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와 나일론 환자에 멍드는 자동차보험

머니투데이 배성민 기자 2010.03.12 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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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보험 기획]車사고후 열에 일곱은 드러눕는데…

편집자주  10명의 교통사고 관련 피해자 중 7명은 병원에 입원한다. 또 환자들을 표본 점검한 결과 10명 중 1명꼴로 병원 밖으로 나가 있고 이중 무단으로 병원을 이탈한 경우도 30%에 달했다. 외제차 수리비는 매해 큰 폭으로 늘고 있다. 2008년 외제차에 지급된 수리비는 3년전보다 꼭 두배가 늘었다. 같은 기간 전체 자동차 수리비는 17.9% 증가에 그쳤을 뿐이다. 환자들의 치료비와 차량의 수리비는 결국 보험료에서 빠져나가기 마련이다. 차량 1대당 보험료는 2007년 61만3000원에서 2008년 63만6000원으로 늘어났다. 외제차와 사이비 환자 때문에 나의 자동차 보험료가 새고 있다.

‘자동차 사고를 당한 사람 중 10명에 7명이 입원하는 데, 이들은 모두 아픈 것일까‘

‘몇 년 전보다 100% 늘어났다는 외제차 수리비는 적정할까’

1가구당 자동차 보유대수가 0.89대(2009년 6월말 기준)에 이를 정도로 자동차가 생활화된 가운데 자연스럽게 자동차 보험료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최근 들어 자동차 사고가 늘고 손해율이 올라가면서 손해보험업계가 어려움을 호소할 때면 더욱 그렇다. 자동차 보험료는 매해 한번 내지만 낼 때마다 제대로 보험 혜택을 받았는지, 그리고 보험료가 적정하게 책정됐는지 돌아보게 된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 하다는 평가가 다수다. 교통사고 환자가 주로 입원하는 정형외과나 종합병원 근처를 지나다 보면 멀쩡해 보이는 이들이 환자복을 입고 다니며 삼삼오오 몰려 있으면서 담배를 피우거나 잡담을 나누는 일을 자주 보게 된다. 또 근처 PC방이나 당구장에서 게임이나 당구에 몰두하는 환자를 드물지 않게 본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병실에는 텅 빈 침대가 놓여있고 주변 식당에서 술잔을 기울이는 이들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교통사고를 당하면 상처나 부상 정도와 관계없이 무조건 병원에 드러눕는 이들은 흔히 나일론 환자(부재환자)라 불린다. 이들은 보험사의 자동차보험 수지에 악영향을 주고 보험료의 적정 관리에 큰 걸림돌이 된다.

‘도로를 달리는 외제차를 보면 피하고 봐라‘ 외제차가 늘어난 언제인가부터 자주 듣는 말이다. 외제차와 가벼운 접촉사고라도 나면 고액의 수리비를 감당하지 못해 곤란을 겪는 뉴스를 심심찮게 접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고가 외제 차량이 눈에 띄게 증가한 가운데 과실 비율에 따라 다르겠지만 고스란히 수리비를 물어줘야 하는 상황도 생긴다. 자연스레 보험료 인상 요인이 발생한다. 외제차 수리비용은 보통 국산차에 비해 3 ~ 4배가 높아 사고 시 운전자의 부담이 매우 크다.


피해자에게 잘못이 전혀 없다면 가해자가 일체의 손해배상을 해줘야 하겠지만 쌍방과실 사건에서는 외제차 수리비가 비싸기 때문에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손해배상을 해줘야 하는 경우까지 생긴다. 이런 경우를 대비해 대물 배상한도가 큰 특약도 많이 나왔다.

◇차 사고 나면 드러눕는다(?)..10명 중 7명은 입원
보험개발원과 손해보험협회 자료를 보면 2007회계년도 기준 자동차사고 관련 입원율은 63.5%다. 지역별로 보면 20 ~ 40%대에 그치는 곳(제주 28.3%, 울산 44.3%, 경북 49%)도 있지만 70%대 후반(인천 78.3%, 전북 71%)에 이르는 곳도 있다. 서울도 61%에 달한다.

이나마도 점진적으로 떨어진 수치다. 2002년 기준으로 72.2%에 이르던 국내 입원률은 2003년 73.9%로 도리어 올랐다. 2004 ~ 2005년에도 71.9%, 70.8%에 달했다 2006년에야 비로소 68%로 60%대에 진입했다.

크게 다친 이들도 물론 있지만 인사 사고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경미한 물적 사고에도 무조건적으로 병원에 입원하는 이들이 많은 것이라는 손보업계의 인식이다.

실제로 이같은 수치는 일본과 비교할 때 뚜렷이 대조된다. 일본은 2002년에도 9.6%에 불과했고 2004년 8.5%, 2005년 7.9%로 한자리 수에 불과하다. 또 2007년에는 6.9%에 불과해 우리나라와의 격차는 9.2배에 달했다.

한국과 일본, 유럽의 보험시장을 모두 겪은 기 마르시아 악사손해보험 대표는 ‘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도 입원율은 15 ~ 20%에 그치고 일본도 한자리 수에 그치는 상황에서 60 ~ 70%대에 이르는 국내 입원율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히기도 했다. 그는 생화학 박사 학위를 지니고 있는데다 제약사 CEO도 지내 의료 현실과 보험업계의 접점을 누구보다 잘 아는 인물로 꼽힌다.

과잉 입원율은 자연스레 자동차 사고 입원환자들의 불성실한 병원 생활로도 이어진다. 손해보험업계가 지난해 9월 24 ~ 28일 동안 조사(서울 및 6대 광역시 156개 병의원 표본조사)한 결과 44개 병.의원에서 113명의 부재환자(속칭 나일론 환자)가 있었다.

대상 환자 1313명 중 8.6%는 외출한 상태였고 외출 환자 중 무단외출 환자 비중도 29.2%에 달했다. 외출을 허락받은 이들 중에서도 일정 수는 입원할 정도의 상태는 아님에도 보험금 지급 등을 위해 병원에 잠시 누워있는 정도라는 게 업계의 인식이다.

그나마 부재환자 비중은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지난해 2분기에 조사할 당시에는 부재율이 13.4%에 달했다. 다만 무단 외출률은 여전히 30.6%에서 29.2%로 사실상 제자리걸음 수준이다.

손보업계에서는 과잉입원으로 가해자와 피해자간 분쟁이 발생하고 불필요한 보험금 지급으로 교통사고 관련 사회적 비용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밝히고 있다. 부재환자가 이처럼 많은 이유로는 환자와 의료기관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환자는 본인 부담 없이 입원진료를 받을 수 있고, 휴업손해 등의 보험금도 증가하는 데다 의료기관은 병상이용률이 늘어 수입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내가 낸 車보험료가 남의 외제차 수리비로…
과잉 입원 못지않게 보험료에 부담을 주는 요인은 외제차와 관련된 부분이다. 보험개발원은 수리비가 국산차에 비해 매우 비싼 외제차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수리비 상승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실제로 2008년 외산차에 지급된 수리비는 3098억원으로 추산돼 3년전인 2006년(1532억원)보다 102.3% 급증했다. 같은 기간 전체(국산차+외제차) 수리비는 2조7388억원에서 3조2310억원으로 17.9% 증가에 그쳤다.

외제차 보유대수도 2006년 22만1000대 수준이던 것이 2007년 28만2000대로 늘었다 2008년에는 35만8000대로 급증했다.

사고도 많아 외제차 자기차량사고 건수는 2007년 약3만7400건에서 2008년 5만1200건으로 증가했다. 지난해에는 7만 ~ 8만건에 달할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외제차 자기차량에 대한 사고율도 2007년 26.8%에서 2008년 27.9%로 높아진 상태고 지난해에는 30%대 전후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국산차와 비교할 때 격차는 2007년 5%포인트에서 2008년는 6%포인트 정도로 높게 나타났다.

또 외제차 관련 사고라면 운행 정지 기간 중 렌트비용(같은 차종을 렌트할 경우) 등도 감안돼야 하기 때문에 가벼운 사고라도 1000만 ~ 2000만원대의 처리비용이 드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보유대수와 사고율이 늘어나는 것 외에 부품값 등에서도 큰 차이를 보인다. 해외에서 공개되는 소비자 판매가격과 수입차 딜러들이 국내에서 수리비로 청구하는 부품값은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일부 품목은 최대 300 ~ 400%나 비싼 부품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입차 취급업체 측은 관세와 운송료, 포장 비용 등이 포함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하지만 지나친 가격 부풀리기라는 시각도 있다. 손해보험업계에서는 마진이 어느 정도 붙는지 등에 대한 정확한 정보 공개가 이뤄져서 소비자가 합리적인 가격으로 부품을 공급받을 수 있도록 하는 유통 체계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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