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EBS 70% 반영…교육혁명? 쇼?

머니투데이 최중혁 기자 2010.03.11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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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학기술부가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부터 EBS 강의 반영 비율을 70% 이상으로 높이겠다고 밝힘에 따라 교육계가 향후 미칠 파장을 예측하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공교육을 정상화시킬 혁명적인 조치라는 시각부터 6월 지방선거를 겨냥한 생색내기라는 시각까지 평가는 엇갈리고 있다.

◇"공교육 정상화…혁명적 조치" = 안병만 교과부 장관은 지난 10일 '교과부-EBS-한국교육과정평가원 MOU 체결식'에서 현행 30% 정도인 EBS 강의 수능 반영 비율을 올해 70% 이상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교육계는 이를 충격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간접반영 비율이 아니라 직접반영 비율을 언급했기 때문이다.



EBS는 지금까지 자사 강의의 수능 반영 비율을 직접연계율, 간접연계율 두 가지로 집계해 왔다. 직접연계율은 EBS 강의 내용과 실제 수능 내용이 거의 같은 문항이 차지하는 비율을 이른다. 2010학년도의 경우 언어 30%, 수리 가 40%, 수리 나 56.7%, 외국어 30%로 나타났다. 간접연계율은 같은 예시문을 쓰거나 EBS 강의 내용을 유추해 풀 수 있는 문제의 비율로, 지난해 언어 54%, 수리 가 36.7%, 수리 나 20%, 외국어 50%로 조사됐다.

교육부 장관이 EBS 수능 반영 비율을 구체적으로 언급한 것이 처음인데 직접연계율을 단숨에 40%포인트 이상 높이겠다고 발표했으니 교육계로서는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앞으로 별도의 사교육 없이 EBS 방송만 잘 챙겨봐도 수능 점수를 잘 받을 수 있으니 일각에서는 '혁명적인 조치'라는 평가까지 내린다.



◇"선거 앞두고 정치적 쇼" = 그러나 또 한편에서는 직접연계율과 간접연계율의 경계가 모호하기 때문에 정부가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생색을 낸 것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안 장관은 지난 1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발표와 똑같은 발언을 했다. 당시 교과부는 보도해명 자료를 통해 "사교육 경감을 위해 학생, 학부모가 체감할 정도로 EBS강의와 수능 연계정도를 강화한다는 취지이지 구체적인 연계 목표율을 설정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교과부가 이처럼 정색한 것은 반영비율을 구체적으로 밝혔을 때의 파장을 잘 알기 때문이다. 학생들이 EBS 강의를 달달 외우는 식으로 공부하게 되면 학교 수업은 아무래도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수능은 기존 학력고사가 학생들의 사고력, 응용력을 평가하는데 한계가 있어 도입됐는데 EBS 강의 교재를 암기하는 식으로 공부하게 되면 수능의 본 취지는 훼손될 수밖에 없다.


여기에 변별력 논란이 재연될 가능성도 있다. 대학이 서열화된 상태에서는 피라미드형 성적 분포가 가장 무난한데 직접연계율이 70% 이상 높아지면 중위층이 두터워져 성적 분포가 항아리형으로 바뀌게 된다. 수능 변별력이 떨어지면 중상위권 대학들은 논술, 면접 등 다른 전형을 통해 변별력을 확보하려 한다. 이런 점을 고려해 교과부 담당과에서는 MOU 당일 오전까지도 "구체적인 반영 비율은 명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안 장관이 수능 반영 비율을 구체적으로 밝힌 것은 6월 지방선거를 겨냥한 '교육 포퓰리즘'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연계율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는 상황에서 70% 제시는 숫자놀음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사교육업체 쪽에서는 "어차피 같은 교과서, 같은 교육과정 안에서 나오는데 70%도 연계 못 시키면 그게 바보"라며 비웃는다.



대입학원의 한 관계자는 "2004년에도 정부가 지금과 똑같은 발표를 했지만 결과적으로 '눈 가리고 아웅'으로 끝났다"며 "6월 선거를 앞두고 MOU를 예쁘게 포장하기 위해 정치적인 쇼를 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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