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25시]검찰, 기술유출범죄와의 '전쟁'

머니투데이 류철호 기자, 김성현 기자 2010.03.09 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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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솜방망이' 처벌도 범죄증가 요인…처벌강화 방안 마련 시급

검찰이 국부와 직결되는 기술유출 범죄와의 전면전에 나섰다.

검찰은 첨단산업기술의 해외유출을 막기 위해 삼성과 LG 등 국가핵심기술을 보유한 60개 국내 기업들을 집중 관리하고 기술유출 범죄를 국부유출 행위로 규정, '산업스파이'에 대해 엄정 대처키로 했다. 이는 연초 김준규 검찰총장이 국부유출 범죄와의 전쟁을 선언한 지 한 달 만에 나온 실천 방안으로 과연 기대한 성과를 거둘지 주목된다.

◇휴대전화, 자동차, 선박 등 첨단산업 중심 기술유출 사건 급증



8일 법무부와 대검찰청에 따르면 기술유출 범죄는 2007년 191건에서 2008년 270건, 지난해 292건으로 해마다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기술유출사범도 2007년 511명에서 2008년 698명, 지난해 807명으로 급증했고 이 중 재판에 넘겨진 경우는 2007년 151명, 2008년 210명, 지난해 194명에 달하고 있다.

국가정보원과 삼성경제연구소 등에 따르면 기술유출 범죄로 인한 누적 피해액이 무려 253조에 이르는 등 국부에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는 상황으로 우리나라의 성장 동력인 자동차, 전자, 조선업 등 핵심 첨단산업 분야가 주된 타깃이 되고 있다는 게 무엇보다 심각한 문제다.



전문가들은 기술유출 범죄 급증 원인에 대해 "급속한 세계화로 기술과 자본의 국경이 사라진데다 첨단기술의 부가가치가 높아지면서 첨단기술 확보가 기업의 명운을 좌우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민·관 공조 '산업스파이'와 전면전

검찰은 우선 국내 60개 주요기업을 대상으로 8개 분야에 걸친 49개 국가핵심기술을 중점 관리키로 했다. 검찰이 관리대상으로 꼽은 국가핵심기술은 60나노급 이하 D램 설계·공정 등 전기전자 5개 분야를 비롯해 조선·발전 및 선박·해양시스템 설계기술, 하이브리드 자동차 설계기술 등이다.


검찰은 기술유출 범죄를 집중 단속하는 것은 물론 기술유출 예방에도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또 기술유출 범죄 외에도 문화콘텐츠 유출이나 외국투기자본, 재산국외반출 행위 등도 주요 국부유출 범죄로 규정하고 엄정 대처키로 했다.

이와 관련,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검사장 김홍일)는 지난달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대우조선해양, LG, 두산그룹 등 국내 11개 대기업의 산업보안 담당 임직원들을 초청해 민관합동회의를 열어 기술유출 예방 및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검찰 관계자는 "기술유출 단속과 수사뿐만 아니라 유출 자체를 방지하기 위해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며 "앞으로 관련 업계 동향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해 범죄를 사전에 차단하고 범죄발생 시에는 보다 신속히 대처해 피해를 최소화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솜방망이' 처벌도 범죄증가 요인…처벌 강화 필요

다양한 형태의 기술유출 범죄로 인한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가운데 관련 사범에 대한 처벌이 '솜방망이'에 그치고 있어 처벌 강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달 민관합동회의에 참석한 기업 관계자들은 "대부분 기술유출 사범에 대한 처벌이 너무 가벼워 범죄증가 요인이 되고 있다"며 처벌강화 방안 마련을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형사정책연구원이 발간한 '산업스파이에 대한 형사정책적 대응체계에 관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2007~2008년 재판에 넘겨져 1심 판결이 선고된 기술유출 사건 38건 중 24건의 피고인 전원에 대해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이는 전체 사건 중 63.2%에 달하는 것으로 범죄를 저지르고도 풀려난 경우가 절반을 훨씬 웃돌고 있다. 반면 피고인 전원에게 실형이 선고된 사례는 2건에 불과했다.

이처럼 법원이 비교적 가벼운 형을 선고하는 것은 기술유출 범죄의 경우 현실적으로 정확한 피해액수를 산정하기가 어렵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정부는 이 같은 법의 맹점을 개선하기 위해 지식재산을 관리하는 컨트롤타워인 '지식재산정책협의회'를 지난 3일 발족한 상태다. 국무총리실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이 협의회는 올해 안에 '지식재산기본법'을 제정한다는 방침이다.

협의회 관계자는 "소관부처별로 분산돼 있는 지식재산정책을 통합하고 지식재산 관련 법률을 종합 관리하는 기본법을 만들어 정책 혼선을 방지해 나갈 방침"이라며 "지적재산권 침해에 보다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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