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 상장, '대어' 쥔 장외 3인방

머니투데이 배성민 기자 2010.03.18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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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 CEO In & Out]정용진 부회장ㆍ이재현 회장ㆍ이민주 회장

대어 삼성생명의 증시 입성이 임박한 가운데 삼성생명 상장 과정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들이 있다.

무엇보다 그룹 수뇌부와 삼성생명 임원들은 삼성전자와 더불어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삼성생명의 상장을 각별하게 지켜본다. 삼성생명의 상장이 그룹의 변화와 직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삼성생명 외부에서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들은 누구일까? 이들은 회사 차원에서 또는 개인적으로 삼성생명 주식을 상당량 갖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공개적으로 삼성생명 일부 지분을 처분하겠다고 밝힌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조 단위의 현금 동원력을 바탕으로 장외에서 삼성생명 주식 매집을 실행한 이민주 에이티넘파트너스 회장이 대표적이다. 또 2000년에 한차례 삼성생명 일부 지분을 매각했던 이재현 CJ그룹 회장도 주목을 끈다.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 "삼성생명 주식은 미래성장 동력"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지난 2월24일 JP모건이 서울 신라호텔에서 주최한 '한국CEO컨퍼런스'에 참석해 "삼성생명 주식을 보호예수 기간이 끝난 후 적정주가 범위 내에서 매각해 미래성장을 위한 투자에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신세계가 보유 중인 삼성생명 주식은 장외시장 평균금액이 1주(이하 액면가 5000원 기준)당 100만원이란 점을 감안할 때 2조7000억원 정도"라며 "상장될 경우 공모가액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보유주식 중 일부가 구주 매출에 포함될 수 있도록 협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의 언급 이후 신세계와 삼성그룹 쪽의 삼성생명 구주매출 논의도 본격화되고 있다. 신세계 쪽은 삼성에 삼성생명 50만주를 매각하는 방안을 제의하고 막바지 절충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상장 준비를 맡고 있는 증권업계 고위 관계자는 "신세계 쪽과 삼성이 삼성생명 50만주 매각 안을 놓고 막바지 논의를 벌이고 있고 그 수량이 거의 결정된 상황"이라고 밝혔다.


신세계는 현재 삼성생명 지분 13.57%(271만4400주)를 보유한 3대 주주다. 삼성이 고 이병철 회장 사후 삼성그룹 외에 CJ(당시는 제일제당), 신세계, 한솔그룹 등으로 계열 분리되기 이전부터 신세계 쪽에서 보유했던 주식들이다.

삼성생명 일부 지분을 처분한 대금의 사용 용도는 공식적으로 미래 성장을 위한 투자 확대와 수익성 개선을 위한 것으로 돼 있다. 그룹 주변에서는 이 같은 목적이 국내 온라인사업 강화와 중국사업 계획 등과 직결된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할인점과 백화점시장이 급성장세가 멈춘 만큼 유통분야의 틈새시장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신세계 쪽은 현재 중국사업이 점포망 확충 등 기반 다지기에 집중하고 있는데 장기적으로 인수ㆍ합병(M&A)이나 전략적 제휴 방식으로 중국 내 다른 지역으로 사업을 확대하는 전략을 검토할 것이라는 입장을 내놓은 상태다.

온라인 쇼핑몰과 관련해서는 이마트몰과 신세계몰 등을 통해 온ㆍ오프라인 시너지를 강화하는 방안을 실행 중이다.

◇삼성생명 주식으로 그룹 변신 일궈낸 CJ



삼성의 친족그룹으로 CJ그룹의 행보도 관심거리다. CJ그룹은 홈쇼핑 회사(현재의 CJ오쇼핑, 당시는 삼구쇼핑)를 사들이면서 지난 2000년 삼성생명 주식 25만주를 처분한 바 있다.

당시 처분가액은 주당 28만원 정도로 알려져 있어 현재(장외 거래가 100만원 안팎)와 비교할 때 큰 차이가 나긴 하지만 CJ로서는 그룹의 체질 변화라는 큰 결실을 이끌어냈다.

식품회사의 이미지가 강했던 CJ는 이재현 회장의 주도 하에 식품 외에 신유통, 엔터테인먼트, 생명공학 등 4가지를 핵심 사업영역으로 정하면서 M&A 등으로 신속한 사업 재편의 실행에 나선 바 있다.



CJ그룹의 M&A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분기점은 2000년 5월 홈쇼핑업체 삼구쇼핑 인수다. 이를 통해 신유통 분야를 개척했을 뿐 아니라 복수케이블TV방송사(MSO) 사업의 발판을 다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엔터테인먼트 사업에서도 영화 투자 및 배급(CJ엔터테인먼트), 극장(CGV), 각종 케이블TV 프로그램 설립 등으로 의욕적인 사업 전개에 나섰다.

홈쇼핑 인수 이후에는 자연스럽게 물류업 강화에 나섰다. 이 같은 사업 자금의 원천은 그룹 내 유보 현금이 이용되기도 했지만 역시 삼성생명과 삼성전자 지분 매각의 역할이 컸다.



하지만 이 부분이 오히려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삼성전자 매각(1998~2000년) 당시 가격은 10만원을 밑돌거나 20만원대 전후였던데 비해 매각 직후 2~3년 사이 50만~60만원까지 치솟았다. 삼성생명도 매각한 후 10년 가량이 지난 현재는 100만원대를 넘보고 있다.

CJ그룹 주변에서는 당시 삼성전자 매각 실무를 맡았던 담당 임원이 매각 전후의 상황 변화로 인해 그룹을 떠났다는 얘기도 들린다.

현재 CJ그룹의 대표 계열사인 CJ제일제당과 CJ가 각각 삼성생명 4.8%(95만9151주), 3.2%(63만9434주)를 보유 중이다. 외부적으로는 이 지분의 처리 방향은 안개속이다. CJ쪽은 일단 매각 시기와 물량을 특정하지 않은 채 "삼성생명 지분이 비핵심 자산으로 오래 갖고 있을 생각은 없고 가격만 맞으면 판다"는 원론적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삼성생명 장외 매집한 이민주 회장도 대박꿈

신세계나 CJ 같은 친족기업과 오너 일가 외에 삼성생명 주식과 밀접한 관련을 가진 '큰손'이 있다. 바로 1조원대 현금 동원력이 있다고 알려진 이민주 에이트넘파트너스 회장이다.

이 회장은 외환위기 때 지역 케이블 방송사들을 사모아 MSO회사인 씨앤엠(C&M)을 설립한 후 이를 되팔아 1조4000여억원을 거머쥐었다. 그뒤 수년간의 관망기를 거쳐 지난해 자산관리회사 등을 통해 신문로 금호생명 빌딩과 역삼동 ING타워를 사들였고, 최근에는 미국 석유개발회사인 스털링에너지(SEI) 등을 매입한 바 있다.



이 회장의 지난해 투자 중 비밀스러웠지만 큰 주목을 끌었던 것은 삼성생명과 관련된 것이다. IB(투자은행)업계에서는 이 회장이 10만주 안팎의 삼성생명 지분을 사들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회장의 삼성생명 지분은 장외에서 사들인 것으로 주로 CJ그룹이 삼구 쪽에 팔았다 다시 시장에 나온 물량으로 알려진다. 그가 매입할 때와 현재를 비교할 때 장외 거래가는 3~4배가량 출렁였던 것으로 분석된다.

자금 투입 못지않게 적절한 타이밍에 투자금을 회수하는 것으로도 유명한 이 회장의 행보에 비춰볼 때 그의 삼성생명 지분 처분 시점도 주목을 끈다.



이밖에 1999년 당시 삼성이 삼성차 문제로 위기에 빠졌을 때 삼성생명 주식을 주당 5000원에 배정받았던 전현직 임직원들도 삼성생명의 상장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현재 분기보고서 상에 삼성생명의 소액주주는 5595명으로 기재돼 있다. 이들 중 상당수는 수백주의 삼성생명 주식이면 집 한채는 사들일 수 있다는 대박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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