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울진 원전 입찰 오류사태 '앞길 캄캄'

머니투데이 이군호 기자 2010.03.12 16:26
글자크기

"개찰"vs"재입찰" 의견 팽팽… 한수원 운영미숙도 지적

신울진 원전 1·2호기 건설공사의 시공사 선정 연기사태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 10일 한국수력원자력의 전자입찰시스템이 오류를 일으키면서 발생한 신울진 원전 1·2호기 건설공사 입찰문제가 현장입찰서를 개찰해야 한다는 입찰 참가 컨소시엄과 재입찰이 당연하다는 또다른 컨소시엄간 이견이 아직까지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특히 이 사태의 원인을 제공한 한수원은 각 컨소시엄이 자신들의 의견과 반대되는 결정을 내릴 경우 입찰정지 가처분신청도 불사하겠다며 반발하자 결정을 못 내리고 우왕좌왕하고 있어 빈축을 사고 있다.



◇어쩌다 이 지경까지 이르렀나=지난 10일 입찰을 거쳐 시공사를 가리려고 했던 신울진 원전 1·2호기 건설공사는 갑작스런 전산시스템 장애로 전자입찰이 취소됐다. 이에 한수원은 현장입찰로 전환해 4개 컨소시엄으로부터 입찰서류를 제출받았다.

현장입찰 서류를 받아 개찰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일부 컨소시엄이 해킹 우려가 있다고 지적하자 한수원이 지식경제부 사이버안전센터에 조사를 의뢰, 개찰은 11일로 연기됐다. 이날 한수원과 각 컨소시엄은 전산시스템 오류가 해킹이 아닐 경우 현장입찰서를 개찰해 시공사를 가리기로 합의했다.



하루가 지난 11일 오전 사이버안전센터의 조사결과 해킹이 아닌 단순 오류라고 결론내린 데 대해 각 컨소시엄이 동의하자 현장입찰이 재개되는 듯 했다. 하지만 전자입찰에서 현장입찰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일부 컨소시엄이 내역서를 바꿔 제출한 것이 확인되면서 또다시 술렁였다.

일부 컨소시엄은 전날 합의는 전자입찰과 현장입찰간 내역서 변경이 없을 경우에만 유효하다며 재입찰을 요구하고 나섰다. 반면 반대 컨소시엄은 전자입찰이 전산시스템 오류로 무효가 된 뒤 현장입찰로 새 입찰을 진행한 것이기 때문에 내역서 변경은 문제될 것이 없다며 현장입찰서를 개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한수원은 11일 저녁 재입찰 등 여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현장입찰을 개찰하자는 컨소시엄과 재입찰을 해야 한다는 다른 컨소시엄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이날까지 공전을 거듭하고 있다.


특히 이번 입찰문제의 원인을 제공한 한수원은 각 컨소시엄이 입찰의 공정성 자체가 훼손된 상황에서 자신들의 주장에 반대되는 결정을 내릴 경우 입찰정지 가처분신청도 불사하겠다며 강력 반발하자 결론을 못 내리고 우왕좌왕하고 있다.

◇원전 수출국가 맞아?=이번 신울진 원전 1·2호기 건설공사 입찰마저 재입찰을 거치게 됨에 따라 이 공사는 지난해 3월 첫 입찰 이후 올해 3월까지 1년 동안 10차례에 걸쳐 유찰을 거듭하고 있다.

작년 첫 입찰에서는 2개 컨소시엄만이 신청서를 제출, 유찰됐고 재공고를 한 뒤에도 다시 2개 컨소시엄이 참여하며 유찰됐다. 이후 입찰에서는 3개 컨소시엄이 참여했지만 업체들이 낸 가격이 입찰조건을 만족시키지 못하며 유찰을 계속됐다.

최저가낙찰제를 통해 공사비를 절감하려는 한수원의 오판과 원전 르네상스 시대를 선도하기 위해 이번 공사를 반드시 수주해야 한다는 건설사간 과욕이 거듭된 유찰의 원인이었다.

이에 따라 한수원은 이번 입찰을 반드시 성사시키기 위해 입찰조건을 완화하면서 최종 시공사를 가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지만 전산시스템 장애라는 예상치 못한 복병이 등장했다.

한수원이 이번 입찰을 앞두고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했지만 시스템이 안정화되지 못한 상황에서 입찰을 집행했던 것이 원인이었다. 조달 시스템을 제대로 검증하지 못한 것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신울진 원전 1·2호기가 1년 동안 유찰을 거듭하는 동안 우리나라는 아랍에미리트 원전을 수주했다"며 "한수원의 입찰집행 미숙과 건설사간 과열경쟁이 어우러진 촌극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