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누로 물을 만드는' 장애인들

머니투데이 이경숙 기자 2010.03.18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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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에 물 펌프 기증' 캠페인 제안한 셈크래프트 장애인들과 채수선 대표

↑↑장애인에서 비누장인으로 거듭난 김태식 정치영 김준혁 이창민 씨가 자신들이 만든 천연수제비누를 보여주고 있다. 왼쪽에서 두번째는 셈크래프트의 손승렬 이사, 세번째는 채수선 대표. ⓒ셈크래프트↑↑장애인에서 비누장인으로 거듭난 김태식 정치영 김준혁 이창민 씨가 자신들이 만든 천연수제비누를 보여주고 있다. 왼쪽에서 두번째는 셈크래프트의 손승렬 이사, 세번째는 채수선 대표. ⓒ셈크래프트


"아무리 어려워도 우리 애들은 물은 마시잖아요? 우리가 가진 건 비누뿐인데, 이거라도 팔아서 거기 애들 물 좀 줄 수 있을까요?"

셈크래프트의 채수선(54) 대표가 말하는 '우리 애들'은 장애인, '거기 애들'은 물 부족 지역민이다.



한국의 장애인 일자리사업장 셈크래프트가 캄보디아 아이들에게 마실 물을 주고 싶다며 천연비누 '버터샤워바' 100개를 기아대책에 기증했다. 이것을 팔면 캄보디아에 물펌프 1.5대를 놓을 수 있다.

"TV에서 아프리카, 아시아의 물 못 마시는 아이들 모습을 봤어요. 아무리 어려워도 우리 애들은 물은 마시잖아요? 주위를 돌아보니 비누가 있더라구요. 그래서 우리 애들한테 이거부터 내놓자고 했죠."



통념상 장애인사업장이라 하면 도움을 받아야 할 곳으로 여겨진다. 그런데 셈크래프트는 어떻게 다른 나라의 소외계층을 돕겠다고 나선 것일까?

셈크래프트는 지난해 4월 '비누 만드느라 딸 내쫓은 부부의 사연'으로 언론에 알려진 후 천연수제비누 시장에서는 '명품'으로 자리 잡은 히트브랜드다.

채 대표와 손승렬(55) 이사 부부는 장애인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비누 공장을 세우느라 2006년 살던 집을 개조하고 장성한 두 딸을 전셋집으로 내보냈다.


이렇게 만든 비누를 연극인 신철진 씨가 시험 삼아 사용했다. 뜻밖의 '부작용'이 일어났다. 피부에 좋은 성분이 든 곡물비누로 머리를 감았더니 빠졌던 머리카락이 다시 난 것이다.

이 사연들이 언론에 보도된 후 판매량은 두 배로 늘었다. 덕분에 사회복지의 대상이던 장애인 직원들은 '비누 장인'으로 거듭 났다.

최저임금 수준이던 급여는 일반 정규직 수준으로 높아졌다. 지난해 초 10명이던 장애인 직원은 현재 14명으로 늘었다.

이제 셈크래프트는 장애인 일자리 사업장을 넘어서 어엿한 '직장'이 되었다. 채 대표는 "여기 오기까지 여러 분들한테 받은 도움이 많다"고 말했다.

"우리도 뭔가 나눌 게 없을까 하고 둘러보니 비누가 있었어요. 우리부터 내놓으면 다른 사람들도 자기가 내놓을 수 있는 것을 찾지 않겠어요? 그래서 거기 애들이 먹을 물이 생기면, 비누가 '물'이 되는 거잖아요."

이들이 기증한 버터샤워바는 곡물비누를 1년 동안 숙성시켜 만드는 것이다. 생산량에 제한이 있다. 채 대표는 "잘 숙성된 와인이 품격이 있듯 잘 숙성된 천연비누도 품질이 좋다"고 자부했다. 선물할 때 좋은 것을 고르듯 기증품도 최고로 자신 있는 제품을 골랐단다.

채 대표는 "셈크래프트는 마음의 선물 같은 존재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셈(sem)은 티베트어로 마음을 뜻한대요. 크래프트(craft)는 영어로 공예란 뜻이고요. 제가 '셈'이란 이름을, 손 이사가 '크래프트'란 이름을 붙였어요. 공예품은 선물로 쓰이잖아요. 그러니까 셈크래프트는 마음선물이 되는 거죠."

셈크래프트의 기부는 이들이 내놓은 천연비누가 팔려야 완성된다. 머니투데이는 기아대책(www.kfhi.or.kr), 사회적쇼핑몰 이로운몰(www.erounmall.com)과 손잡고 셈크래프트의 사회공헌을 돕는 '물 퍼주는 사랑' 캠페인을 펼친다.

4월 20일까지 이로운몰에서 '버터샤워바'를 사면 100개까지 매출수익 전액이 기아대책의 캄보디아 물펌프 설치사업에 지원된다. 이로운몰에 가입하거나 블로그에 캠페인 배너를 달면 1000원을, 트위터에 캠페인리본을 달면 100원을 기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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