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엘리, 현대상선 경영권방어 대가 만만찮네

더벨 황철 기자 2010.03.10 08:31
글자크기

[기업재무분석]주가하락으로 지분법·파생평가손..영업실적 개선 불구 적자

더벨|이 기사는 03월08일(14:21)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현대엘리베이터가 현대그룹 차원에서 현대중공업그룹과 벌인 현대상선 지분확보 전쟁의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지난해 매출·영업이익 증가에도 대규모 순손익 적자에 빠졌다. 현대상선의 재무구조 악화와 주가 하락으로 수천억원대의 지분법·파생상품 평가손실을 입었기 때문이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수년 전부터 경영권 방어 목적으로 현대상선 지분을 꾸준히 매입해 왔다. 해외 투자자(주주)와의 파생상품 계약으로 우호세력 확보에도 애를 썼다.



하지만 지분 인수 비용을 마련하느라 차입금은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보유주식 관련 손실로 잉여현금흐름 저하 등 전반적인 재무상황 역시 눈에 띄게 나빠지고 있다.

현대상선 (17,100원 ▼890 -4.95%) 관련 지분법 손익 -1898억원, 적자 전환 단초

현대엘리베이터는 2003년 현정은 회장 취임 이후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서며 지속적인 성장을 거듭해 왔다. 매년 매출액·영업이익은 상승 곡선을 그려 왔고, 2004년 이후 단 한번도 당기순손익 흑자를 놓치지 않았다.


하지만 현대엘리베이터는 지난해 2091억원의 적자를 기록하며 6년간 이어온 흑자 행진에 종지부를 찍었다. 이번 당기순손실 규모는 총 매출액(8001억원)의 1/4 , 영업이익(372억원)의 5.6배에 달할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영업 실적은 나아졌지만 지분법 손실 등 영업외 비용 발생으로 적자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현재 현대엘리베이터의 지분법 적용 투자주식의 98% 가량은 현대상선 지분으로 구성돼 있다. 대규모 영업 외 비용 발생이 현대상선 실적 악화와 주가 하락에서 비롯됐음을 알 수 있는 대목.

img3.jpg

그렇다면 현대엘리베이터의 현대상선 지분 관련 손실액은 어느 정도일까. 더벨 집계 결과 현대엘리베이터의 지분법·파생상품 손실(현대상선 지분에 한함) 규모는 각각 1898억원, 1020억원으로 총 2918억원 가량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지분법손익은 투자 회사의 당기순손익과 지분법자본변동 등을 고려해 계산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지분법자본변동액이 크지 않기 때문에 피투자 회사의 당기순손익이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지난해 현대상선의 적자 규모는 8018억원에 달한다. 현대엘리베이터의 당시(2009년말) 지분율 22.37%(우선주 포함; 보통주 19.30%)를 대입하면 1794억원의 손실이 발생한다. 여기에 투자차액상각 추정액 -103억원을 합하면 현대상선 관련 지분법손익은 -1898억원 정도라는 계산이 나온다.

우호지분 확보용, 파생상품 손실도 1000억원대



현대엘리베이터가 우호지분 확보를 위해 해외 주주와 맺은 파생상품 계약에서도 총 1020억원 가량의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지난 2006년 외국 투자기관이 보유한 현대상선 지분을 기초로 대규모 주식 옵션·스왑 계약(관련 기사 참조)을 체결했다.

당시 현대엘리베이터는 아일랜드계 파생상품 전문 투자사인 넥스젠 캐피탈(Nexgen Capital., Ltd.)과 주식 스왑을 통해 의결권을 공동 행사키로 했다. 또 3대 주주인 홍콩계 투자사 케이프 포춘(Cape Fortune B.V)과는 상호간 차액현금정산을 요구할 수 있는 세틀먼트 옵션(Settlement Option) 계약을 체결해 우호 세력을 확보했다.

하지만 두 계약 모두 현대상선 주가 하락시 투자 손실을 현금으로 보전해 줘야 하는 리스크를 짊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지난해 현대상선 주가가 급락하면서 우려가 현실로 바뀌었다.



img1.jpg

지난해 말 현대상선 주가는 전년 종가(08년 12월말 37100원) 대비 28.03% 포인트(09년 12월말 26700원)나 빠졌다. 그 결과 현대상선 관련 파생상품 손실은 주식 옵션·스왑 각각 476억원, 544억원 등 총 102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이미 지난해 9월말까지 822억원의 파생상품 손실을 확정한 바 있다. 당시 종가(9월말 27850원)로 비교 추정하면 지난해 4분기 옵션 128억원, 스왑 70억원 정도의 손실이 추가적으로 발생한 것으로 파악된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