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사법개혁안 왜 강력반발하나?

머니투데이 김성현 기자 2010.03.18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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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이 한나라당의 사법개혁안을 정면 반박한 것은 여권의 '법원 길들이기'에 더 이상 끌려가지 않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삼권분립의 한 주체인 국회가 또 다른 주체인 사법부의 운영에 깊숙이 개입하도록 내버려 둘 수는 없다는 게 대법원의 기본입장인 셈이다.

박일환 법원 행정처장은 18일 성명서를 내고 "최근의 이른바 '사법제도 개선' 논의는 매우 부적절하며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일"이라며 "사법부를 배제하고 일방적으로 밀어 붙이려는 진행방식"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대법원의 이 같은 판단에는 법관 인사권 제한, 대법관 증원을 골자로 한 이번 사법개혁안이 그대로 수용될 경우 사법부의 독립성이 심각하게 훼손될 수 있다는 인식이 자리잡고 있다.

특히 한나라당이 인사권을 대폭 제한토록 한 개선안의 내용은 사법부의 권한을 크게 위축시킬 수 밖에 없다는 게 법조계 안팎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개선안은 법무부 장관과 대한변호사협회장 등이 추천하는 외부인이 포함되는 법관인사위원회를 대법원에 설치, 판사의 보직과 전보를 결정할 수 있도록 했다.

실제 외부인사들이 참여하는 법관인사위원회 설치는 대법원장의 권한 축소와 연결될 수 있다는 점을 법조계는 지적하고 있다. 또 검찰을 관장하는 법무부 장관이나 변호사들의 단체인 변협 회장이 추천하는 위원이 인사에 관여하게 되면 법원의 독립성이 침해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현재 14명인 대법관 수를 24명으로 늘리고 이 중 3분의 1 가량은 비법관 출신을 임용토록 한 개선안 내용도 대법원으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워 보인다.


대법관의 수를 대폭 늘리는 것은 대법관의 위상 하락으로 연결되고, 이는 다시 법원의 권위 추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사법부에 대한 정치권의 입김이 강화되는 부정적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 또한 적지 않다.

이와 관련해 법원 관계자는 "법원의 공식 입장은 국회가 사법부를 배제하고 일방통행식 처사를 한 것을 문제삼은 것"이라며 "현 단계에서는 구체적인 개선안 내용에 대해 언급할 내용은 없다"고 해명했다.

대법원은 MBC PD수첩과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 무죄 판결 이후 편향 재판 등 지적되고 있는 문제점에 대해서는 자체적으로 개선 방안을 마련해 조만간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박 처장은 "제도를 고쳐나가는 일은 마땅히 사법제도의 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사법부가 주체가 돼야 한다"며 "사법부 자체에서 공식적으로 활발한 논의가 진행 중이고 조만간 결과를 공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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