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길태 얼굴·실명 공개, 경찰은 '변덕쟁이'

머니투데이 김태은 기자 2010.03.12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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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길태 얼굴·실명 공개, 경찰은 '변덕쟁이'


경찰이 ‘부산여중생 납치살해사건’의 유력한 용의자 김길태(33)의 얼굴과 실명 공개를 두고 갈짓자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일관성 없는 임기응변식 조치로 비난이 집중되는 상황이다.

김길태를 ‘피의자’로 공표한 경찰은 10일 검거직후 부산 사상경찰서로 압송하는 과정에서 그의 얼굴을 노출했다. 그동안 연쇄살인범 강호순 등 흉악범에게는 모자를 씌우거나 마스크, 수건, 점퍼 등을 이용해 얼굴을 가려온 전례와 다르다.



김길태는 검거당시 파란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지만 경찰에 빼앗긴 것으로 전해진다. 덕분에 머리와 수염을 기른 초췌한 얼굴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공개수배로 이미 알려진 얼굴인 데다가 흉악범의 얼굴과 신상을 굳이 감출 필요가 없다는 여론을 반영한 결정으로 보인다.

그러나 11일에는 마스크와 야구모자 등으로 김길태의 얼굴을 철저히 가렸다. 서내 조사실에서 이동할 때나 유치장으로 옮길 때는 언론의 카메라를 피해 얼굴을 손으로 가려주기도 했다.



12일에는 다시 방침을 바꿔 얼굴을 공개했다. 이날 오후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사상서에서 부산지방법원을 오갈 때는 검거 당시와 마찬가지로 김길태의 얼굴을 고스란히 노출했다.

실명도 마찬가지다. 이미 수배시 공개된 이름을 검거직후 브리핑에서 익명 처리하지 않고 그대로 거명했다. 그러나 12일 오후 2시 사건브리핑에서는 ‘피의자 김모씨’ 또는 ‘김모’로 바꿔 불렀다.

“상부에서 김길태의 호칭을 ‘피의자 김모씨’라고 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지시를 받았다”는 전언이다.


일부에서 뚜렷한 가이드라인도 없이 섣불리 피의자의 얼굴과 이름을 드러낸 것에 대한 지적이 일자 이를 의식해 오락가락하고 있는 듯한 정황이다. 규정상 수사나 호송중 피의자의 신상을 공개하는 것은 불법이라는 지적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발의돼 계류 중이다.

한편 김길태는 검거 3일째인 12일까지도 피해자(13)을 본 적도 없다며 범행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그의몸에서 나온 DNA와 피해 여학생에게서 채취한 증거물의 DNA가 일치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살인의 명확한 증거는 되지 못한다. 경찰이 김길태의 진술에만 의존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난이 일고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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