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재판장 김형두 부장판사)의 심리로 진행된 한 전 총리에 대한 두 번째 공판에서 곽 전 사장은 "강동석 전 건설교통부 장관과 정세균 전 산업자원부 장관이 오찬장을 나간 뒤 의자에 돈봉투를 놓고 아주 짧은 시간에 뒤따라 나갔다"고 진술했다.
이는 곽 전 사장이 한 전 총리에게 돈을 '직접' 건넨 것은 아니라고 밝힌 것으로, 검찰의 공소 내용과 다르다는 점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앞서 검찰은 공소장에서 '곽 전 사장이 오찬 후 다른 참석자들이 먼저 나가고 한 전 총리와 둘만 남아있는 기회에 2만 달러와 3만 달러가 든 봉투를 한 전 총리에게 건네주었다'고 밝힌 바 있다.
검찰은 이날 한 전 총리의 전화번호 2개와 2004년 1월6일과 7월20일 한 전 총리와 오찬을 한 사실이 적혀 있는 곽 전 사장의 수첩을 증거로 제시하며 둘 사이의 관계를 집중 추궁했다.
또 곽 전 사장으로부터 "한 전 총리와 함께 서울 서초구에 있는 골프숍을 방문해 1000만원 상당의 골프채 세트를 선물했다"는 진술과 "한 전 총리가 총리 재직 시절 통화한 사실이 있다"는 진술을 받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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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곽 전 사장은 통화 시점이 공기업 사장 지원 이전인지 아니면 이후인지, 어느 회사에 지원했을 때인지에 대해서는 기억하지 못했다.
그는 "(통화시점이)원서를 접수하라고 지시했을 때인 듯 하지만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며 "(당시 지원한 회사가)석탄공사인지 남동발전인지, 한국전력인지도 확실치 않다"고 말했다.
검찰의 주장에 따르면 곽 전 사장은 2006년 11월 말 석탄공사 사장으로 지원하라는 산자부 고위 공무원의 전화를 받은 뒤, 자택을 방문한 산자부 과장으로부터 석탄공사 현황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입사원서를 냈다.
그러나 곽 전 사장은 석탄공사 사장에 선임되지 않았다. 결국 이듬해 3월 한전 임원으로부터 사장 지원서를 제출하라는 연락을 받았고 같은 달 31일 남동발전 사장으로 선임됐다.
이와 관련해 곽 전 사장은 "산업자원부에서 찾아와 (입사지원서를)내라고 하니까 사장으로 선임될 거 같다는 '느낌'(feeling)을 받고 한 총리에게 전화해 '사장으로 선임될 것 같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한 전 총리와 친한가'라는 검사의 질문에는 "훌륭한 분이 친절하게 대해줘서 부드러움을 느끼고 친하다고 느꼈다"면서도 "친한 거 같지.."라며 말꼬리를 흐렸다. 곽 전 사장의 오락가락 진술에 재판부는 여러 차례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정확히 말하라"고 말하며 난감해 하기도 했다.
곽 전 사장은 검찰의 심야조사 등 무리한 수사로 생명의 위협을 받았다는 진술을 내놓기도 했다.
그는 공소사실을 진술하게 된 경위에 대해 "몸이 아파서 살려고 얘기했다"며 "검찰 조사가 끝난 뒤 새벽 늦게까지 남아 정치인들과 관련된 혐의에 대한 대화를 나눠 2시간밖에 잠을 잘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심야 조사는 없었다"며 "오해가 생긴 것 같은데 곽 전 사장의 구치소 출정기록을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재판부는 곽 전 사장의 진술의 신빙성을 확인하기 위해 곽 전 사장의 횡령 혐의 조사 과정을 담은 영상녹화물과 정세균 전 장관의 보좌관 강모씨에 대한 내사자료에 대해 변호인단의 열람을 허용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