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2% 동결… 이 총재 "설득과 합의 어려웠다"

김창익 도병욱 기자 2010.03.11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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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13개월째… 인플레이션 우려보다 경제성장 우선

금리가 2%로 동결됐다. 13개월째로 역대 최장 기록이다.

한국은행은 11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금리를 2% 현 수준에서 동결했다고 발표했다.

↑ 임기중 마지막 금통위를 주재하는 이성태 총재 ↑ 임기중 마지막 금통위를 주재하는 이성태 총재


경제성장에 대한 욕구가 인플레이션 우려를 눌렀다.



한은은 금통위 후 배포한 통화정책방향 자료를 통해 "당분간 금융완화기조를 유지하면서 경기회복세 지속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운용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금리 동결 배경에 대해서는 "최근 국내 경기는 회복세를 지속하고 있지만 일부 국가의 과다채무 문제 등으로 향후 성장경로의 불확실성이 상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비자물가에 대해서는 "상승세가 다소 둔화됐으며, 최근의 국제원자재가격 움직임 등에 비추어 당분간 안정된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월 3.1%에서 2월엔 2.7%로 소폭 떨어졌다.

기준금리는 지난해 2월 현 수준인 2.0%로 인하된 뒤 1년1개월간(13개월째) 같은 수준을 유지하게 됐다. 한은은 금융위기 수습을 위해 5.25%였던 기준금리를 2008년 10월부터 매달 인하해 지난해 2월에는 2.00%까지 낮춘 바 있다.

이번은 이성태 총재가 3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주재하는 사실상 마지막 금통위란 점에서 주목을 끌었다.


이 총재는 4년 전 취임사에서 "불확실성의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한은은 과감한 결정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이후 내내 '소신 발언'은 그를 따라다닌 트레이드 마크였다.

시장에서는 일찌감치 금리 동결을 점쳤다.



8일 금융투자협회가 발표한 '2010년도 3월 채권시장지표 동향'에 따르면 설문에 응답한 채권전문가 93.9%은 기준금리 동결을 전망했다. 채권시장은 금리에 가장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는 점에서 금리 동결론에 상당히 힘이 실렸다.

그럼에도 불구, 시장 일각에서 금리 인상론이 사그라들지 않았던 것은 이 총재가 마지막 금통위에서 소신을 펼칠 가능성을 기대했기 때문이다.

쉽지 않은 일이었다. 이 총재를 제외한 금통위원 6인 중 과반 이상이 현 정권에서 임명된 인물이다. 금통위 다수 의견이 동결로 나올 경우 이 총재가 독단으로 방향을 틀긴 어렵다. 이 총재는 금통위 후 기자간담회서 "미리미리 움직여야 한다는 데 설득과 합의가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유언무언으로 이 총재를 압박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부터 금통위를 앞두고 작심한 듯 "금리 인상은 시기상조"란 발언을 했다. 1월부터 사실상 사상 처음 정부가 열석발언권을 행사하며 금통위 분위기를 동결로 몰았다.

물론 이 총재가 단순히 정치적인 상황 논리에 밀려 소신을 굽혔다고 보기는 어렵다.

통화정책방향 배경에서 밝혔듯, 경제내에 불확실성이 상존하고, 물가가 안정권에 있다는 점이 금리동결의 근본적인 이유다.



이 총재는 '소신이 꺾인 게 아닌가'란 질문에 "금리는 소신 갖고 결정하는 게 아니라 어떤 결정이 우리경제에 좋은 것인가를 기준으로 결정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또 이번에 금리를 동결한 것은 "민간 부문의 회복세를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지난 임기동안 소회를 묻는 질문엔 "지난 4년 동안 금통위 의장으로서 금리는 여러 해명이나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 있지만, 나름대로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 다 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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