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법에 보장된 '보편적 시청권' 취지를 살리고, 스포츠중계권 확보과정에서 필요이상 외화가 낭비되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 이같은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견해가 나오는 이유는 공영방송에 중계권을 보장하는 최소한의 법적 장치가 없으면 스포츠중계가 방송의 공익성·공공성·보편적 시청권 등을 등한시한 채 자본의 논리에 휘둘리게 된다는 것을 SBS 밴쿠버 올림픽 단독중계 사례에서 분명히 드러났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SBS의 동계올림픽 단독중계와 월드컵 단독중계 강행은 '공익성보다 돈이 지배하는 방송현실'을 그대로 보여준 사례다. 지난 15일 한 자리에 모인 방송3사 사장들은 중계권 협상의 쟁점인 '돈' 문제에 대해서는 입장을 좁히지 못하고 평행선을 달렸다. SBS가 코리아 풀 합의를 깨고 단독중계권을 확보하면서 추가로 발생한 비용이나 SBS인터내셔널이 중계권 계약을 대행하면서 지급된 수수료 3% 그리고 지난 3년간 SBS가 지출한 비용에 대한 보상문제 모두가 실상은 '돈' 문제다.
무엇보다 이번 사태는 '자본'을 앞세운 SBS 같은 민영방송사와 공적 지배구조인 KBS나 MBC가 '머니게임'을 벌일 경우 공영방송이 민영방송을 결코 이길 수 없다는 사실도 확인시켜줬다. SBS가 코리아 풀을 파기하고 비싸게 중계권을 확보할 수 있었던데는 SBS가 민영자본에 의해 설립된 방송사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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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방송시장은 이미 '자본의 논리'가 지배하고 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보편적 시청권'의 의미를 법에서 좀 더 분명하게 담지 않을 경우 법의 취지 자체가 퇴색될 수 있다는 견해가 나오고 있다. '스포츠 독점중계권을 둘러싼 금지행위 위반'에 대한 판단 역시 '보편적 시청권 준수 의무'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경자 방통위 부위원장은 "국민의 관심사인 스포츠 이벤트는 단순한 행사가 아니라 사회 통합에 기여하는 역할을 한다"며 "따라서 모든 국민이 추가 비용없이 시청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즉, 케이블방송이나 위성방송같은 유료방송을 통해 확보된 시청권이 아니라, 지상파 영역에서 시청권이 확보돼야 한다는 것이다.
케이블방송 관계자도 "케이블방송과 지상파방송 사이의 저작권 분쟁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케이블을 통한 시청권 90% 확보는 법 취지에 맞지 않다"며 "SBS는 방송사에게 부여된 보편적 시청권 보장 의무를 갖추지 못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SBS가 '국민적 관심행사의 경우 시청가구의 100분의 90의 방송수단을 확보해야한다'는 보편적 시청권 의무사항을 지켰는지 여부는 17일 열리는 방통상임위원회에서 밝혀질 예정이다.
방통위 고위 관계자는 "스포츠 중계권을 둘러싼 잡음이나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감안할 때 중계권을 누가 확보하든 협상이 아닌 의무제공을 법으로 강제하는 것은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