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사형집행하라니…국회 또 뒷북 발언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2010.03.11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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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 "사형수 신속 집행"…야 "존폐논란 지켜봐야"

갑자기 사형집행하라니…국회 또 뒷북 발언


부산 여중생 성폭행 살해사건 이후 정치권의 '뒷북' 행보가 이어지고 있다. 11일 여당 지도급 인사들은 사형이 선고된 흉악범의 형 집행을 촉구하고 나섰다. 앞서 2월 임시국회 내내 세종시 공방으로 민생을 외면한 여야는 뒤늦게 전자발찌법 소급적용 등 성폭력 관련 법안 처리에 나서며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라는 지적을 받았다. 6월 지방선거 표심을 의식한 때늦은 '선명성' 경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에서 "사형이 확정된 자 중에 인간이기를 포기한 방법으로 범행을 저지른 성 폭행범이나 연쇄살인범은 선별해 신속히 사형을 집행해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하다"며 "그것이 정의와 법치주의에도 맞다"고 말했다.



이어 "형사소송법에는 사형집행 명령은 형 확정일로부터 6개월 이내에 해야 한다고 강제 규정돼 있고 헌법재판소도 사형제도를 합헌이라고 일관되게 결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형이 법무장관에 의해 집행되게 돼 있는데도 지난 12년간 단 한 건도 집행되지 않았다"며 "명백한 형소법 위반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데 법치주의는 엄격한 법의 집행을 생명으로 한다"고 지적했다.



한나라당 사법제도개선특위 위원장인 이주영 의원도 이날 성명을 내고 "사형이 확정된 사형수 59명 중 국민이 가장 분노하는 아동성폭력 범죄나 연쇄살인범 등 극악범죄자에 대해 즉각 사행을 집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 사형제도는 현재 유명무실한 상태"라며 "아무리 극악무도한 범죄를 저질러도 감옥가는 것으로 그친다면 이보다 더한 흉악범은 언제든지 출현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등 야당은 신중론을 펴고 있다. 노영민 민주당 대변인은 "사형제 논란은 화풀이 하듯 해선 안 된다"며 "엄격한 사형집행이든, 유보든 충분히 논의해야 하지만 여론이 들끓을 때 감정을 앞세우거나 상황에 떠밀리듯 주장하는 것은 사형제 논란의 무게를 무시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김길태 사건을 계기로 우선해야 할 일은 사형제 논란이 아니라 재발방지를 위한 법적, 제도적 장치를 점검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선영 자유선진당 대변인도 사견을 전제로 "예방과 대책은 세우지 않고 공분에 편승해 사형 집행을 촉구한 것은 포퓰리즘의 또 다른 면"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한국은 1997년 이후 사형이 집행되지 않은 '실질적 사형폐지 국가'로 분류된다. 헌법재판소는 지난달 25일 사형제도는 합헌이라고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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