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기업같은 혁신, 공기업 임무 충실"

머니투데이 전예진 기자 2010.03.22 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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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투초대석]한국감정원 황해성 원장


- 민간 평가기업과 경쟁은 그만
- 업무영업·기능 중립성 카울것
- 건전한 부동산시장 형성 기여


"민간기업같은 혁신, 공기업 임무 충실"


"올해는 감정원이 평가시장에서 중립적인 역할을 강화하고 평가기준과 방법을 연구하고 발전시키는 일에 집중해 전문성을 높여 나갈 겁니다."



황해성(57·사진) 한국감정원 원장이 올해 내세운 목표다. 그는 2007년 12월 취임 당시 법과 원칙을 준수한 노사관계와 감정평가시장의 질서 확립 두 가지를 강조했다.

일단 지난 2년3개월 간 선진화된 노사관계 구축에는 성공을 거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감정원은 '노사상생 양보교섭 실천기업인증', 지식경제부의 '기업혁신 대상 우수상'을 수상하며 대외적으로도 노사관계 변화에 대해 인정받았다.



이제 감정원은 안정된 노사문화를 바탕으로 정부의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 수행할 역할을 모색 중이다. 황 원장은 올 초 신년사에서도 감정원이 공기업으로서 정체성을 확립하는 결실의 해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피력했다.

감정원 황 원장을 만나 올해 회사 경영목표와 사업전략 등에 대해 들어봤다.

-직원들은 원장님께서 취임하신 이후 가장 큰 변화라면 노사문화를 꼽는데요. 감정원의 노사관계에서 일궈내 성과라면 어떤 것들이 있습니까.


인력감축, 임금 5% 삭감, 연봉제 합의, 대졸초임 인하 뿐 아니라 경비 13% 초과절감, 단체협약개선 등 경영효율화를 위한 협의를 한 것입니다.

지난 30년 간 공무원으로 재직하면서 노조가 없는 문화에서 일하다가 감정원에 오고 나서 새로운 문화를 경험하다보니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우선 철저한 준비를 통해 노무관리전담부서를 만들었고 외부 전문가에 노무용역을 의뢰해 조언을 받았습니다. 지난해 8월과 11월에는 노사공동워크숍을 개최했습니다.



구성원 대표와 1:1 마라톤 대화를 벌이고 노조위원장과 6시간 동안 끝장토론 등 하는 등 끊임없는 대화와 설득을 통해 직원 공감대를 형성한 끝에 노조합의를 유도할 수 있었습니다. 그 결과 지난 3월 정부 워크샵에서 감정원의 노사관계가 사례집에 우수사례에 포함되기도 했습니다.

-노사문제 외에도 지난해 감정원이 창립 40주년을 맞는 등 감정원에 오신지 2년 동안 많은 일을 겪으셨을 텐데요. 그간 성과를 돌아보고 안타까웠던 점이나 고충은 어떤 것들이 있었습니까.

내부적인 준비를 위한 변화, 조직혁신은 이뤄졌는데 외적으로 감정원 역할 정립에 대해선 눈에 보이는 성과는 미미하다고 생각합니다. 시장에서 한국감정원이 리더역할을 해줘야하는데 감정원 혼자 힘으로는 부족함을 느낍니다.



우선 부동산 시장에 감정원의 업무영역과 기능을 규정하는 제도적 틀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점을 들 수 있습니다. 감정원은 지분구조를 보면 공기업이지만 정부에서 부여된 독점적인 업무 영역에 대해 정확히 규정된 바는 없습니다. 도로공사와 토지주택공사가 고속도로, 임대주택 산업단지 개발을 맡고 있는 것과는 상황이 다릅니다.

부동산 평가업체를 지도할 수 있는 역할이 있어야 하는데 민간평가사 법인과 대등한 지위에서 경쟁하다보니 한계에 부딪힙니다. 부동산 평가업무에 대해 민영업체와 똑같이 경쟁을 하면서 감정원은 지난 8년간 영업흑자를 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생존을 위해 치중하다보니 공기업에서 해야 할 중립적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없어 안타까웠습니다.

감정원 자체적으로도 차별화 노력을 기울일 것입니다. 정부에서도 감정원의 기능과 업무영역에 대한 법 규정을 마련하는 등 올해는 해답이 나오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민간기업같은 혁신, 공기업 임무 충실"
-이달 초 한국감정원에서 감정평가업무수행의 객관화를 위해 감정평가실무매뉴얼을 보급했습니다. 이 같은 시도가 감정원이 공기업으로서 감정평가 업무영역을 확고히 하고 선도적인 역할을 자임하기 위한 것으로 보면 되는지요.

감정평가업무 시장규모는 5000억 원이고 보상금액은 연 20조원에 이르러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커졌습니다. 그런데도 그동안 감정평가사의 주관적 판단으로 보상평가의 객관성·윤리성 결여, 감정평가 불신 등의 문제점이 제기돼왔습니다.

올바른 감정평가를 위해서는 양질의 윤리의식을 가진 평가사가 있어야하고 평가기준이 정립돼야합니다. 그래서 집대성한 매뉴얼의 필요성을 느끼게 됐습니다.



이 실무매뉴얼에는 보상평가기준을 정비, 합리적 평가기반을 마련하고 개발이익 판단기준 등을 총 망라했습니다. 평가기준을 정비하고 매뉴얼 엄격히 만들면 주관적 판단 요인과 재량을 줄일 수 있습니다. 민영업체의 반발이 있더라도 이 같은 역할을 공기업인 감정원이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국감정원은 대구 혁신도시로 이전하는 방향을 추진 중입니다. 현재 이전계획 추진 상황과 반발은 없는지요.

지난해 말 한국토지주택공사와 대구시 신서동 대구혁신도시 부지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본격적으로 지방이전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현재 한국감정원의 특성을 반영하고 대구혁신도시의 랜드마크로서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는 친환경청사 건설을 위한 설계공모를 시행 중입니다.



올해 설계를 끝내고 2011년 착공에 들어가 2012년 초 이사를 마무리 짓는다는 계획입니다. 서울에는 연구원만 남겨두게 됩니다.

혁신도시의 성패는 우선 직원들이 적극적으로 이주하는데 있는데 이를 위해선 여가, 문화, 교육 등의 욕구를 해소할 수 있는 주변 환경 여건이 마련돼야 합니다. 혁신도시 공기업과 지자체 간에 협조를 해서 성공적으로 만들어가야죠. 직원들도 당장 내려가라고 하면 불편하지만 도시기반이 갖춰지면 만족할겁니다.

-재개발, 재건축을 공공이 주도하는 공공관리자제도가 올해 본격적으로 시행됩니다. 감정원에서도 공공관리자로서의 역량을 갖췄다고 생각하는데요. 앞으로 공공관리자로서 영역을 확장할 계획은 없는지요.



현재는 공공관리자로서 감정원이 나설 계획은 없습니다. 올해는 감정평가 중립성을 유지하는 본연의 기능에 충실하는 데 중점을 둘 겁니다. 시장에서 감정원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업무영역에 여력이 된다면 관심을 가져야겠죠. 하지만 아직 준비 중인 것은 없고 앞으로 건전하게 평가시장을 만드는데 치중하겠습니다.

-그렇다면 앞으로 감정원이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나아가야할 방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올해 경영계획과 목표는 무엇입니까.

정부의 선진화방향에 발맞춰 사적기능을 축소하고 공적기능을 강화하는 동시에 정부정책지원기능을 확대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감정원은 이미 일반거래평가, 공매, 경매 평가업무를 중단하고 사적평가 기능을 축소하고 있습니다. 대신 녹색성장 평가기법 개발, 감정 평가기준 연구, 보급을 통해 건전한 부동산 시장이 형성되도록 유도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9월에는 월세가격동향지수를 통계청으로부터 승인받고 12월 실거래가지수 , 주택가격동향지수 등 각종 통계자료를 공표해 정부정책지원 기능을 강화하는 한편 공기업의 역할을 다하고 있습니다. 부동산 통계자료를 개발하는 것은 공동주택 가격조사 산정 등 정부정책 지원업무를 차질 없이 지원하기 위한 기반을 구축하기 위한 것입니다.

이제는 조사시스템의 개선, 통계조사인력의 전문성 강화 등을 통해 부동산조사 전문기관으로 더욱 굳건히 자리매김할 계획입니다. 감정원이 전담하는 공동주택 공시가격에 대해서는 이제 전문성과 노하우가 축적돼 전국에 균형성 있는 가격을 내놓고 있습니다.

공시지가는 세금이 연관돼 국민들의 관심이 많은데 그 민감성을 알기 때문에 550명의 전 직원이 투입돼 전수 조사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시장 정보를 종합하고 감정원이 가지고 있는 주택자료 데이터를 취합해 동호수 별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최근 불만이 현저히 줄어들고 통계적으로도 이의 신청률이 초기에 비해 많이 줄었습니다.



이와 함께 올해는 감정원 내 부동산연구원의 연구 인력을 확충할 계획입니다. 국내 부동산학과 등 우수한 외부인력 초빙해서 활용하려고 합니다. 국내 박사급, 전문가 등 실무인력을 끊임없이 찾는 중입니다.

이를 통해 올해 영업이익율 13.7%를 달성하고 고객만족도 90점 이상을 목표로 국민에게 신뢰받는 부동산 가치평가 전문기관으로 거듭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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