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SBS '싹쓸이 중계' 문제없나

머니투데이 윤미경 정보미디어부장겸 문화과학부장 2010.03.19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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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금지행위 위반여부 판단하는 '보편적 시청권' 고무줄 잣대될라

[광화문] SBS '싹쓸이 중계' 문제없나


SBS (15,080원 ▼40 -0.26%)가 올림픽이나 월드컵처럼 국민의 관심이 높은 스포츠경기를 단독중계할 자격이 과연 있을까.
 
현행 방송법에는 '보편적 시청권'을 확보한 방송사만 이같은 스포츠경기를 단독중계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보편적 시청권'은 말 그대로 국민 대다수가 시청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춰야 한다는 의미다. 방송법에는 국민 대다수의 기준을 '90%'로 못박았다.
 
SBS가 '보편적 시청권'을 확보하지 않은 상태에서 밴쿠버 동계올림픽을 '단독중계'한 것이라면 이는 '금지행위 위반'에 해당한다. 금지행위를 위반하면 시정조치를 비롯해 과징금 부과 등 각종 제재조치가 뒤따른다. 때문에 SBS의 시청가구 비중은 지금 매우 중요한 잣대로 떠올랐다.
 
그러나 규제기관인 방송통신위원회는 이 문제에 대해 아직까지 속시원한 해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지난 17일 열린 상임위원회에 'SBS 금지행위 위반 여부'가 안건으로 상정됐지만 논란 끝에 위법성 여부에 대한 판단을 유보하기로 결정했다.

판단을 유보한 이유는 "방송 3사가 남아공월드컵 공동중계를 놓고 협상을 진행 중이기 때문에 이를 감안해 자율협상으로 합의에 이르도록 하기 위해서"라는 게 방통위의 설명이다. 한마디로 이달 말까지 방송 3사가 협상하는 상황을 지켜본 뒤 위법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입장에 따라서는 달리 해석될 수 있는 참으로 모호한 결정이다. 남아공월드컵 단독중계를 고집하던 SBS가 다른 방송사와 공동중계에 전격 합의했다고 해서 '보편적 시청권' 비중이 높아지고, 그렇지 않다고 해서 이 비중이 낮아질 리 만무하다. 그런데도 방통위는 애매한 결정으로 논란만 더 증폭시키고 있다.
 
애매한 것은 방통위 결정만이 아니다. 현행 방송법령에 규정된 '보편적 시청권'의 기준도 애매하다. 법령에 명시된 '보편적 시청권' 기준은 무료방송인지 유료방송인지 경계가 없다. 해석에 따라서는 SBS가 '보편적 시청권' 자격이 있는 방송사가 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현재 SBS는 유료방송인 케이블방송의 재송신을 제외하면 시청권이 90%를 넘지 못한다는 사실에 이견을 제시하는 사람은 없다. 그만큼 '보편적 시청권'에 유료방송을 포함하느냐 아니냐는 중요한 기준이 된다. 이처럼 '보편적 시청권'을 산출하는 기준 자체가 모호한 상황에서 방통위 상임위원들은 저마다 가치판단에 따라 위법 여부를 가려야 한다.
 
'보편적 시청권'이 법령으로 정해진 까닭은 모든 국민이 제약없이 시청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7∼8년 전 OBS의 전신인 iTV가 박찬호 경기의 단독중계권을 따내면서 지상파방송사가 발칵 뒤집힌 적이 있다. 이를 계기로 이 법령이 마련됐고, 지상파 3사도 '코리아풀'을 구성해 공동중계를 시작했다. iTV는 SBS처럼 지상파로 출발한 지역민방이었지만 인천·경기 일부 지역만 시청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보편적 시청권' 자격이 없게 된 것이다.
 
유료방송은 말 그대로 돈을 내고 보는 방송이다. 공중파가 아니다. '보편'이라고 규정했을 때는 접근성에 제한이 없어야 한다는 사실을 함의한다. 그러나 이를 두고 방통위 내부에서조차 해석이 분분하다. 유료방송을 통해서든 볼 수만 있으면 된다면 굳이 '보편적 시청권'을 법령에 정해놓을 필요도 없다. 유료방송 가입자가 90%를 넘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송법에 이 기준을 마련한 것은 국민의 선택권을 제한하지 않기 위해서라고 생각한다. 이런 점에서 방통위는 SBS의 '동계올림픽 단독중계'의 위법성 여부를 매우 엄정히 가려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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