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전기차와 머니게임

머니투데이 여한구 기자 2010.03.17 17:02
글자크기
전기차 업체 CT&T가 CMS와 합병을 통한 우회상장을 발표한 15일.

CT&T의 우회상장 합병 대상으로 소문이 돌던 기업들의 주가는 추풍낙엽이 됐다. 하루가 지난 뒤에도 엑큐리스, 지앤디윈텍 같은 종목은 하한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CT&T와 합병한다더라'는 소문만을 믿고 관련주 투자에 나섰던 개인투자자들은 긴 한숨을 토해내고 있다.

최근 전기차는 차세대 우리 산업의 화두인 이른바 '녹색성장'의 상징으로 떠올랐다. 정부는 각종 지원책을 앞다퉈 내놓았다. CT&T가 만든 전기차는 청와대에 경내에서까지 시범운행되는 '명물'이 됐다.



전기차는 증시의 핵심 테마가 됐고, 생소했던 전기차 관련 업체들이 코스닥시장에서 급부상했다. 전기차 뿐 아니라 전기오토바이 전기자전거 관련 종목까지 우후죽순격으로 등장했고 '전기'는 주가 상승의 '매직 워드'가 됐다.

CT&T는 단연 '전기테마'의 대장 지위를 누리고 있다. CT&T가 우회상장이 되면 전기차 호재에 힘입어 주가가 크게 오를 것으로 예상되면서 CT&T는 황금알을 낳는 기업으로 부각됐다. "CT&T가 어느 기업이랑 합병을 추진한다더라"는 소식만 들리면 해당 기업은 곧바로 상한가로 직행했다.



사회 인프라, 법적 절차, 기술적 한계 등으로 인해 실제 전기차가 상용화될때까지는 갈 길이 멀다는 '충고'는 '대박의 꿈'을 꾸는 개인투자자들 앞에선 먹히지 않았다.

하지만 이들의 '묻지마 투자'심리를 이용한 머니게임의 흔적이 도처에서 드러나고 있다.

검증되지 않은 기술과, 실현성이 부족한 상용화의 장밋빛 꿈을 부풀렸고, 그때마다 주가는 상승 가속도가 더해졌다. CT&T의 합병 대상 발표 전날까지도 "우리 회사가 CT&T의 우회상장 대상"이라고 내세우며 주가를 띄우려드는 볼썽사나운 모습도 나타났다.


CT&T와 우회상장이 예정된 CMS의 최대주주가 된 기관은 합병 발표에 앞서 두 회사에 거액을 투자, 내부정보를 이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일고 있다.

물론 미래의 꿈을 먹고 사는 증시에서 투자자들이 전기차에 주목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꿈'이 '꾼'들에 의해 악용되고 왜곡되면 결말은 비참한 '악몽'이 되고 만다.



차근차근 자라야 할 미래의 성장동력이 머니게임에 휘말려 싹수부터 노랗게 된다면 그 피해는 증시에만 국한되지 않을 것이다.

2000년 어름, 사이비 정보기술(IT)벤처 광풍에 쓰러져 간 개미들의 눈물을 되새겨 볼 때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