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은행·미래에셋證, 펀드 판매수익 '적신호'

머니투데이 임상연 기자 2010.03.15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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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드 판매사 관련 수익 19% 감소

금융감독당국이 기존 주식형펀드의 판매보수를 1%이내로 인하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은행·증권 등 펀드 판매사들의 수익구조에 적신호가 커졌다.

당장 펀드 판매수익 감소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특히 주식형펀드 판매액이 많은 KB은행, 미래에셋증권 (20,500원 ▼150 -0.7%), 신한은행 등은 판매보수 인하에 따른 손익을 계산하느라 분주하다.



◆펀드 판매사 수익 19% 감소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월말 현재 주식형펀드의 평균 판매보수율은 1.233%인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감독당국의 방침대로 기존 주식형펀드의 판매보수가 향후 1%로 낮아질 경우 전체 펀드 판매사의 관련 수익은 평균 약 19% 감소하게 된다.

최근 주식형펀드의 순자산(11일 공모기준, 102조6985억원)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연간 2390억원 가량의 수익이 사라지게 되는 셈이다. 국내외 증시가 호전될 수록 펀드 판매수익은 더욱 줄어들 수밖에 없다.



회사별로는 주식형펀드 평균 판매보수율과 판매액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절대적으로 규모가 큰 KB은행, 신한은행, 미래에셋증권, 씨티은행, 우리은행 등 대형 판매사들이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펀드 판매 1위사인 KB은행의 주식형펀드 평균 판매보수율은 1.363%로 향후 1%로 낮아지면 26.6% 가량 판매수익이 감소하게 된다. KB은행의 최근 주식형펀드 판매액(20조6755억원)을 가지고 계산하면 연간 750억원((20조6755억원*1.363%)*26.5%) 가량 수익이 줄어드는 것이다.

업계 2~3위인 신한은행과 미래에셋증권도 각각 17%, 14% 가량 수익감소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신한은행과 미래에셋증권의 주식형펀드 평균 판매보수율은 각각 1.20%, 1.162%다. 최근 주식형펀드 판매액 기준으로 따지면 신한은행이 연간 267억원, 미래에셋증권 연간 221억원 정도 수익감소가 예상된다.


김후정 동양종금증권 펀드연구원은 "주식형펀드는 국민은행, 신한은행, 미래에셋증권, 우리은행, 씨티은행 등 상위 5개가 전체 판매액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며 "절대적인 규모가 크기 때문에 판매보수 인하에 따른 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감독당국이 기존 주식형펀드의 판매보수를 투자기간에 따라 단계별로 낮춘다는 방침을 세운 것도 이 같은 수익감소에 따른 업계 반발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하지만 투자기간에 따라 판매보수를 인하해도 파장은 크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박현철 메리츠증권 펀드연구원은 "국내 펀드 투자자의 평균 가입기간은 1년10개월 정도"라며 "따라서 1년 이상 투자자들에게 판매보수 인하혜택을 줄 경우 판매사 수익은 크게 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KB은행·미래에셋證, 펀드 판매수익 '적신호'


◆자승자박 Vs 포퓰리즘
감독당국의 기존 주식형펀드 판매보수 인하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엇갈린다. 우선 실질적인 이해당사자인 펀드 판매사들은 '관치금융과 포퓰리즘'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시장 가격을 인의적으로 조정하려는 게 관치금융이 아니면 무엇이냐"고 반문하며 "정부당국이 금융위기 이후 민생안정을 빌미로 시장에 직접 간섭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금융선진화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대형증권사 펀드담당자도 "펀드 판매원가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마치 판매사들이 서민들을 상대로 과도한 이익을 챙겨온 것처럼 매도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선거철을 앞둔 시점에서 준비한 것을 보면 또 다른 포퓰리즘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고 말했다.

반면 이번 판매보수 인하는 판매사들의 자초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판매사들이 펀드 서비스 향상보다는 보수 챙기기에만 열을 올리면서 자승자박의 꼴이 됐다는 것이다.

운용업계 한 관계자는 "그동안 국내 펀드 판매사들은 판매 중심의 기형적 시장구조를 이용해 과도한 이익을 챙겨온 것이 사실"이라며 "하지만 펀드 서비스는 과거와 크게 변한 게 없었기 때문에 시장의 불만이 폭증하고 결국 판매보수 인하라는 극단적 조치가 취해진 것"이라고 전했다.


미래에셋증권 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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