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 4천억 신울진 원전 '허술한' 입찰관리

김수홍 MTN기자 2010.03.11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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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셀 버전 달라 전산 오류 발생

< 앵커멘트 >
신울진 원자력 발전소 건설사업이 입찰 과정에 큰 차질을 빚고 있습니다. 1조 4천억 원짜리 초대형 사업인데도 입찰과정이 너무 허술하게 진행되고 있어 승자도 패자도 개운치 않은 결과를 얻게 될 것 같습니다. 김수홍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

한국수력원자력은 당초 신울진 1, 2호 공사 전자입찰을 어제 마감하고 낙찰자를 발표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입찰에 참여한 4개 건설사 컨소시엄 가운데 2곳의 접수과정에 오류가 발생했고, 한수원은 부랴부랴 방식을 바꿔 현장으로 입찰서류를 갖고 오라고 업체들에게 통보했습니다.

하지만 한 건설사가 해킹 의혹을 제기하면서 현장입찰도 결국 연기됐습니다.

지식경제부 사이버안전센터가 해킹 여부를 조사한 결과 한수원과 건설사들이 사용한 엑셀 프로그램 버전이 달라 빚어진 '단순 오류'였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수원은 보통 본입찰 전에 하는 시뮬레이션도 하지 않아 오류를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녹취] 한국수력원자력 관계자
"저희가 요새 컴퓨터 프로그램을 신규로 좀 들어온 게 있어요. 업그레이드하면서 그래서 그런 것 같거든요"

차선책으로 택한 현장입찰 과정도 매끄럽지 못합니다.

전자입찰에 이미 접수를 했던 삼성과 대림산업 컨소시엄은 당시 입찰서를 그대로 현장에 제출한 반면, 현대건설과, 대우건설 컨소시엄은 입찰가격을 수정해 제출했습니다.

이 때문에 그대로 현장입찰을 진행할지, 유찰시키고 재입찰을 할지를 두고 발주처인 한수원이나 참여 건설사들도 우왕좌왕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한 건설사에서 현 상태로 입찰이 진행되면 '절차상 하자'가 있다는 법무팀 검토의견을 들고 나오면서 상황이 더 복잡해졌습니다.

신울진 1, 2호는 사상 최초로 원전 해외수출을 달성한 것과 같은 모델로, 해외 원전시장에 진출하려는 건설사들이 치열한 수주전을 벌였습니다.

사업비만도 1조 4천억 원 규모입니다.

이 때문에 발주처의 허술한 입찰 관리로 자칫 건설업체간의 법적 분쟁도 우려되고 있습니다.

[녹취] 입찰 참여건설사 관계자
"결과가 어떻게 되건 간에 아무래도 개운치 않지요."

고도의 안정성과 정밀성을 요구하는 원자력발전소 건설.

하지만 입찰과정은 이미 9번의 유찰을 거치고도 여전히 상식 이하의 허술함을 곳곳에서 드러내고 있어 지켜보기에도 민망하다는 비난을 받고 있습니다

머니투데이방송 김수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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