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성능 도대체 어디까지 왔나?

머니투데이 서명훈 기자, 박종진 기자 2010.03.12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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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개발 8부 능선, 관련 인프라 '걸음마'… 상용화까지 과제 많아

오는 30일부터 시속 60km 이하의 저속 전기차가 도심 주행이 가능해 짐에 따라 전기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더욱이 현대·기아차 (105,600원 ▲2,100 +2.03%)를 비롯한 각국의 자동차업체들이 전기차 모델을 잇따라 내놓으면서 ‘전기차 시대’가 성큼 다가온 느낌이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전기오토바이와 전기자전거가 곧 출시될 예정이다. 시대를 앞당길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기술적 문제, 충전소 등 인프라 등 상용화하기에는 넘어야할 산이 많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전기차 어디까지 왔나
미쓰비시는 지난해 7월 세계 최초의 양산형 전기차인 아이미브(i-MiEV)를 선보인데 이어 올 4월 일본에서 판매를 시작할 예정이다. 최고 속도 130km/h에 1회 충전으로 약 160km를 주행할 수 있다.

르노-닛산자동차는 각각 ‘메간’과 ‘큐브’ 전기차를 개발하고 있다. 이들 차량은 최고 속도 110km/h에 1회 충전으로 시내에서 100km 이상을 주행할 수 있다.



GM과 포드, 크라이슬러 등 미국 ‘빅3’도 전기차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하이브리드 차량에 주력해 왔던 토요타도 전기차 출시를 서두르고 있고 중국 BYD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F3DM’에 이어 순수 전기차 ‘e6’ 개발을 끝내고 전기차 경쟁에 뛰어 들었다.

↑현대자동차의 전기차 모델 'i10 EV'↑현대자동차의 전기차 모델 'i10 EV'


규모는 작지만 미국의 테슬라(Tesla)를 비롯해 AC프로펄젼, 노르웨이의 Think 등도 전기차 개발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국내업체 가운데는 현대차가 지난해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i10을 기반으로 한 ‘i10 EV’를 선보였고 기아차 역시 친환경 콘셉트카인 ‘벤가 전기차’를 제네바 모터쇼에서 공개했다.


최근에는 중소형업체들을 중심으로 전기오토바이를 속속 선보이고 있다. 삼양옵틱스와 레오모터스, S&T모터스 등이 내달부터 50·100·150cc급 전기오토바이를 시판할 예정이다.
↑기아차의 친환경 콘셉트카 '벤가 전기차'↑기아차의 친환경 콘셉트카 '벤가 전기차'
◇전기차 시대 넘어야 할 산 많다
전기오토바이는 전기차에 비해 대중화가 보다 쉬울 것으로 보인다. 전기차의 대표적 단점인 비싼 가격과 짧은 주행거리가 이륜차에서는 상대적으로 상쇄되기 때문이다.

판매가는 50cc급에 해당하는 모델이 300만원대 선으로 비싸지만 서울시 등 정부가 최대 170만원까지 보조금을 줄 방침이어서 일반 스쿠터와 비슷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기계산업팀장은 "국내는 단거리 위주의 배달용 오토바이가 많아 전기이륜차 시장이 빨리 자리 잡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전기오토바이가 기대만큼 대중화될 것인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이륜차에는 탑재할 수 있는 배터리 용량에 한계가 있어 우리나라처럼 평지보다 오르막길이 많은 환경에서는 짐을 많이 실으면 정상주행이 어려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기이륜차가 국내 실정에 적합하지 않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전기오토바이를 비롯해 전기차의 최대 과제도 배터리다. 현재 전기차는 1회 충전으로 최대 160km 정도 밖에 주행할 수 없다. 반면 배터리와 관련 부품 가격은 차 값의 대부분을 차지해 미쓰비시 아이미브의 경우 배터리 가격만 5000만원에 달한다.



일반적으로 1kWh의 전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11.9kg 배터리가 필요하다. 전기차가 가솔린차를 대체하기 위해서는 1회 충전으로 300~400km 정도 주행이 가능해야 한다. 현재 기술로는 배터리 무게만 360~480kg에 이르게 돼 가솔린 차량을 완전 대체하기는 역부족이다. 이런 점들을 고려하면 지금까지 개발된 전기차는 세컨드카에 더 적합하다.

전문가들은 배터리 기술에서 획기적인 도약이 이뤄져 용량이 대폭 늘어나고 가격도 지금의 10% 이하로 떨어져야 본격적인 대중화가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전기차의 또 다른 '아킬레스건'은 추위에 약하다는 점이다. 영상 3~4도만 되도 배터리 성능이 떨어지면서 주행가능거리의 절반 밖에 못가는 경우가 발생한다.



충전 인프라 역시 걸림돌이다. 전기차는 일반적으로 가정에서 충전할 경우 4~6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전기차 이용이 보다 편리해지려면 30분 이내에 충전을 끝낼 수 있는 급속 충전소 보급이 뒤따라야 한다.

일부에서는 충전소에서 배터리를 충전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충전된 배터리로 교환하는 방식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되려면 전기차에 들어가는 배터리가 표준화돼야 한다. 하지만 모든 자동차 업체들이 만족하는 표준을 만드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업계 전문가는 "전기차는 차세대 배터리기술을 누가 선점하느냐에 승부가 걸렸다"며 "전기이륜차는 이미 중국에서 100만 대 이상이 도로를 누비고 있고 생산하는 업체도 30곳에 이른다"고 밝혔다.



이 전문가는 "전기차의 한계를 인식하고 기술개발에 집중해야 한다"며 "자칫 전기차는 선진국에 밀리고 전기이륜차는 중국 등 후발주자한테 치이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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