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블랑, 광고서 하나의 펜만 보여주는 이유

박병천 브레인컴퍼니 대표 2010.03.09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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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천의 브랜드성공학]명품 브랜드의 희소성 유지 전략

몽블랑, 광고서 하나의 펜만 보여주는 이유


흔히 몽블랑 만년필을 가리켜 '인류의 역사를 바꾸는 펜'이라고 부른다.

우리는 테이블에 나란히 앉은 국가 정상들이 회의에서 결정된 합의문에 서명하고 악수를 나누는 장면을 간혹 뉴스에서 본다. 이런 순간, 서명하는 사람들의 손에 있는 펜은 언제나 몽블랑이다. 몽블랑의 촉이 합의문에 닿을 때마다 인류는 역사적으로 중요한 변화나 사건을 맞이했다. 그러니 몽블랑 펜이 인류의 역사를 바꾼다고 이야기할 만하다.

그런데 몽블랑이 오랫동안 해온 광고를 유심히 살펴보면 한 가지 특징을 발견할 수 있다. 몽블랑의 광고에는 늘 하나의 제품만이 등장한다는 점이다. 한 광고에서 두세 개, 혹은 그보다 많은 수의 제품을 한꺼번에 보여준 일이 없다. 물론 모든 광고에서 제품 하나만 보여주는 것이 다른 브랜드의 광고에서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몽블랑만의 독특한 전략은 아니다. 명품브랜드로 불리는 백이나 시계. 양주, 자동차 등의 광고에서도 자주 볼 수 있다.



특정 부류의 일부 브랜드는 광고에서 여러 개의 동일한 제품이 한꺼번에 보이는 것을 금기시한다. 비단 매체광고뿐만 아니라 포스터나 매장 디스플레이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진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브랜드는 크게 3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하나는 기능적 가치의 브랜드고 또하나는 상징적 가치의 브랜드,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감성적 가치의 브랜드다.



기능적 가치의 브랜드란 브랜드가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가장 중요한 가치가 기능과 관련된 경우를 말한다. 예를 들면 '물먹는 하마'나 '페브리즈' 같은 브랜드들이다. 이런 브랜드를 구매하는 소비자들은 '내가 이 브랜드를 사용하는 것을 남들이 알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또는 '이 브랜드를 사용하면서 재미가 없으면 어떡하지?' 뭐 이런 생각을 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소비자가 기대하는 것은 오직 기능이다. '정말 습기를 쭉쭉 빨아들여서 옷이나 이불을 뽀송뽀송하게 해줄까?' '냄새를 싹 없애서 상쾌하게 해줄까?' 이런 것만 생각한다.

기능의 우수성과 브랜드파워는 비례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기능적 가치의 브랜드는 얼마나 우수한 기능을 가진 제품인지 광고에서 명확히 이해시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리고 그 기능을 소비자들이 신뢰하도록 하는 노력을 해야 하며, 경쟁브랜드보다 한발 앞서서 다양하고 새로운 버전의 기능을 끊임없이 선보여야 한다.

또 감성적 가치의 브랜드란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핵심 가치가 아름답다, 섹시하다, 재미있다, 향기롭다 등과 같이 감성적인 느낌과 관련된 경우다. 감성적 가치의 브랜드는 진지하고 딱딱한 설명을 피하고 소비자와 느낌으로 대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몽블랑은 상징적 가치의 브랜드에 속한다. 상징적 가치의 브랜드란 사용자의 품격이나 위상과 관련된 상징성을 지닌 브랜드를 일컫는다. '벤츠'는 소유자가 부유하고 품격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상징하고, 양복브랜드 '조르지오 아르마니'는 소유자가 세련되고 패셔너블한 사람이라는 것을 상징한다. 그리고 몽블랑 펜을 사용하는 사람은 지위가 높고 중요한 일을 하는 사람이라는 상징성이 있다. 이러한 상징성이 그 브랜드를 소유하게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다.

브랜드가 이러한 상징성을 확보하려면 반드시 전제돼야 하는 것이 있다. 그것은 희소성이다. 몽블랑은 지위가 높은 소수의 사람만이 소유해야 한다. 너무 많은 양이 판매되어서 다수의 대중이 소유하게 되면 브랜드가 가진 본래 상징적 가치를 잃는다.

만일 그러한 일이 벌어진다면 기존 핵심 고객들은 몽블랑이 자신의 품격을 더이상 상징해주지 못한다고 생각하고 대체 브랜드를 탐색하게 될 것이다. 즉 적절한 희소성을 유지하지 못하면 상징성이 사라지고, 핵심 고객이 이탈하고, 가격이 하락하며, 궁극적으로는 브랜드파워가 약화되는 현상을 초래한다.

그러므로 상징적 가치의 브랜드들은 '구매대상이 아닌 사람들은 구매할 수 없도록 하는 전략'을 구사한다. 항상 높은 가격을 유지하거나, 세일을 하지 않거나, 소량만 생산하거나, 장기할부판매 등을 하지 않는 것도 그러한 전략에 해당된다. 쉽게 말하면 구매의 문턱을 높이는 전략이다.

흔히 명품브랜드의 종착역으로 불리는 '에르메스 켈리'나 '에르메스 버킨'은 '비싸서 못사는 백이 아니라 없어서 못사는 백'으로 유명할 정도다. 또 구찌를 오랫동안 이끈 데졸레 회장은 여기저기에서 구찌가 너무 많이 보인다며 전세계에 있는 매장수를 줄이라고 지시한 일이 있다고도 한다.

이처럼 희소성을 중시하는 상징적 가치의 브랜드들은 광고에서 여러 개 제품을 한꺼번에 보여주지 않고 노출빈도도 늘리지 않는다. '매우 소중한' '흔하지 않은' '당신만 소유할 수 있는' 등의 이미지를 획득하기 위해 하나의 제품만 보여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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