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님과 스님, 신용카드 발급 왜 안되나요?

머니투데이 박재범 기자, 오수현 기자 2010.03.21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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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은 교회의 담임목사인 A씨는 최근 황당한 경험을 했다. 모 카드사에 카드 발급 신청을 했는데 '퇴짜'를 맞은 것. '목사'란 직업이 퇴짜 이유라는 설명을 듣곤 기가 찼다. 다른 카드사에서 받은 카드를 이미 사용하고 있다고 항의했지만 카드사 직원은 '카드 발급 보류'란 말만 되풀이했다.

지난해 말 기준 발급된 신용카드만 1억699만장. 경제활동인구 1인당 신용카드 보유수는 4.4장이다. 전체 인구를 기준으로 하면 2.2장쯤 된다. 카드 대란이 터지기 직전인 2002년 수준이다. 지금도 놀이동산이나 극장 등 레저시설 주변에선 '할인'을 무기로 한 카드 발급 유혹이 진행 중이다.



하지만 카드사가 모두를 반기는 것은 아니다. 개인 파산이나 신용 불량자는 카드 발급이 안 된다. 무직자들도 카드 발급이 어렵다. 직업이 있더라도 직종에 따라 '차별'을 받는다.

유흥업소 종사자들은 최우선 거부 대상이다. 재직 확인이 안 되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게 목사와 스님도 차별 대상이 된다는 점이다.



왜일까. 1차적으론 소득 문제가 꼽힌다. 대형 교회 목사의 경우와 달리 중소형 교회 목사는 안정적 소득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스님들도 마찬가지다. 주로 산 속에서 생활하는 스님들은 공간적 특성상 '추심이 어렵다'는 것도 카드사가 스님을 꺼리는 이유다.

나라를 지키는 군인도 카드를 발급받기 쉽지 않다. 훈련 등 일정 때문에 연체가 자주 발생하는데다 채권 추심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공무원'의 안정성이 빛을 보지 못하는 특이한 경우다.

대기업에 다닌다고 해서 카드사가 모두 반기는 것은 아니다. 근무 여부 파악이 쉽지 않은 생산직 직원은 발급 절차가 까다롭다.


학습지 방문 교사나 다단계 판매 종사자, 여행업종 종사자 등 인적 노동을 제공하는 사람들도 기피 대상이다. 보험설계사나 카드 모집인 등 금융권 영업직도 카드 발급을 받긴 쉽지 않다. 이 역시 근무지 파악이 어렵기 때문이다. 이들 직종의 특성상 이직이 잦은 점도 마이너스 요인이다.

금융회사들이 설계사 등을 통해 영업을 하면서도 정작 신분상으론 '정상'으로 분류하지 않는 것은 '아이러니'이기도 하다.

카드사에겐 자영업자도 별로다. 수입이 많더라도 매월 일정 금액을 받지 못하는 자영업자는 대기업 신입사원만도 못하다. 매달 수천만 원 씩 버는 자영업자의 경우 카드를 발급받더라도 '한도'가 월급쟁이에 못 미친다.

반면 교사 공무원 대기업 직원 등 신분이 보장된 급여 소득자는 '대환영'이다. 이들 직종의 경우 갓 입사한 신입직원으로 월급이 낮더라도 높은 카드 한도를 부여받을 만큼 대우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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