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길태 "시신 추울까봐 물탱크에 넣었다"

부산=뉴시스 2010.03.16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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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중생 살해 현장검증 욕설로 시작 3시간여 만에 끝나

김길태 "시신 추울까봐 물탱크에 넣었다"


여중생이 실종된 지난달 24일부터 16일 현장검증까지 20여 일이 걸린 여중생 실종 살인사건이 이날 현장검증으로 경찰수사가 사실상 마무리돼 가고 있다.

현장검증에서 김길태(33)는 대역을 통해 여중생 L양(13)을 납치 살해한 과정을 L양의 집에서 부터 살해, 시신유기 등 장소에서 각 장면을 무덤덤한 표정으로 설명하고 때로는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날 현장검증이 진행되는 동안 이를 지켜보기 위해 몰려든 인근 주민들은 "살인자야 고개 들어라, 얼굴이나 한 번 보자, 너가 사람이냐" 등 김길태에 대한 분노를 쏟아냈으며, 일부 주민은 경찰 통제선 가까이 까지 다가가서 경찰과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현장검증은 범행 순서에 따라 L양을 납치한 L양의 집을 시작으로 성폭행 후 살해한 무속인의 집, 시신을 유기한 물탱크와 옆 폐가, 김길태 부모의 집, 검거장소 순으로 이어졌다.



김은 L양을 납치한 후 성폭행한 부분에 대해서는 대부분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답했으나 L양의 시신을 유기한 부분에 대해서는 범행사실을 시인했다.

첫 현장검증은 이날 오전 10시30분부터 지난달 24일 L양을 납치한 집과 같은 층에 있는 빈집에서 시작됐다. 검은색 점퍼에 모자를 쓰고 포승줄에 묶여 경찰에 끌려 현장에 도착한 김은 이곳에 온 적이 있는지, 여기서 라면을 끓여 먹었냐는 경찰의 질문에 "맞다"고 짧게 답했다.

그러나 본격적인 현장검증이 이뤄진 L양의 집에서는 대부분의 질문에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답했으며, 경찰은 김에게 큰방과 욕실을 차례로 보여줬고, 큰방에 L양이 납치될 당시 입었던 흰색 티와 분홍색 잠옷바지 옷차림을 한 어린이 크기의 마네킹을 보여줬다.


경찰은 당시 L양을 납치한 과정을 묻는 질문에 "경찰이 증거물이 있다고 하니까 할 말은 없는데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현장검증 자체가 이해가 안 된다"고 다소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또 다락방을 통해 침입한 사실에 대해서도 "기억이 안 난다"고 해 경찰은 대역을 통해 다락방을 통해 L 양의 집으로 침입하는 장면을 재연하고 L양을 무속인 집까지 납치하는 과정에 대해서는 김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해 재연이 이뤄지지 않았다.



이어 무속인의 집에서 이뤄진 성폭행과 살해 부분에 대해서도 김길태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답변으로 일관했으나 L양의 시신을 전기매트 가방에 넣은 사실과 가방을 물탱크로 옮긴 사실에 대해서는 "그렇다"고 범행 사실을 시인했다.

김은 "자고 일어나 보니 L양의 옷이 시신 옆에 있어 옆 장롱 서랍에 있는 끈으로 L양의 손과 발을 묶어 가방에 넣었는데 다 들어가지 않았다"며, "검은색 비닐봉지에 L양의 옷을 넣었다. 휴지는 경찰 조사에서 있었다고 해서 알았다"고 말했다.

가방을 메고 나가는 장면은 김의 거부로 대역이 재연에 나섰고 이 모습을 지켜보던 김은 당시 기억이 나는 듯 오른쪽 팔로 얼굴을 가리기도 했다.



이후 현장검장은 일사천리로 진행돼 L양의 시신이 발견된 물탱크 옆 폐가에서 진행된 현장검증에서 김은 시신유기 방법에 대한 경찰의 질문에 "추울까봐 미안해서 우선 물탱크에 시신이 든 가방을 던져 넣고 나와서 대야에 석회가루를 탔다.

그리고 물탱크에 석회가루와 봉지를 넣고 뚜껑을 닫은 후 그 위에 벽돌을 올려놨다"고 말했다. 현장검증을 참관하던 검사가 당시 시간을 기억하느냐는 질문에 김길태는 "당시 시계를 볼 수도 있었지만 보지는 않았다. 그럴 정신이 있었겠느냐"고 당당하게 말했다.

이어 김은 "시신을 유기하고 당산나무로 가서 얼마동안 있다가 버스를 타고 주례로 갔다"고 말했으며, 자신의 집으로 가기 전 덕포여중 뒷길에서 L양의 팬티를 버리는 장면을 재연했다.



김은 범행 다음날인 25일 부모의 집을 찾아 아버지에게서 사상서 형사 명함을 받아 전화를 걸어 범행을 부인한 사실을 확인했다. 마지막 현장검증 장소인 김이 경찰에 검거된 덕포시장의 모 빌라에서는 김을 보기 위해 현장을 찾은 시민들로 인해 검증이 이뤄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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