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은 11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금리를 2% 현 수준에서 동결했다고 발표했다.
↑ 임기중 마지막 금통위를 주재하는 이성태 총재
금리 동결 배경에 대해서는 "최근 국내 경기는 회복세를 지속하고 있지만 일부 국가의 과다채무 문제 등으로 향후 성장경로의 불확실성이 상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준금리는 지난해 2월 현 수준인 2.0%로 인하된 뒤 1년1개월간(13개월째) 같은 수준을 유지하게 됐다. 한은은 금융위기 수습을 위해 5.25%였던 기준금리를 2008년 10월부터 매달 인하해 지난해 2월에는 2.00%까지 낮춘 바 있다.
이번은 이성태 총재가 3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주재하는 사실상 마지막 금통위란 점에서 주목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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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총재는 4년 전 취임사에서 "불확실성의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한은은 과감한 결정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이후 내내 '소신 발언'은 그를 따라다닌 트레이드 마크였다.
시장에서는 일찌감치 금리 동결을 점쳤다.
8일 금융투자협회가 발표한 '2010년도 3월 채권시장지표 동향'에 따르면 설문에 응답한 채권전문가 93.9%은 기준금리 동결을 전망했다. 채권시장은 금리에 가장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는 점에서 금리 동결론에 상당히 힘이 실렸다.
그럼에도 불구, 시장 일각에서 금리 인상론이 사그라들지 않았던 것은 이 총재가 마지막 금통위에서 소신을 펼칠 가능성을 기대했기 때문이다.
쉽지 않은 일이었다. 이 총재를 제외한 금통위원 6인 중 과반 이상이 현 정권에서 임명된 인물이다. 금통위 다수 의견이 동결로 나올 경우 이 총재가 독단으로 방향을 틀긴 어렵다. 이 총재는 금통위 후 기자간담회서 "미리미리 움직여야 한다는 데 설득과 합의가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유언무언으로 이 총재를 압박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부터 금통위를 앞두고 작심한 듯 "금리 인상은 시기상조"란 발언을 했다. 1월부터 사실상 사상 처음 정부가 열석발언권을 행사하며 금통위 분위기를 동결로 몰았다.
물론 이 총재가 단순히 정치적인 상황 논리에 밀려 소신을 굽혔다고 보기는 어렵다.
통화정책방향 배경에서 밝혔듯, 경제내에 불확실성이 상존하고, 물가가 안정권에 있다는 점이 금리동결의 근본적인 이유다.
이 총재는 '소신이 꺾인 게 아닌가'란 질문에 "금리는 소신 갖고 결정하는 게 아니라 어떤 결정이 우리경제에 좋은 것인가를 기준으로 결정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또 이번에 금리를 동결한 것은 "민간 부문의 회복세를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지난 임기동안 소회를 묻는 질문엔 "지난 4년 동안 금통위 의장으로서 금리는 여러 해명이나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 있지만, 나름대로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 다 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