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 바뀐 공기업 인사 '개혁 태풍이 분다'

머니투데이 임동욱 기자 2010.03.12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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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공기업을 중심으로 나타나고 있는 인사개혁 내용 및 언론 보도에 담기지 않은 자세한 내용까지 알아보고 보고해 달라."

한 시중은행 인사담당 임원이 최근 공기업의 인사혁신 현황을 상세히 조사해 보고하도록 지시했다는 후문이다. 민간기업, 그것도 대형은행 인사 총책임자가 '철밥그릇' '연공서열' 등 '구태'의 상징처럼 여겨졌던 공기업 인사제도에 대해 각별한 관심을 보인 것은 왜일까.

왠만한 바람에도 '꿈쩍 않던' 공기업이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정부의 공공기관 선진화 추진에 따라 최근 공기업에서 나타나고 있는 인사제도 변화는 단순한 제도개편 수준에 머무르지 않는다.



과거 근무연수에 따라 직급 및 호봉이 올라가고 일정 연령까지 자리가 보장됐던 '온정'은 더 이상 찿아보기 어렵다. 해당 업무영역 독점에 따라 나타난 공기업 특유의 '느긋함'도 '경쟁' 개념이 도입되면서 바뀌고 있다.

토지주택공사는 올해 초 2중ㆍ3중의 인사 공개검증 시스템을 도입했다. 특별인사실무위원회, 보임인사추천위원회를 통해 무능력자, 비리자, 외부청탁자를 인사 대상에서 걸러냈다. 이어, 1ㆍ2급 80여 명에 대해 임금피크제를 시행하고, 26개 부서장 및 139개 팀장급을 하위직에서 발탁하는 등 연공서열 파괴인사를 단행했다.



관광공사도 지난 1월 상급자가 하급자(팀장급 이상)를 선택하는 '인사 드래프트제'를 도입, 경쟁에서 탈락한 간부를 팀원으로 발령하고 '저성과자 후보' 대상으로 분류했다. 경쟁탈락자 및 평가 부진자에 대해 3차례의 교육 및 복귀 기회를 제공한 후 심사에서 최종 탈락시 직권 면직하는 삼진아웃제를 실시한다.

국내 최대 공기업인 한국전력은 지난해 공개경쟁 인사시스템을 도입하고, 처ㆍ실장급이 자신의 밑에서 일할 팀장 및 지점장급 부하를 결정하도록 했다. 사내에 만연한 각종 인사 청탁과 '줄서기'를 일소하기 위한 조치였다. 아무 곳에서도 부름을 받지 못한 직원은 무보직으로 교육연수원에 입소해 혁신과제를 수행해야 한다.

한국거래소 역시 임원의 50%와 부서장ㆍ팀장의 40%를 교체하는 파격적 인사쇄신과 함께 '부하직원 선택제'를 도입했다.


인사제도 변화는 곧 보수체계에도 영향을 미친다. 수자원공사는 지난해 말 노사합의에 따라 직무ㆍ성과 중심 연봉제를 도입하기로 하고, 호봉테이블을 폐지했다. 아울러, 7개 등급의 직무급을 도입하고, 총 연봉 차등 폭을 현행 8%에서 20%로 확대했다.

철도시설공단도 성과연동형 보수체계를 구축, 적용대상을 현행 2급 이상에서 전 직원으로 확대키로 했다. 5등급의 직무급을 도입하고, 성과연봉 차등 폭을 현행 20%에서 100%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정부도 이 같이 일부 기관에서 나타나고 있는 '변화의 바람'을 전 공기업으로 확산시킨다는 방침이다.

지난 9일 열린 공공기관 선진화 우수사례 워크숍에서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인사드래프트제, 삼진아웃제 등 민간 기업에서나 들을 수 있었던 말들을 이제는 공공기관에서도 들을 수 있다"며 "앞으로 이 같은 인사개혁의 흐름을 모든 공공기관으로 확산시켜 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장관은 "공공기관은 외부경쟁 없이 현상유지에 안주하다 보니 조직구성원의 평균연령이 민간보다 높아 인력순환과 조직 관리에 어려움이 많다"며 "이런 조직은 마치 동맥경화 상태에 있는 환자와 같아, 그대로 두면 활력을 잃고 침체에 빠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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