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 재판 이번주 분수령…5大 관전포인트

머니투데이 배혜림 기자 2010.03.21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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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숙 뇌물 의혹사건의 1심 재판이 이번주 분수령을 맞게 될 전망이다. 총리공관 현장검증과 오찬에 동석한 정세균 전 산업자원부 장관의 증인신문 과정에서 베일에 가려진 진실이 드러날 지가 관전포인트다.

◇총리공관 현장검증…5만 달러 전달 가능할까=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재판장 김형두 부장판사)는 22일 오후 2시 사상 처음으로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현장검증을 실시한다. 현장검증에는 문제의 오찬 때 근무한 경호원과 공관 관리팀장 등이 증인으로 참석해 당시의 상황을 재연한다.



재판부는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의 증언대로 곽 전 사장과 한 전 총리가 뒤늦게 오찬장을 나왔다면 의자에 돈봉투를 놓을만한 시간적 여유가 있었는지, 한 전 총리가 돈봉투를 봤을 가능성이 있는지를 집중 확인할 예정이다.

또한 오찬장 문이 한 쪽만 열리고 참석자들이 빠져나오는 상황에서 경호원 등이 오찬장 내부에 있는 한 전 총리의 동선을 어느정도 파악할 수 있는지도 검증해야 할 사안 가운데 하나다.



◇공기업 사장 인사, 한명숙 영향력 있었나=곽 전 사장이 대한석탄공사 사장에 지원하고 한국남동발전 사장으로 임명된 과정에 한 전 총리의 영향력이 행사됐는지 여부도 이번 주 열리는 공판에서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24일 열리는 8차 공판에서 곽 전 사장에게 대한석탄공사 사장에 지원하라고 전한 산자부 직원과 사장 지원서 작성 및 제출한 대한통운 직원 등을 증인으로 불러 곽 전 사장이 건넨 5만 달러의 대가성을 입증한다는 계획이다.

이어 26일 열리는 공판에서는 곽 전 사장의 한국남동발전 사장 선임 과정에 관여한 인물 7명에 대한 검찰의 증인신문이 진행된다. 박남춘 전 청와대 인사수석이 "한 전 총리는 곽 전 사장의 인사에 개입한 적 없다"고 밝힌 가운데 산자부와 공사 관계자들의 입에서 공소사실을 뒷받침할 만한 증언이 나올 지 주목된다.


◇정세균 증인신문=정세균 전 산업자원부 장관에 대한 증인신문은 26일 오전 10시30분으로 정해졌다. 정 전 장관은 오찬에 참석한 인물일 뿐 아니라 곽 전 사장의 공기업 사장 인사에 개입한 것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검찰은 정 전 장관에게 석탄공사와 업무관련성이 없는 곽 전 사장을 사장 1순위로 추천한 경위를 신문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한 전 총리가 곽 전 사장의 공기업 사장 인사를 청탁하기 위해 오찬을 주최했다는 검찰의 주장에 정 전 장관이 어떤 진술을 내놓을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은 정 전 장관의 증인신문에 대해 '서면으로 입장 표명을 검토 중'이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어 출석 여부는 아직까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골프모자만 가지고 나왔다"=한 전 총리가 곽 전 사장으로부터 골프채 선물을 받은 의혹은 공소사실에는 포함돼 있지 않다. 하지만 검찰은 "고가의 일제 골프채를 선물할 정도로 친밀한 사이"라며 둘 사이의 관계를 뇌물수수의 유력한 정황증거로 제시하고 있다.

검찰이 증거로 제시한 골프숍 회계장부에는 클럽백과 웨어백 구입자란에 '한명숙'이라는 이름이 적혀있다. 하지만 한 전 총리가 골프채를 가져가는 장면을 본 목격자는 나오지 않은 상태다.

해당 골프숍 간부와 곽 전 사장에게 골프채 대금을 전달한 대한통운 전 서울지사장에 대한 증인신문에서도 곽 전 사장이 골프채 대금을 계산했다거나 한 전 총리가 골프채를 가져가는 모습은 봤다는 증언은 없었다.

골프채 선물 의혹과 관련해 한 전 총리가 "모자 한 개만 받았다"고 주장한 있는 가운데 한 전 총리의 운전기사는 오는 24일 법정에 나와 "골프채를 차에 싣지 않았다. 한 전 총리는 모자만 가지고 나왔다"는 취지의 진술을 할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공소장 변경할까=재판부가 지난 18일 검찰에 "뇌물 전달방식을 특정하라"고 권고함에 따라 검찰이 이번 주 공소장을 변경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공소장에는 '피고인 곽영욱은 오찬 후 다른 참석자들이 먼저 나가고 피고인 한명숙과 둘만 남아있는 기회에 2만, 3만 달러씩이 담겨 있는 편지봉투 2개를 피고인 한명숙에게 건네주었다'고 기재돼 있다. 하지만 앞선 공판에서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은 "돈봉투를 오찬장 의자에 놓고 나왔다"고 증언, 봉투가 직접 전달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논란이 일었다.

이에 대해 재판부가 돈이 건네진 구체적 행위가 명시돼야 한다고 지적, 검찰은 '건네주었다'는 표현을 '한 전 총리가 보고 있는 가운데 돈봉투를 오찬장 의자에 두고 나왔다'는 취지로 변경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 처했다.

하지만 공소장을 변경할 경우 변호인 측과의 신경전에서 밀린 듯한 인상을 줄 뿐 아니라 향후 오찬장 의자에 두고 나왔다는 공소사실을 입증하기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여 공소유지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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