24배다.



그는 "투자자들이 원화가 여전히 저평가돼 있다는 인식을 하고 있으며 투자 매력 측면에서 주요 10개국(G10) 안에 진입했다"며 "템플턴 외에는 아직 원화 채권을 본격적으로 편입하고 있지 않지만 외국인들에 대한 국내 기관들의 해외 세일즈도 강화되고 있고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 투자자들이 신규진입을 시도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최근의 금리 하락 배경은 풍부한 유동성이며 랠리를 주도한 것은 외국인이라고 그는 진단했다. 신 애널리스트는 "채권금리의 박스권 하단과 저항선의 고비마다 외국인들은 국내기관들의 이익실현 물량을 대량 소화하며 채권금리를 끌어내렸다"며 "또 외국인들은 지난해에 줄곧 국고채 3년물만 집중적으로 사들였으나 최근엔 5년물과 10년물 등 장기 국채로 옮겨가고 있어 국가신용등급 상향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것"이라고 풀이했다.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
유럽의 재정위기, 미국?일본?영국의 신용등급 하향 위험은 지속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자산으로의 자금 유입이 단기적인 현상에 그치지 않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신용평가사인 S&P기준으로 한국의 신용등급은 A이며 같은 A등급을 비롯해 2단계 위인 AA- 등급까지 범위를 확대해서 보더라도 성장성과 건전성이라는 측면에서 한국보다 매력적으로 보이는 대상은 중국과 대만, 말레이시아 정도"라며 "아울러 중국은 성장세는 단연 1등이나 주식과 채권에 투자하는 데 있어 제한이 있음을 감안하면 한국의 매력도는 더욱 높아진다"고 강조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