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이른 전기차 열풍 "아직 멀었는데.."

서명훈 김보형 기자 2010.03.16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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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시장 급속도로 커지진 않을 것

↑CT&T의 전기차 'e존'↑CT&T의 전기차 'e존'


증권시장은 물론 자동차업계에서도 ‘전기차’가 단연 화두다. 증시에서는 우회상장을 발표한 CT&T 등 전기차와 관련된 종목들이 연일 상한가를 기록하고 있다. 자동차 업계 역시 삼양옵틱스와 레오모터스, AD모터스 등 올 들어서만 벌써 3곳이 전기차 판매계획을 발표했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전기차에 대한 관심을 넘어선 '열풍'에 상당한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전기차의 발전 가능성이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실용화되기까지는 아직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 전기차 과열 주의보
자동차 전문가로 꼽히는 A교수는 최근 한 대기업으로부터 기술 분석을 의뢰받았다. 국내 전기차 회사에 1000억원 이상을 투자할 계획인데 그 회사의 기술 수준을 평가해달라는 것이었다.

전기차 열풍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A교수는 “전기차 시장이 당장 커지기에는 어려우니 투자를 재검토 하는 게 좋겠다”고 조언했다고 한다.



이처럼 많은 전문가들은 전기차에 대해 ‘아직 멀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최근 일본 노무라 증권이 발표한 자동차 시장전망 조사결과에 따르면 2020년 전기차의 예상 시장점유율은 최대 4%이다. 그것도 수소연료전지차(수소와 산소를 반응시켜 만든 전기로 가는 차)와 합친 점유율이다. 하이브리드차가 21%, 나머지 72%는 가솔린과 디젤엔진 등 현재 사용되는 내연기관차가 차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김기찬 카톨릭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어떤 가정을 세우느냐에 따라 점유율은 다소 달라질 수 있지만 10년 뒤에도 전기차가 대다수를 차지하기는 어렵다"고 충고했다.

현대·기아차가 전기차에 대해 조심스러운 행보를 보이는 것도 참고할 만하다. 현대차는 이미 1991년 쏘나타 전기차를 개발했고 2000년에는 싼타페 전기차를 제주도와 미국 하와이 등에서 2년 이상 실제 시범 운행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역시 경제성면에서 실용화되기는 어렵다는 이유로 개발이 중단됐다가 최근에야 다시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현대·기아차 고위 관계자는 "대기업이 2000~3000대 판매도 불투명한 전기차 생산을 위해 설비라인을 건설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면서 "기술개발은 계속 하겠지만 양산 문제는 정부의 보조금 지급 등을 봐가면서 결정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전기차 가격 경쟁력은?
이달부터 도심주행이 법적으로 허용된 저속전기차 시장 전망도 밝지만은 않다. 최근에 선 보인 2인승 경차의 경우 1회 충전 후 50~70Km밖에 주행할 수 없지만 가격은 납축전지 탑재 모델이 1500만원, 리튬이온전지는 2000만원 안팎으로 기아차 모닝(898만~1044만원)보다 최고 두 배 가까이 비싸다.

관련업계에서는 보조금 혜택을 기대하는 눈치지만 정부는 일반 경차와 같은 취·등록세, 개별소비세 면제 외에 추가 보조금은 시장 상황을 봐가면서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관공서 업무용 차량이나 대규모 공장 등의 구내용 순환 차량 이외의 개인구매는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전기차 업체 관계자는 "현재 관공서 등에서 구매 문의전화가 들어오고 있지만 개인 구매 문의는 없는 상황"이라며 "시장 초기 상황 인만큼 일반 개인 구매는 많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기차 붐, 우리 경제에 과연 도움될까?
최근 불고 있는 전기차 열풍의 또다른 문제점은 당장에 우리 경제에 별 도움이 안 된다는 점이다.

현재 전기차를 판매할 예정인 업체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부품을 수입해서 조립하거나 완제품을 수입해서 판매하는 형태가 많다. 정부가 전기차에 대해 보조금을 선뜻 주지 못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다. 국민의 혈세로 외국기업을 지원하는 꼴이 될 수 있어서다.

전기차의 안전성에 대해서도 좀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기계산업팀장은 "엔진과 변속기가 필요 없는 전기차는 구성면에서는 기존 내연기관차에 비에 단순해 보이지만 각 장치가 종합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면서 "여기저기서 배터리와 모터를 갖다가 달면 무조건 전기차라는 식의 발상은 위험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전기차가 제대로 꽃을 피울 수 있기 위해서는 시장 선점보다는 완벽한 품질에 힘써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첫 단추를 잘못 꿰게 되면 전기차 전체에 대해 부정적인 이미지가 형성되고 결국 그린카 보급은 물론 자동차 산업발전에도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 공학과 교수는 “저속 전기차 사업은 중소업체들에게 기술개발 기회가 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며 “하지만 충분한 심사나 평가 없이 전기차가 도로를 질주하다 안전성 문제가 터질 경우 전기차는 물론 국내 자동차 산업의 신뢰도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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